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0 13:44
글마루 - 녹용과 인삼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7,120  

글마루 - 녹용과 인삼

 

일반적으로 한약이라고 하면 보약을 떠올릴 만큼 한방은 여러 가지 치료법 중에서 특이나 몸을 보(補)하는 치료 방법에 탁월한 강점이 있다. 보(補)라는 것은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약은 몸의 한 부분이나 전체가 약해졌을 때 먹어서 기운을 내게 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또는 몸의 이상을 미리 대비하여 예방하는 의미에서 보약을 먹기도 한다.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보약의 약재에는 녹용과 인삼이 있다. 오늘은 그 두가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녹용은 신체의 활력을 증강시키는 최고의 약재다. 특히 녹용은 위로 뻗어 올라가는 특징이 있어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유용하다. 녹용의 다양한 효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장 발육을 촉진한다. 사슴의 기운이 위로 샘솟아 모인 것이 녹용이다. 특히 성장을 도와주는 판토크린 성분과 뼈의 구성성분인 콜라겐, 칼슘, 마그네슘이 풍부하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뼈와 근육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약재가 바로 녹용이다.

 

둘째, 조혈기능을 촉진하여 깨끗한 피가 생기도록 한다. 녹용은 골수의 혈액생산 기능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용을 쥐에게 먹인 결과 적혈구, 헤모글로빈, 적혈구 수가 증가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녹용은 빈혈로 얼굴에 핏기가 없고, 어지럼증을 자주 호소하며, 밥을 잘 먹지 않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보약이 된다. 특히 백혈병이나 혈우병과 같은 골수의 조혈기능이 약화된 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면역력을 강화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한다. 녹용은 백혈구와 같이 면역에 관련된 세포의 분화를 도와주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세균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이를 물리칠 수 있는 강한 면역력이 생겨, 잔병치레를 덜 하게 돕는다.

 

넷째,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녹용은 내장(內臟)에 있는 평활근과 사지(四肢)에 있는 수의근(隨意筋)의 장력을 높이고 탄력성을 강화한다. 따라서 팔 다리에 근육이 약한 사람, 운동을 하면 금새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 내장 근육에 힘이 없어 설사를 잘 하는 사람, 위장 근육이 힘이 없어 먹으면 오랫동안 소화가 안 되어 배가 더부룩한 사람, 그로 인해 살이 잘 찌지 않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이처럼 녹용은 기운을 강화하고 혈액을 생성하도록 도와주므로, 거의 모든 허증(虛症)의 질환에 보편적으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한 때 녹용을 먹이면 아이가 바보가 된다고 소문이 난 적이 있다. 그래서 엄마들이 한의원에 와서 ‘녹용을 먹이면 머리가 나빠지나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녹용 자체에 머리를 나쁘게 하는 성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녹용에는 뇌수를 보충해주는 성분이 많아 아이의 머리를 영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다만 녹용을 잘못 사용했을 경우 뇌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어린이들은 말초신경계보다 뇌가 있는 중추신경계가 더 발달해 있기 때문에 고열로 인해 뇌압이 오르기가 쉽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고열이 있을 때 녹용을 먹이면 뇌압이 상승하게 되어 간혹 뇌세포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가 진찰을 하고 녹용을 먹였다면 이것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녹용을 먹고 머리가 나빠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제대로 진찰을 하고 먹이면 튼튼하고 영리한 아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녹용을 먹이려면 반드시 한의사에게 진단을 하고 먹이며, 약을 먹는 도중에 열병에 걸린 경우에는 약의 복용을 중단하고 한의사에게 문의를 해야 한다.

 

녹용이 혈액을 보충해주고 기운을 위로 올려주는 효과가 뛰어나다면, 인삼은 기력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최근에는 인삼공사의 다양한 홍보로 인해 인삼이나 홍삼이 건강식품으로서 무척 인기가 많다. 그렇지만 인삼과 홍삼이 체질과 병증에 잘 맞아서 좋은 효과를 보신들도 있지만, 오히려 체질에 잘 맞지 않은 분들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삼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인삼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신비의 영약으로 인정돼 왔고, 학명으로는 「파낙스」라고 하는데, 그리스말로 만병통치약이란 뜻이다. 우리나라는 인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고, 특히 한국산 인삼을 고려인삼이라 해서, 그 뛰어난 약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선 21대 왕이었던 영조는 인삼을 아주 즐겨 먹었다.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은 약 44세인데 반해, 영조는 83세까지 장수를 했는데, 그 이유가 인삼이 아닐까?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영조는 73세에 한 해 동안 20근의 인삼을 먹었으며, 그 이후로 흰머리가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 났다는 기록이 있으니, 인삼의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또,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재임 중에 전립선암으로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는데, 한국에서 인삼 진액을 구해 복용하고 시한부 생명을 6개월 이상 연장했다.

