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0 13:36
글마루 - 봄 부추로 봄철 나른함 이겨내기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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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부추로 봄철 나른함 이겨내기 - 글마루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면 새싹이 돋아나고 사람들은 새롭게 마음을 다짐하며 활기찬 활동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마음처럼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피곤하고, 나른하며, 춘곤증(春困症)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이럴 때 부추가 아주 좋은데, 부추는 피로를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는 효과가 뛰어나다. 부추는 1년에 10번까지 채취할 수 있지만 봄에 나오는 것이 가장 연하고 향긋하고 영양가가 높다. 이번 시간에는 봄 부추로 봄철 나른함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아보자.

 

“봄 부추는 아들 대신 사위에게 준다” 는 속담이 있다. 몸에 좋다면 아들에게 줄 것이지, 왜 사위에게 주는 것일까? 봄 부추는 몸에도 좋지만 남성의 양기(陽氣)를 돋우는데 뛰어난 효능이 있어서, 아들에게 주면 며느리가 좋아할 것이니, 차라리 사위에게 먹이는게 낫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렇게나 몸에 좋은 부추는 동의보감에서는 구채(韭菜)라고 불렀는데, “성질은 따뜻하면서 맛은 맵다. 약간 시고 독은 없다. 약의 기운이 심장으로 들어가서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위(胃) 속에 있는 열기(熱氣)를 없애며 허약한 것을 보(補)해주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고 하였다. 거기에 더불어 매운 냄새가 특별히 나기 때문에 수양하는 사람들은 꺼린다는 기록이 있는데, 바로 오신채(五辛菜)중의 하나가 바로 부추이다.

 

불교경전 <수능엄경(首楊嚴經)>에 나오는 오신채(五辛菜)란 다섯가지 매운 음식을 뜻하는 것으로, 마늘, 파, 달래, 부추, 무릇을 말한다. 스님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마음을 닦고 기(氣)를 가다듬어야 하는데, 오신채(五辛菜)를 먹게 되면, 음욕(淫慾)과 화기(火氣)가 생기게 되어 수행하는데 방해를 받게 된다. 그 중의 하나인 부추는 특히 정력을 강화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부추는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솔’ 이라 하고, 충청도 지방에서는 ‘졸’,경상도 지방에서는 ‘정구지’ 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부추를 ‘게으름뱅이풀’이라고도 부른다. 왜 게으름뱅이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크게 두가지 설이 가장 타당성이 있어보인다. 첫째로는 부추는 특별히 땅을 가리지도 않고, 아무데나 심어 놓은 다음에 거름을 주거나 보살피지 않아도 저절로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 게으름뱅이도 키울 수 있다고 하여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로는 부추를 많이 먹으면 성욕(性慾)이 강해져서 일은 안하고 자꾸 음탕한 생각을 하게 되어 게으름뱅이가 된다는 설이 있다. 양귀비는 부추를 좋아해서 집을 허물고 부추를 심었다고 하여 파옥초(破屋草)라는 별명도 붙었다.

 

또, 부추는 채소 중에서 으뜸가는 식품이라는 뜻으로, 채중왕(菜中王)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이유는 부추에는 다섯가지 덕을 고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부추의 오덕(五德)은 날로 먹어도 좋은 것, 익혀 먹어도 좋은 것, 절여 먹어도 좋은 것, 오래 보관해도 좋은 것, 매운 맛이 일관해 변하지 않으므로 좋은 것 다섯가지이다. 또, 부추에는 다섯가지 색을 가지고 있다. 줄기는 희어서 구백이라고 하고, 노란 싹은 구황이라고 하며, 파란 잎은 구청이라고 하고, 붉은 뿌리는 구홍이라고 하며, 검은 씨앗은 구흑이라고 해서 다섯가지 색을 골고루 갖추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킨다는 것이다.

 

부추를 좋아하던 역사속의 인물들도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분들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과 중국 송나라 휘종황제, 또 양귀비가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 선생은 일흔 넷까지 장수하였다. 조선시대 왕의 평균 수명이 47세였고, 조선후기 양반들이 평균 수명이 53~55세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정약용 선생의 장수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정약용 선생이 외진 유배생활에서도 건강을 유지하셨던 비결을 바로 부추에서 찾을 수 있다. 다산 시문집을 보면 “말 달리듯 빨리도 세월은 흐르는데 /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봄은 오네 / 아침상에 부추나물도 오르지 않았구나”라는 문구가 있을만큼 부추를 좋아했던 정약용 선생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 북송(北宋)의 마지막 황제인 휘종은 젊은 시절에 여자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자녀가 적었다고 한다. 그러다 부추와 부추씨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서른 쯤부터 부추를 많이 먹으면서 자녀가 십여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늦게 정력이 강해져서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되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소홀해지면서 북송(北宋)의 마지막 황제가 되고 말았다.

