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0 13:28
글마루 - 매핵기(梅核氣)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7,407  

매핵기(梅核氣) - 글마루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신경을 많이 쓰는 분들, 갱년기 정도의 여성 중에는 목 안에 무엇인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경우가 있다. 목 안이 조여지는 느낌이 들고, 뱉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침을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듯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매핵기(梅核氣)라고 진단하는데, 오늘은 매핵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매핵기란 말을 한문으로 풀어보면, 매실매(梅)에 씨핵(核)이다. 매핵기는 목에 매실씨앗이 걸린 것처럼, 목 부위가 항상 답답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나고, 목에 걸려있는 불편한 무언가를 뱉으려고 해도 나오지도 않고, 삼키려 해도 넘어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매핵기를 가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목에 항상 가래가 낀 것 같기도 하고,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하며, 또 생선가시가 걸려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자주 흠흠 거리면서 잔기침을 하거나, 마른기침을 하게 되고, 침을 삼키려면 무엇인가 걸리는 느낌이 있어서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며, 대체로 신경성이란 말을 듣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매핵기의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누어 분류하는데, 그것을 칠정이라고 한다, 즉 기쁨(喜), 성냄(怒), 근심(憂), 생각(思), 슬픔(悲), 놀람(驚), 두려움(恐)의 일곱 가지 감정인 칠정이 너무 과도하게 편향되거나, 또는 화병이나 스트레스, 억울함 같은 것을 오랫동안 풀지 못하게 되면 우리 몸을 흐르는 기(氣)나 담(痰)이 잘 순환되지 못하고, 인후(咽喉)에 울체(鬱滯)되게 되면, 매핵기가 생긴다고 보았다. 즉, 매핵기는 해부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원인으로부터 온다고 한의학에서는 진단한 것이다.

 

따라서, 매핵기는 남자들 보다는 감정의 구조가 복잡한 여성들에게서 훨씬 많이 나타나고, 정신노동을 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층에서 더욱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외에도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질을 잘 내고, 아주 예민한 사람들이나 소심한 사람들,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갱년기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게 된다. 갱년기가 되면 희노애락(喜怒哀樂)같은 감정이 변화하는 폭이 다른 때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매핵기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공부와 시험에 대한 긴장과 압박감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이 가중되면서 매핵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매핵기를 고3학생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하여 ‘고3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핵기와 유사한 현대의학의 질병을 알아보자. 인두나 후두, 또는 편도에 염증이 생겼거나, 위산(胃酸)의 역류로 인해서 발생되는 역류성 식도염 등이 매핵기의 증상과 유사하다. 위에서 역류된 강한 위산은 식도를 비롯해서 후두를 자극해 점막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목에 이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담배나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위장의 괄약근이 약해지기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이 많이 발생한다. 가슴 가운데에서부터 위로 치밀어 오르는 작열감(灼熱感)이 식사 후에 상체를 굽히거나 누웠을 때 마다 반복된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매핵기를 현대의학에서도 ‘신경성 인후염’ 혹은 ‘히스테리성 인두’라고도 부르는 만큼, 정서적 문제나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도 보고 있다. 2500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자궁의 이상 때문에 여자에게만 생긴다고 해서, 매핵기 증상을 히스테리성 인두라 부른 것도 유사한 부분이다.

 

매핵기 증상을 자주 겪는 분들이 주의해야 할 것을 알아보자. 동의보감에 화(火)를 내게 되면 간(肝) 기운이 뭉쳐서 위로 치밀어 오르면서 매핵기 증상을 악화시키고, 찬 음식을 먹게 되면 찬 기운으로 인해서, 목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담음(痰飮)이 더욱 잘 생기게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찬 음식을 적게 섭취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매핵기가 있는 분들은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자기만의 취미생활을 하시는 것이 좋다.

 

매핵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하는 지압점을 알아보자. 목구멍이 갑갑하고 풀리지 않을 때는 전중(膻中)혈이 대표적인 매핵기 증상을 완화하는 지압점이다. 전중혈은 양 유두를 수평선으로 그었을 때 중앙 부위, 즉 명치 끝에서 위로 7cm 가량 올라온 가슴의 정중앙부위를 말한다. 매핵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나 평소에 자주 전중혈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면 좋다.

