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 모든 약을 조화시키고 체온을 올려주는 생강
학명 : Zingiber officinale
감기, 공자, 소동파, 율곡 이이, 건위(健胃), 지구(止嘔), 해독(解毒), 소음인, 진저롤, 소화촉진, 구토억제, 항균, 쇼가올, 항산화, 혈액순환, 진통, 육류, 어류, 배, 모과 |
1. 생강과 관련된 일화
생강은 생강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으로 원산지는 인도와 말레이시아 일대의 고온다습한 지역이다. 1세기경 아랍 상인들이 유럽에 공급하면서 전파되었으며 중국에서는 2천 5백여년 전 처음 재배하였다. 우리나라의 생강 재배는 신만석이라는 사람이 1300여년 전 중국사신을 다녀오면서 생강을 들여와 전라북도 완주에 심은 것이 시초라 할 수 있다.
생강은 맵고 따뜻한 성질을 이용하여 한약재로도 많이 이용되어왔다. 중국에서는 2천 년 전부터 의서에 이미 약재로 기록되어 있었고, 고려시대 의서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서도 생강을 약용 식물로 기록하고 있다. 불경에도 부처님이 감기에 걸려 고생하자 제자인 아난다가 만든 생강 약죽을 드시고 감기를 치료하는 구절이 있다.
<논어(論語)>에 의하면 공자(孔子)가 “한꺼번에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생강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음식에 박식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생강을 곁에 두고 항상 달여 마셨다고 한다.
대부분의 한약 처방에는 생강이 들어가는데, 생강은 약재의 기운을 뻗어나가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약물 효과가 빨리 전달되도록 하면서, 또한 독특한 방향(芳香) 성분으로 인해 약 맛을 좋게 하고, 해독 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생강은 9월부터 가을 서리 내리기 전에 캐내는 것이 가장 맛이 좋으며 싱싱하고 영양가가 높다. 전라북도 완주의 ‘봉동 생강’은 임금님에게 진상될 정도의 상품으로 <홍길동전(洪吉童傳)>의 저자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는 전주의 생강이 최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은 출셋길로 떠나는 제자에게 선물로 생강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생강이 매운 성질을 가졌으나 모든 것을 조화하며 독을 물리치는 성질을 본받아 처세에 뜻을 세우라는 의미였다.
2. 한의학에서 보는 생강
한의학에서는 생강을 생강(生薑), 선생강(鮮生薑), 자강(子薑), 자강(紫薑), 모강(母薑)등으로 부르며 약용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생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생강(生薑)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微溫)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오장(五臟)으로 들어가고 담(痰)을 삭히며 기운을 내리고 토하는 것을 멎게 한다. 또한 풍한(風寒)과 습기를 없애고 딸꾹질하며 기운이 위로 치미는 것과 숨이 차고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
“끼무릇(반하), 천남성, 후박의 독을 잘 없애고 토하는 것과 반위(反胃)를 멎게 하는 데 좋은 약이다.”
“건강(乾薑, 말린 생강)은 성질이 몹시 뜨겁고(大熱) 맛이 매우며(辛) 쓰기도(苦) 하다. 독이 없다.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잘 통하게 하고 팔다리와 뼈마디를 잘 움직일 수 있게 하며 풍(風), 한(寒), 습(濕)을 몰아낸다. 곽란(癨亂)병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과 찬 기운으로 명치가 아픈 것, 설사와 이질을 치료한다.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고 오래된 식체를 삭히며 냉담(冷痰)을 없앤다.”
생강은 맛은 맵고 성질은 살짝 따뜻한 약이다. 예로부터
생강은 뱃속을 따뜻하게 하여 소화를 돕는 건위(健胃) 작용과 더불어 구역질을 멎게 하는 지구(止嘔) 작용을 위한 약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또한 생강의 맵고 따뜻한 성질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체온을 증가시켜주어 감기로 인한 오한, 두통, 기침, 가래, 코 막힘 등의 가벼운 초기 증상을 없애는데 사용하였다.
이외에도 생강은 해독(解毒) 효과가 있어 성질이 강한 약재인 반하(半夏), 천남성(天南星), 후박(厚朴)의 독을 풀어준다.