 

부추의 더운 성질은 인체의 열(熱)을 북돋아주며, 어혈(瘀血)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어혈로 인해 생기는 근육통이나 여성의 생리통,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手足冷症)을 치료하는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었는데, 바로 황화알릴 성분 때문이다. 황화알릴 성분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사상체질 중에서는 소음인(少陰人)에게 특히 어울리는 식품이 부추이다. 또, 만성 설사가 있는 분들, 식욕이 없는 분들, 냉대하증으로 고통받는 여성분들에게 부추가 좋다.

 

황화알릴 외에도 베타카로틴, 비타민 B1, 비타민 C 등이 아주 풍부해서 현대인의 성인병과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성기능을 강화하는 미네랄들인 셀레늄, 칼슘, 칼륨이 풍부하다. 또, 부추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뛰어난 항산화영양소로,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성인병과 노화를 예방하는데 큰 효과를 보인다. 부추에는 늙은 호박에 비해 베타카로틴이 3배 이상 많이 함유되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화하여 시력을 보호하고, 세포막의 손상을 억제하며, 항암작용을 한다.

 

또, 부추의 독특한 냄새는 알리신 성분 때문인데, 이 알리신은 비타민B1의 흡수를 촉진한다. 또, 알리신은 알리티아민 성분으로 변화하여 말초신경을 활성화하고, 에너지의 생성을 돕는 역할까지 있어, 봄철 피로를 이겨내는데 아주 좋다. 다만, 알리신 성분은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부추를 다듬고 씻는 시간이 길면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씻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좋다.

 

부추는 술과 함께 먹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부추의 뜨거운 성질이 술의 열기(熱氣)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주를 과하게 한 다음날 설사가 생기거나 아랫배가 아픈 경우에 부추를 먹으면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부추가 장에 있는 독성을 없애고 음주로 약해진 간(肝)의 기능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부추는 또 다양한 음식과 궁합이 좋다. 특히 곱창이나 돼지고기와 같은 육류와 아주 좋은 궁합을 보인다. 곱창이나 돼지고기의 지방분해를 도울 뿐 아니라, 부추의 식이섬유와 알리신 성분은 소화를 촉진시켜 소화불량을 예방한다. 또, 육류의 잡내까지 잡아주기 때문에 각종 육류를 먹을 때 부추를 더불어 먹으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재첩국에 부추를 넣어 먹는 것도 좋다. 재첩국은 칼슘, 철, 비타민, 단백질 등 피로를 회복하고 체력을 보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또, 메티오닌과 타우린은 간기능을 회복하는 영양소이다. 거기에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부추를 넣게 되면 피로를 풀어주는 완전식품이 된다.

 

된장과 부추도 좋은 궁합인데, 된장과 부추의 항암효과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된장의 짠 맛을 부추의 칼륨이 줄여주고, 된장에 부족한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보완되어서 영양면에서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부추는 씨앗도 한약재로 쓰이는데, 구채자(韭菜子)라고 하여, 몽설(夢泄-꿈 속에서 사정하는 것), 유정(遺精-소변과 같이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과 같은 남성의 양기(陽氣)가 부족해졌을 때 아주 좋은 약재로 사용된다.

 

이렇게 몸에 좋은 부추도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부추는 성질이 뜨거운 열성(熱性) 식품이기 때문에 열이 많이 나는 질병을 앓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또, 몸에 열이 많거나 음기(陰氣)가 부족해서 열이 오르는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적절한 양을 복용해야 한다. 피부에 부스럼이나 종기가 생겨 있거나 눈병으로 눈이 충혈되고 눈꼽이 많이 끼는 경우에도 부추를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아토피로 고생을 하거나, 열이 많은 체질도 부추를 조심해야 한다. 항상 몸이 뜨겁고 눈이 잘 붉어지고 입이 마르기를 잘 하고 가슴 속에도 후끈 열이 차고 코피가 잘 나거나 여드름이 많이 나고, 소변이 붉으면서 농축되어 양이 너무 적거나 혹은 변비가 심할 때는 부추를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다가올 때, 체력을 증진시키고 정력을 강하게 만드는 부추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일년 내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