 

평소에 스트레스나 화가 많은 분들은 전중 혈을 눌러 보면 통증이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전중혈을 정신적인 문제나 스트레스의 진단 경혈로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전중혈을 지압하면 뭉쳐진 기운을 풀어주고 소통시켜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핵기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화병 증상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매핵기에 좋은 한방차요법을 알아보자. 매핵기에 진피차, 유자차, 향부자차를 자주 마시면 좋다. 진피(陳皮)는 귤껍질을 말한다. 귤은 지금은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아왔는데, 세종대왕은 고생한 신하나 좋아했던 후궁을 따로 불러서 귤을 주었다고 한다. 또, 제주도에서 귤이 올라오면 그것을 기리기 위한 행사를 열었을 정도로 귤은 귀한 음식이었다. 귤껍질인 진피를 한방에선 예전부터 약으로 사용하였는데, 기순환을 잘 돌게하고, 가슴에 나쁜 기운이 뭉친 것을 풀어주고, 소화를 돕는 대표적인 약재이다. 또, 약성이 강하지 않아서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차요법으로 활용하면 매우 좋다.

 

진피차와 함께 유자차도 좋다. 신라의 장보고가 당나라 상인들에게 얻어와 전라도와 경상도에 심었다는 유자차 성분 자체가 귤과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매핵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유자에는 비타민C가 레몬보다 세배나 많기 때문에 잔병치레나 감기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준다.

 

향부자는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으로 많이 위축이 되고 화가 쌓였을 때 기본적으로 쓰는 한방 약재이다. 매핵기 증세와 함께 화가 많고, 한숨이 잦고, 스트레스로 가슴이 답답한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

 

매핵기의 원인이 되는 담(痰)을 없애는 데 좋은 음식으로 생강과 모과가 있다. 한의학에서의 담(痰)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인체에 생기는 병이 열이라면, 아홉은 담이 원인이라 하여,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모과는 목에 좋다고 해서 모과라고 불렀고, 못생긴 사람을 모과처럼 생겼다고 하지만, 칼슘 철분 미네랄 같은 영양은 아주 뛰어나다. 모과는 사람을 세 번 놀라게 하는 옛말이 있다. 그 모양이 못생겨서 처음 놀라고, 못생겼지만 향이 너무 좋아서 두 번 놀라고, 그 약효가 뛰어나서 세 번 놀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것, 음식이 소화가 안되는 것을 치료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서 다리 힘이 약한 것을 고치는데 모과가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생강은 담을 없애주고, 구토를 멎게 하며, 인후를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이렇게 효능이 좋은 생강은 공자도 즐겨 드셨고, 고려시대는 임금님의 하사품일 정도로 좋은 약재이다. 특히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여성의 냉증에도 좋고,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기 때문에 소화를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체온을 높여준다. 최근에는 생강의 진저롤 성분이 담즙분비를 촉진해서 혈관에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효능이 밝혀져 성인병 예방에 더욱 각광받고 있다.

 

생강 세톨, 모과 반개 정도를 물에 달여서 하루에 3회 나눠 마시면 매핵기의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매핵기에 좋은 한방 처방을 알아보자. 한방에서 매핵기의 치료는 뭉친 기를 풀어서 순환을 돕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기를 풀어주고 담을 없애주는 대표적인 처방인 사칠탕(四七湯)을 매핵기의 치료제로 사용한다.

 

사칠탕은 네 가지 약물로 구성된 처방으로, 칠정(七情)과 관련된 증상들을 다스린다고 해서 붙여진 처방명이다. 사칠탕에 들어가는 약재는 반하, 복령, 후박, 소엽으로, 뭉쳐진 기운을 풀어주고, 담음(痰飮)을 흩어주는 효능을 가진 약재이다. 여기에 그 사람이 가지는 증세나 체질을 가미해서 몇 가지 약물을 더 가미한 처방을 가미사칠탕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