이렇게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는 생강은 ‘신대비소(腎大脾小)’의 체질로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차가운 체질인 소음인에게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생강은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을 도와서 몸이 따뜻해지게 하므로 냉한 체질인 소음인에게 적합하다. 소음인은 감기에 걸려서 땀을 낼 때도 강한 발한제를 사용하면 안 되는데, 생강을 먹으면 땀이 완만하고 촉촉하게 나며 몸이 가뿐해 지므로 감기로 인한 피로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3. 생강의 성분과 효능
1) 진저롤(gingerol) - 소화기계 자극, 구토 억제, 항균 효과
생강의 매운 맛은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에 의한 것이다.
진저롤은 노란빛의 톡쏘는 오일 성분으로, 섭취할 경우 위의 점막을 자극하여 위액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소화가 촉진되고 식욕을 향상시키며 구역질이 멎도록 한다. 특히 임신 중인 여성의 입덧이나 멀미로 인한 구토를 완화하는데 큰 효과를 나타낸다.
이 외에도 진저롤은 항균효과가 있어 장티푸스균과 콜레라균에 대하여 강력한 살균작용을 나타낸다. 장(腸)내의 유해세균을 없애 이상발효를 억제하고 가스를 배출시켜 준다. 이 외에도 진저롤은 체내의 지질을 낮춰주고, DNA 손상을 막아 종양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소는 ‘6-진저롤(gingerol)’ 성분이 대장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진저롤 성분은 담즙분비를 촉진시켜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으며 또한 아스피린과 같이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항혈전 작용도 한다.
2) 쇼가올(shogaol) - 항산화효과, 항암효과, 진통효과
쇼가올은 생강의 또 다른 매운 성분으로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효과가 매우 우수하다. 활성산소는 유전자의 손상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유전자 손상으로 인한 암 발생을 억제하는 항암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진저롤과 쇼가올은 혈액을 맑게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한다. 이에 따라 체온이 상승하여 수족냉증 등을 완화한다.
또한 진저롤과 쇼가올은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통증 유발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여 생리통, 관절염, 두통, 요통, 견비통 등을 완화한다. 미국 마이애미 의과대학의 류머티즘 전문 의사인 레이 올트먼 박사는 <관절염과 류머티즘>이라는 의학학술 잡지에 생강이 관절염 통증을 없에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4. 생강을 먹을 때 주의할 점
1) 생강을 많이 먹으면 좋지 않은 경우
평소 몸에 열이 많고 더위를 심히 타는 사람은 생강을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자주 피로감을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며 열감과 함께 머리, 목, 어깨 등이 아픈 사람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치질이 있는 사람, 눈이 자주 충혈 되는 사람, 피부병이 심한 사람, 종기가 잘 생기는 사람, 혈압이 높은 사람도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생강을 장기간 오래 먹으면 열이 많아져서 눈병이 생긴다.’고 생강의 과다복용을 조심하도록 하고 있다.
5. 생강과 잘 어울리는 음식궁합
1) 생강과 육류, 어류
생강은 돼지고기나 쇠고기 등 육류의 소화를 도와준다. 생강 특유의 향이 고기의 냄새를 제거하고 단백질의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또한 생강은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며 어류에 의한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생선 비린내를 없애려면 생선을 한소끔 끓이고 나서 생강을 넣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생강과 함께 끓이면 생선 단백질과 생강 성분이 결합되어 냄새를 제거하는 작용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2) 생강과 배
생강과 배는 매우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예로부터 알려져 있다. 술에 생강과 배를 원료로 하는 조선의 3대 명주인 이강주(梨薑酒)와, 소주에 배즙, 생강즙, 꿀 등을 넣고 중탕해서 만든 독특한 이강고(梨薑膏)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3) 생강과 모과
생강은 따뜻한 성질이 있어 감기로 인해 오한이 들거나 기침이 심할 때 효과가 있다. 특히 묵직한 가래가 목뒤로 넘어 흐르는 ‘후비루(後鼻漏)’ 증상으로 목이 아프고 답답하며 기침이 계속될 때 모과와 생강을 함께 차로 끓여 마시면 답답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