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
봄 부추는 인삼, 녹용보다 좋다
학명 : Allium tuberosum
강한 생명력, 게으름뱅이풀, 양기초(陽起草), 서태후, 다산 정약용, 목소리, 네로, 소음인, 황화알릴(allysulfide), 남성 정력 증강, 알리티아민, 항암, 냉증(冷症), 혈액순환, 소화촉진, 위장기능, 베타카로틴, 활성산소, 육류(곱창), 된장, 재첩 |
1. 부추에 얽힌 일화
부추를 한자로는 ‘구(韭)’라 하는데 이는 땅에서 작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다. 부추는 1년에 10번까지 채취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잘 자라나 강한 생명력의 의미를 갖고 있어 예로부터 제사를 지내거나 귀한 손님이 오면 부추를 내어 대접했다.
부추는 ‘게으름뱅이풀’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이는 게으름뱅이도 재배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라기 때문이며, 또한 부추를 먹으면 정력이 왕성해져 할 일은 뒷전이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된다고 해서 붙여졌다.
부추는 ‘양기초(陽起草)’라 부르기도 하는데 중국의 서태후는 스태미나 증진을 위한 식이요법으로 부추를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수련을 정진하는 불교 스님들에겐 몇 가지 금기음식이 있는데 부추, 달래, 파, 마늘, 무릇의 ‘오신채(五辛菜)’이다. 오신채를 금하는 이유는 음욕(淫慾)이 돋아 정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부추에 관련된 우리나라 속담 중에 “봄 부추는 인삼 녹용하고도 안 바꾼다.”, “봄 부추는 아들 대신 사위에게 준다.”는 말이 있다. 정력을 돋워주는 부추를 아들에게 주어봤자 며느리만 좋을테니 차라리 사위에게 먹여 딸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우리 조상들의 해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의학에도 해박했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당시 수명이었던 40세를 훨씬 넘는 74세까지 장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약용은 인생의 4분의 1을 유배지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았는데 바로 부추를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부추를 정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여겼지만 서양에서는 부추를 먹으면 목소리가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했다. 로마의 황제였던 네로는 폭군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면에 음악을 사랑하는 면도 있었다. 스스로 천재적인 음악가라고 생각했던 네로는 성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힘이 없었다. 이 때문에 좋은 목소리가 되기 위해 평소에 즐겨찾던 음식이 바로 부추였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자고새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부추를 먹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2. 한의학에서 보는 부추
한의학에서는 부추를 구채(韭菜), 부추의 씨를 구채자(韭菜子)라 부르며 약용으로 사용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부추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溫) 열(熱)하다고도 하며 맛은 매우면서(辛) 약간 시고(微酸) 독이 없다. 약 기운은 심(心)으로 들어가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위(胃) 속의 열기를 없애며 허약한 것을 보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
“부추의 씨는 성질이 완만히 따뜻하다(煖). 밤중에 몽정하는 것과 오줌에 정액이 섞여 나오는 것을 치료하는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陽氣)를 강하게 한다.”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양기를 북돋아주므로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냉하여 항상 뱃속이 찬 소음인에게 더욱 좋다.
3. 부추의 성분과 효능
1) 황화알릴(allysulfide) - 남성 정력 증강, 항암효과, 냉증(冷症) 완화, 소화촉진
부추의 황화알릴 성분은 특이한 향을 내는 물질로 마늘에도 함유되어 있는데, 정력을 증강시켜주는 강장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황화알릴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남성의 발기를 돕는다.
황화알릴은 비타민 B1과 만나 ‘알리티아민’으로 결합하는데, 알리티아민이 되면 비타민 B1보다 흡수율이 20배나 더 높아진다. 비타민 B1은 본디 말초신경을 활성화시키고 에너지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알리티아민이 되어 흡수율이 높아지면 스태미너를 증진하고 정력을 보충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며 만성피로도 해소하게 된다. 다만 알리티아민은 공기 중으로 휘발되고 물에 녹아 사라지기 쉬우므로 부추를 다듬고 씻는 시간을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부추의 황화알릴 성분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암세포의 DNA 유전인자가 분열한 후 죽도록 유도하여 암의 전이를 억제한다. 부추의 항암효과는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는데, 암세포의 세포주기 중 중간단계를 지연시킴으로써 위암, 결장암 세포의 증식을 크게 억제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외에도 간암, 유방암, 폐암 등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뛰어나다.
이 외에도 황화알릴은 혈관을 확장시켜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수족냉증을 완화하고 통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요통이 심할 경우 부추를 달인 물에 청주를 타서 마시도록 하여 혈액순환이 잘되고 몸이 따뜻해져 통증이 가라앉도록 하였다. 여성의 경우 생리통도 완화될 수 있다. 또한 황화알릴은 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식욕을 돋우고 속이 냉한사람의 복통, 설사를 다스린다.
2) 베타카로틴 - 활성산소 제거, 노화방지
부추에는 유해 활성 산소를 없애 주는 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세포와 조직의 손상을 막고 노화를 방지한다. 부추의 베타카로틴은 늙은 호박의 4배, 애호박의 19배, 배추의 83배에 달하는 양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베타카로틴은 비타민C, E와 함께 섭취하면 효과가 더욱 좋은데 부추에는 비타민 C 또한 풍부하며 활성 산소 제거에 더욱 효과적이다.
4. 부추를 먹을 때 주의할 점
부추는 뜨거운 성질이 있어 열을 내는 음식이기 때문에 평소에 열이 많은 사람이나 음기가 허약하여 열이 잘 오르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아토피가 있거나 눈이 잘 충혈되고 입이 마르고 여드름이 잘 나는 사람도 피해야 한다. 술 마신 다음날도 부추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5. 부추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
1) 부추와 육류(곱창)
부추는 육류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부추에는 살균효과가 있어 간혹 발생 가능한 식중독을 예방해주고 육류의 특이한 냄새도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육류 중에서도 곱창과 잘 어울리는데 부추의 식이섬유가 곱창의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하여 배설시키도록 돕고 부추의 황화알릴이 소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2) 부추와 된장
된장국에 부추를 넣으면 된장의 나트륨을 배출시켜 짠 맛이 줄어들면서 된장에 부족한 비타민 A와 C를 부추로 보충할 수 있어 영양학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궁합이 된다.
3) 부추와 재첩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재첩국은 칼슘, 철, 비타민 그리고 질 좋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지만 비타민의 함량이 적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에 재첩과 부추를 함께 곁들이면 비타민을 보완해주면서 성질이 차가운 재첩을 부추가 따뜻하게 완화해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