작성일 : 18-01-20 11:36
글마루 - 한약과 간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6,744  

글마루 - 한약과 간

 

최근 웰빙 바람과 더불어 한의학은 현대인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한의학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한약이 간(肝)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한약을 먹으면 간에 무조건 좋지 않다는 말들.. 정말 그런 것일까?

 

일단 한약과 간의 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간이 하는 일들을 알아야 한다. 간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대사작용 : 간은 섭취한 영양소와 산소를 우리 몸에 공급하기 쉬운 상태로 전환하여 공급한다.

 

② 소화작용 : 간은 소화에 꼭 필요한 담즙을 생산한다.

 

③ 저장작용 : 간은 우리 몸의 필수 요소인 철분과 혈액을 저장하고 있다.

 

④ 해독작용 : 간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알코올, 각종 체외에서 들어오는 독성물질, 약물 등을 분해, 배출하여 해독작용을 한다.

 

이처럼 간은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해독역할이다. 흔히 우리가 술을 많이 먹으면 간이 힘들어 한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간의 해독작용을 나타내주는 말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약은 우리 몸을 도와주기 위해서 먹는 것인데 왜 간의 해독작용과 관계가 있을지 궁금하게 된다. 약이란 것은 그 자체로 독(毒)이란 것을 같이 의미한다. 약을 먹어야 하는 우리 몸의 상태는 이미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즉 우리 몸에 독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독을 독으로 물리치는 것이 약이다. 즉 약이란 것은 우리 몸이 아플 때 먹으면 약이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우리 몸에서 언제든 독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간에 부담을 주는 한약재가 일부분 있지만, 모든 한약이 간에 부담을 준다는 말은 틀린 것이다. 지금 사용하는 한약재는,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이 음식이나 약으로 섭취해 온 것들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약식동원(藥食同源)’ 이라고 해서, 음식과 약은 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생강, 도라지, 더덕, 쑥, 고들빼기, 겨자, 대추, 연근, 죽순 등이 있다. 이것들은 식재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한약재로도 널리 쓰이는 것들이다.

 

그런데, ‘모든 한약이 간에 나쁘다’고 단정을 지으면, 간이 안좋은 사람들은 이러한 자연에서 나는 음식도 먹지 말아야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다만, 간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같은 양의 약을 해독하더라도 보통 사람보다 간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을 쓸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장의 여과와 배설 기능이 저하된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고, 혈액 투석 환자, 고혈압, 당뇨병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한약을 먹을 때는 반드시 한의사의 친찰과 처방에 의해서 복용해야 안전하다, 사실 이런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한약 뿐만 아니라 모든 약이 다 마찬가지이다.

 

어떤 병에는 어떤 약재가 좋다라는 말만 듣고, 민간요법으로 정확한 진료없이 병증에 맞지 않는 약제나, 적정량을 초과해서 복용한다면,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민간에서 사용되는 어떤 한약재를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손발과 몸이 찰 때 민간에서 많이 사용하는 부자(附子)라는 약재는 간에 치명적인 아코니틴 성분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또, 어르신들이 관절에 통증을 느끼거나, 손발이 차고 저린 경우 효과가 좋다는 초오(草烏), 천오(川烏)라는 약재를 민간에서 닭에다가 넣어서 끓여 드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약재들에도 간에 부담을 주는 아코니틴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약재들은, 임신부가 생으로 복용하면, 유산(流産)을 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사극에 보면 사약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약재들은 사약의 재료로도 쓰였을 정도이다. 따라서 민간에서 한의사의 진찰이나 처방없이 쓰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

 

이외에도 대마의 씨앗인 마자인, 목방기, 고삼, 마두령, 조각자, 토목향, 대극, 감수, 파두, 토근 등의 약재들은 간기능이 약한 분들이 조심해야 할 약재들이다.

또, 주의해야 하는 약재 중의 하나가 바로 감초이다. ‘약방의 감초’라고 할 정도로 감초는 대부분의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이다. 다른 약물의 독성을 해독하고 조화시키는 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감초는 예로부터 감미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단 맛을 내는 음식이 귀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18세기에 감초를 과자로 사용했었고, 맥주에도 감초를 재료로 넣기도 했다. 영화와 소설로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감초를 이용해 만든 사탕이 나오기도 한다.

 

감초가 좋은 약재임에는 틀림없지만, 적정량 이상의 다량의 감초를 너무 장기간 복용하면 수분배설을 억제하는 항이뇨 작용이 있어서, 간에 부담을 주고 부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간장 질환이나 부종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실험에 의하면, 이러한 부작용을 일으키려면 감초를 하루에 50g이상을 6주 이상 먹어야 하는데, 보통 한약 처방에서는 하루에 8g 미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한약 복용시에는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용량이 아닌 다량을 가정에서 장기간 복용할 때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걱정과는 반대로 한약으로 간장질환이 호전된 사례가 많이 있다. 실제로, 만성 간염 환자에게 『생간건비탕(生肝健脾湯)』을 3개월 이상 투여한 결과 간기능이 평균 67% 정도로 호전되었고, 서울대학교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오미자, 구기자, 인진같은 약은 간수치(AST, ALT)를 낮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해서 간장질환에 한약재의 효능을 검증하기도 했다. 또, 일본에서는 소시호탕을, 오래전부터 간장 질환 치료제로 활용하고 있다.

 

민간에서 간 질환에 녹즙이 좋다고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문으로는 간(肝)이라는 글자를 보면, 육달월月(=肉, 고기육)에, 干(방패간)이다. 즉, 우리의 몸(肉)에서 방패역할(干)을 한다는 의미이다. 민간에서 많이 드시는 녹즙은 , 한의학적으로 볼 때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화력이 떨어지기 쉬운 간질환 환자의 경우에는 소화흡수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 적정량이 아닌 대량의 비타민A 섭취가 간손상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야채에 많은 칼륨성분을, 과다하게 복용하면 신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녹즙을 과다하게 복용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간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간기능 수치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녹즙의 양과 종류를,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인진쑥은 “ 황달이 생겨서 온몸이 노랗게 되고, 소변이 잘 나가지 않는 것을 낫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인진쑥에는, 담즙 속에 있는 콜신, 빌리루빈 등 독성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어서 간을 깨끗하게 하고 , 해독 작용을 도와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만성간염으로 인한 식욕 부진과 피로감에 효과가 좋다.

 

그렇지만 간이 좋지 않을 때는 이러한 인진쑥도 한의사의 진단에 의해서 드시는 용량이나 용법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칡은 한자로 갈(葛)이라고 하는데, ‘막을 알(遏)’에서 유래되었다. 칡은 자라는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길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주 쓰는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칡과 등나무를 뜻한다. 생김새가 다른 두 종류의 식물이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칡은 나무를 타고 오를 때 오른쪽으로 감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그래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만나면 광합성을 위해 자리를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갈등(葛藤)이란 단어는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생겨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한방에서는 칡뿌리를 갈근(葛根)이라고 하는데, 숙취, 해열 및 간장보호 기능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칡의 중요성분인 카테킨이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최근에는 칡의 식물성에스트로겐이 석류보다 600배나 많다는 것이 입증되어서, 골다공증, 갱년기, 폐경기 등에 매우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