 

일본 황실에서도 혈통을 잇는 데 인삼이 도움을 주었는데, 아키히토 일본 천황은 맏아들인 나루히토 황태자가 결혼6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하자 인삼을 대량 주문, 장복(長服)하여 마침내 아기를 갖게 되었다.

 

한의학의 명저(名著)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인삼을 설명한 부분을 보면,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고 달면서 원기(元氣)를 크게 보(補)한다”라고 기록이 되어있다. 즉, 인삼은 기운을 돋구어주고, 피로를 풀어주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고, 허약체질을 개선시킨다. 그래서 큰 병을 앓거나 수술을 하고 난 뒤, 기력이 떨어진 사람,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수험생에게 인삼은 아주 효과가 좋다. 그리고 면역기능을 강화시켜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감기나 독감과 같은 유행성 질환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 이외에도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서 빈혈을 예방한다. 위와 장이 냉(冷)한 경우에 식욕을 돋우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심장박동수를 늘려주기 때문에 저혈압을 예방, 치료하고,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서 수족냉증(手足冷症), 발기부전증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인삼은 유통과정에서 부패하거나 손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인삼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서는 가공이 필요하다. 인삼을 어떻게 가공했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지게 된다. 밭에서 막 캐서 말리지 않은 인삼은 수삼(水蔘)이라고 하고, 이 수삼을 장기간 저장할 목적으로 증기에 쪄서 건조시킨 것은 홍삼(紅蔘), 수삼의 껍질을 벗겨내서 햇볕에 자연건조, 열풍건조를 한 것을 백삼(白蔘)이라고 한다.

 

인삼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약이지만, 함께 먹으면 효과가 더 좋아지고 상승효과를 불러오는 음식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꿀이다. 꿀은 따뜻한 성질이 있는 약재로, 인삼과 함께 다양하게 사용된다. 인삼은 인체에 유용하지만 열량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꿀과 함께 섭취하면 인삼에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다.

 

여름철 즐겨먹는 보양식인 삼계탕에는 인삼이외에도 닭과 대추가 함께 사용되는데, 인삼과 닭은 식물성과 동물성이 조화를 이루어서 보신(補身)하는 아주 좋은 음식 궁합이다. 닭고기는 쇠고기보다 단백질이 많고, 칼로리도 높고 필수아미노산과 질 좋은 지방이 풍부하고, 소화와 흡수가 잘되어서, 인삼과 함께 먹게되면 약해진 체력을 보충하는 일품 요리이다.

 

인삼, 홍삼이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삼을 먹고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인삼을 복용했을 때, 장내 미생물이 사포닌을 분해해서 흡수를 해야 하는데, 일부 사람에게는 사포닌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아예 없거나, 효소 성분 중에 일부가 결여되어, 사포닌을 제대로 분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은 인삼을 먹어도 크게 효과를 못 볼 가능성이 많다.

 

또, 인삼은 기본적으로 열(熱)이 많은 약재여서,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이 복용하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인삼의 부작용 증상은 열이 생겨서 온몸이 더워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이 충혈되기도 하고, 피부발진과, 혈압상승 등이 있는데 복용을 중지하면 이러한 증상은 몇일 내로 소실된다.

 

사상체질로 보면, 주로 손발과 몸이 차가우면서, 소화기계인 비위(脾胃)기능이 선천적으로 약한 소음인(少陰人)의 체질에 인삼이 가장 적합하고, 반대로 선천적으로 열이 많은 체질인 태양인(太陽人), 소양인(少陽人)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다.

 

간혹, 인삼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홍삼은 괜찮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렇지 않다. 인삼을 가공한 것이 홍삼이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 성질인 열(熱)을 북돋는 효능은 같아서 인삼이든 홍삼이든 열이 많은 사람이 먹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이나 병증을 한의사와 상담한 이후 인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