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2 09:45
글마루 - 술과 건강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6,858  

술과 건강 - 글마루

 

한 해 술소비량의 30% 가량이 연말연시에 소비된다. 그야말로 술과 전쟁을 치르는 셈이다. 피하기 힘든 술자리라면, 건강을 지키면서 즐길 수 있도록 건강 음주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술에 관한 기록이 많다. 한의학문헌 가운데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인 황제내경이란 책을 보면, 술을 약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한방 약리학(藥理學)의 대가(大家)인 이시진(李時珍)은 그의 저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술은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행복이다. 적당히 마시면, 기혈(氣血)을 조화롭게 하고,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추위를 막아주면서 근심, 걱정, 우수(憂愁)를 없애고, ()을 돋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술의 좋은 부분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과다한 음주를 하거나, 오랜 기간 동안 술을 계속 마셔서 몸이 상하는 것을 주상(酒傷)이라고 하는데 주상은 습()과 열()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과음하면, 정신()을 상하게 하고 수명이 줄어들뿐만 아니라, 열기(熱氣)가 아주 많기 때문에, 살이 마르고 진액이 줄어든다, 비위(脾胃)를 손상시키고, ()를 움직이게 한다.

 

연말에 건강을 지키는 음주요령을 알아보자.

 

자신의 적정 음주량을 알고 최대허용량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일 마시지 말자. 술을 마신 뒤에는 간기능이 회복되고 위점막의 상처가 회복되는데 보통 3일이 걸리기 때문에, 술을 마신 뒤에 3일은 쉬는 것이 좋다

 

한 시간에 한잔씩, 천천히 즐기면서 마신다.

 

적절한 안주는 필수이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져서, 혈중 알코올농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그러면 간에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단백질과 비타민은 알코올 해독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두부, 생선구이, 등심, 계란, 과일 안주가 좋다.

 

폭탄주는 건강에 매우 해롭다. 일반적인 폭탄주는 맥주에 여러 가지 술을 섞어서 마시는 방법으로, 맥주에 들어있는 탄산가스는 소화기관의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켜서 빠른 시간 내에 혈 중 알코올 함유량을 최대로 끌어 올리게 된다. 상대적으로 체내에 흡수되는 알콜의 양도 많아진다.

 

음주 전, 중간, 후에는 물을 많이 마셔야 좋다. 보통 알코올과 물은 110 비율로 배출되기 때문에 알코올 농도 10%인 술을 마실 때에는 열 배 가량의 물을 마셔주는 것이 좋다.

 

숙취해소에 좋은 차로는 칡즙이 있다. 한방에서는 칡뿌리를 갈근이라 하는데, 간기능을 개선시키고, 해독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칡을 간장질환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갈근은 술독을 풀어주고, 술로 인해서 생긴 병이나 갈증에 쓰면 아주 좋다.”라고 나와 있다. 실제로 알코올로 유발된 간손상에, 갈근을 투여한 결과,간수치(GOT, GPT),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그만큼 칡뿌리는 알코올 분해작용과, 간기능 개선작용이 뛰나다.

 

콩나물국도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동의보감에는 콩나물을 대두황권(大豆黃卷) 이라고 하는데, 몸에 있는 열을 제거하고 ,수분대사를 원활히 해주어서, 알코올 부산물들을 배설시켜 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콩나물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 생성을 돕는데.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 아스파라긴산은 특히 꼬리 부분에 많기 때문에, 해장국을 위한 콩나물국에는 꼬리부분을 떼어내지 않는 것이 좋다.

 

북어국도 술기운을 이겨내는데 빠질 수 없다. 북어는 간을 보호해주는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숙취제거 효과가 훌륭하다. 알코올을 섭취한 후엔,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추고, 간세포손상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성분이 꼭 필요하다. 북어에 들어 있는 알라닌, 아스파르트산, 글리신 같은 아미노산은 간세포보호 작용을 해서, 알코올 해독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가면 우리 어머님들이 꿀물 많이 타주신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꿀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돕고, 기를 북돋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혼을 허니문(Honeymoon)’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신혼부부에게, 한 달간 꿀을 먹게 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꿀에는, 꽃가루 특유의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아미노산등이 많이 들어있어서, 살아있는 식품이라 볼 수 있다. 또 포도당과 과당에 의한 피로 회복 효과는 어떤 식품과도 비교할 수 없다. 술을 마시게 되면 혈당이 떨어지게 되는데, 꿀물은 혈당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식품이다. 그 이외에도 배추, 인삼, 무즙, 미나리, 식초가 알콜을 해독하는데 좋은 식품이다.

 

서양에서는 술을 깨는데 오이피클을 많이 선호한다. 까뮈의 소설이방인에도, 술꾼들의 역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뒷골목의 오이피클 냄새를 묘사한 적이 있다. 서양 식탁에 빠지지 않는 약방의 감초 격인 오이피클이 알콜해독에 아주 좋은데, 오이는 성질이 차서, 술독으로 오른 열을 내려주고, 수분과 비타민C가 풍부해서,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식초는 주독을 빨리 풀도록 도와주는 식품다. 술을 마시면 간기능이 떨어져서, 술의 해독능력이 떨어지고,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아서 피로하게 되는데, 이때 식초를 먹으면 알코올을 빨리 해독시키고, 또 노폐물 배설을 촉진시켜서, 술을 빨리 깨게 하고, 갈증도 해소시켜주는 것이다.

 

술에 대한 상식 중에서 잘못된 것도 있다. 술 마신 다음날 사우나에서 땀을 쭉 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술 마신 뒤, 가볍게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알코올 배설에 도움이 되지만, 뜨거운 사우나나 찜질방은 위험하다.

 

술을 마시면 가뜩이나 말초 혈관이 확장되어서 땀도 많이 나게 되는데, 이 상태로 사우나에 들어가면 체표 혈관이 더욱 확장되어서 혈액이 체표와 사지에 집중적으로 모이게 되기 때문에,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서 어지럽게 되고, 간장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어서, 알코올 대사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오히려 숙취를 위해서는 편하게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좋다. 간장은 잠자는 동안에, 가장 활발하게 알코올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해장술이 숙취해소에 좋다고, 술마신 다음날 아침에 술을 찾는 분들도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낭설(浪說)이다. 이미 밤사이 술을 마시면서 간이 지칠 대로 지쳐있는데, 다시 술을 마시면 간은 더욱 손상될뿐더러, 더 이상 알코올을 분해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취기가 오래갈 수밖에 없다. 한번 술을 마시고 간세포가 회복되는데에는, 2~3일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숙취에 좋은 한방 처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소위 술병 났다고 할 때, 쓸 수 있는 처방으로 칡뿌리(갈근)이 주약재로 들어간 대금음자(對金飮子)가 있다. 대금음자는 얼마나 좋은 약이면 , ‘()과 바꿀 수 없다는 뜻의 처방을 지었겠는가? 음주 후 구토, 설사, 복통, 갈증,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대금음자는 무엇보다 좋은 처방이다.

 

대금음자 가미방 : 진피 12g, 갈근 8g, 적복령, 사인, 신곡 각 4g, 후박, 창출, 감초 각 3g, 생강 3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