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 천연 소화제, 밭에서 나는 인삼
학명 : Raphanus sativus L.
천연 소화제, 피라미드, 밭에서 나는 인삼, 다산 정약용, 나복(蘿蔔), 내복(萊菔), 태음인, 소화효소, 디아스타제(diastase, 에스테라제(esterase), 리그닌(lignin), 변비, 비타민 C, 기침, 기관지, 항암, 직장암, 시니그린(sinigrin), 관절염, 숙지황, 생선조림, 소고기 설렁탕, 오이 |
1. 무와 관련된 일화
무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6천년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만드는 일꾼들이 무를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 된 채소이다. 하지만 막상 유럽에서는 대중화되지 못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무를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들이 발달했다. 특히 무는 한국인의 식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왔는데, 먹는 방법도 날 것 그대로 먹기, 익혀 먹기, 썰어서 햇빛에 말려 먹기, 잎 부위를 말려서 먹기 등 다양하게 발달해 왔다.
무는 ‘밭에서 나는 인삼’이라고 불린다. 또한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라고도 하는데 천연소화제인 무에는 단백질과 전분을 소화하는 소화효소가 많기 때문이다. 변변한 소화제가 없던 옛날에는 밥, 밀가루, 국수, 보리밥 등을 먹고 체했을 때 생 무를 잘라 먹었다.
무에 대한 기록은 고려 시대의 <가포지영(家圃之詠)>에 처음 등장하며, 그 이전부터 재배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무를 ‘나복(蘿蔔)’이라 부르며 나복김치, 나복채, 나복병 등의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 때의 명칭이 이어져와 무를 썰어서 만든 김치를 ‘나박김치’라고 부르고 있다.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은 무를 좋아한 인물로 전해진다. 그는 74세 인생의 1/3을 유배지에서 보냈으면서도 500여 권의 저술을 남겼는데, 이렇게 왕성한 저술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은 바로 무였다. 다산은 무를 사시사철 곁에 두고 즐겨 먹었으며 그의 저서 중 <목민심서(牧民心書)>에는 무를 예찬하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2. 한의학에서 보는 무
한의학에서는 무를 나복(蘿蔔), 내복(萊菔) 등 으로 부르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무와 무의 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내복(萊菔, 무)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면서 달고독이 없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담이 붙어있는 것을 헤치며 소갈(消渴)증을 멎게 하고 뼈마디를 잘 놀릴 수 있게 한다. 오장(五臟)에 있는 나쁜 기운을 씻어 내고 폐(肺)병으로 피를 토하는 것과 허로로 여윈 것,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
“내복자(萊菔子, 무씨)는 배가 팽팽하게 불러 오르는 것과 뭉쳐진 것을 치료하는데 오장(五臟)을 고르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도록 한다. 또한 가루내어 미음에 타서 먹으면 감기로 인한 가래를 토하게 되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
무는 사상체질 중 태음인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태음인은 체질적으로 호흡기가 약해 기침과 가래가 많고, 고혈압이나 뇌졸중의 위험이 높으며 만약 변비가 생길 경우 건강에 안 좋은 체질이므로 이를 해결해주는 무가 잘 어울린다.
3. 무의 성분과 효능
1) 소화효소 - 소화 촉진, 변비 해소
무는 예로부터 천연소화제로 이용되어 왔는데 이는 ‘디아스타제(diastase)’라는 전분 소화효소와 ‘에스테라제(esterase)’라는 단백질 소화효소 덕분이다. 특히 떡, 밥과 같은 탄수화물 음식을 먹고 생긴 소화불량은 무를 먹어서 속이 편안케 할 수 있다.
무의 각종 효소는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장 기능을 활성화시켜준다. 무에 함유된 식물성 섬유인 리그닌(lignin)과 함께 작용하여 변비를 해결하고 장내의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2) 비타민 C - 기침, 초기 감기, 항암효과
무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여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껍질 부위에는 비타민 C가 2.5배 많으므로 껍질을 제거하지 말고 깨끗이 씻어 먹는 것이 좋다.
① 초기 감기, 기침 완화
무는 수분함유량이 높고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기관지를 보호하고 기침과 가래를 진정시킨다. 열이 나면서 기침, 가래가 심하고 인후부가 아픈 초기 감기에는 무를 갈아서 즙을 내어 먹으면 좋다. 혹은 무를 얇게 썰어 유리병에 담아 켜켜이 설탕이나 꿀을 넣고 1주일 지나 우러나온 즙을 온수에 타서마시는 방법도 좋다.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의 경우 무를 먹으면 기관지를 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② 항암효과
무의 비타민 C는 콜라겐이 형성되도록 촉진하고 체세포를 강하게 유지하여 암세포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또한 무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방지하여 항암효과를 높이는데 특히 직장암을 억제하는 효능이 크다.
3) 시니그린(sinigrin) - 관절염
관절염이 있는 환자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무청에는 매운맛을 내는 시니그린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관절주위의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통증을 없애주며 항균 작용도 강하여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
무청을 먹어도 좋지만 목욕할 때 사용해도 좋다. 말린 무청을 헝겊 주머니에 넣어 목욕물을 우려낸 뒤 이 물에 몸을 담그면 관절에 쌓인 피로가 풀리고 몸이 가벼워진다.
4. 무를 먹을 때 주의할 점
1) 생으로 먹는 것이 좋은 무
무는 생으로 먹는 편이 좋다. 무의 유효성분인 비타민 C와 디아스타제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열을 가해 조리하는 과정에서 소실되기 때문이다. 또한 무의 디아스타제와 비타민 C는 껍질부위에 많으므로 껍질째 요리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무와 식초를 함께 먹으면 아밀라아제의 활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2) 한약 먹을 때 무를 먹으면 안 된다?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난다는 속설이 있다. 한약에 쓰이는 약재 중 보음, 보혈효과가 있는 숙지황이라는 약재가 있는데, 숙지황과 무를 함께 먹으면 무의 소화작용으로 숙지황의 유효성분들이 장에 머물러 있을 시간이 단축되어 숙지황의 효능이 떨어진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숙지황과 무를 함께 먹으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근거없는 속설일 뿐이다.
5. 무와 어울리는 음식 궁합
1) 무와 생선조림
무에는 매운 맛을 내는 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란 성분이 있어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며 비타민 C와 디아스타제가 생선의 소화를 돕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준다. 또한 생선조림을 할 때 무를 바닥에 깔고 조리하면 생선이 눌어붙지 않고 무의 향이 생선에 배어 더 맛있는 생선조림을 할 수 있다.
2) 무와 소고기 설렁탕
무를 이용한 깍두기는 설렁탕과 같이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깍두기의 새콤함은 설렁탕의 누린내를 제거하며 아삭한 식감은 설렁탕의 기름기를 잡아준다. 또한 무의 소화효소가 소고기의 소화를 도와준다.
6. 무와 어울리지 않는 음식 궁합
1) 무와 오이
무는 비타민 C가 많은데 오이에는 아스코르비나제(ascorbinase)라는 비타민 C 파괴효소가 있어 무의 비타민 C를 제거해 버린다. 따라서 무 이외에도 비타민 C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재료와 오이는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