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약) 

- 오래 먹어도 부작용 없는 상약(上藥)

1. 마에 얽힌 일화

 마는 초원에 자라는 다년생 초본 덩굴식물의 뿌리로, 한약재 이름으로는 산약(山藥)이라고 부른다. 동양에서는 3000여 년 전부터 원기를 보충해주는 좋은 약재로 이용해왔다. 최초의 약물학 본초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는 마를 우리 몸을 보하면서 오랫동안 먹어도 무해한 ‘상품(上品)’으로 취급하고 있다.

 ‘서동요(薯童謠)’는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신라 진평왕 시대의 향가로 백제 무왕의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다. ‘서’는 ‘마’를 뜻하고 ‘동’이란 ‘총각’을 의미하며 ‘요’는 노래라는 뜻이다. 즉, 서동요란 ‘마를 파는 아이의 노래’라는 의미의 제목이다. 어린 시절 마를 캐어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서동(훗날 백제 무왕)이 신라 26대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좋아하여 공주를 얻기 위해 일부러 지어서 퍼트린 노래가 바로 서동요이다. 

 “선화공주는 다른 사람 몰래 서동이를 방에 숨겨놓고 밤마다 서동이를 안고 잔다.” 서동은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며 이 노래를 가르쳐주었고, 이 가사가 신라 전역으로 퍼지게 되면서 서동은 결국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게 되었다.  마를 파는 소년에서 훗날 백제의 30대 왕인 무왕이 된 것이다. 마는 이렇게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에게 가깝고 친숙한 약이자 식재료였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이끈 승병이 전쟁에서 승리한 데에는 마의 공이 있었다. 전쟁 중 탈진한 군사들을 이끌던 사명대사는 원기회복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마를 승병들에게 먹도록 하였다. 마를 먹고난 뒤 활기를 찾은 승병들은 힘을 내어 왜군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이후 사찰에서는 마를 많이 재배하고 먹게 되었으며 지금도 마는 각종 사찰음식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마 생산지인 안동에서는 옛날부터 일터에서의 새참이나 여행길의 식사대용품으로 마를 먹었다. 교통이 나쁘고 식당이 많지 않던 시절 여행객들의 허기와 바닥난 체력을 마로 달랬던 것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자메이카의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도 힘의 근원을 마라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2. 한의학에서 보는 마

 한의학에서는 마를 서여(薯蕷), 산약(山藥), 서약(薯藥)등으로 부른다. 마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달고 독이 없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허로로 여윈 것을 보하며 오장을 충실하게 하고 기력을 도와주며 살찌게 하고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한다.”

“심규(心竅)를 잘 통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의지를 강하게 한다.”

“마는 신장의 기운을 보충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위장 등 오장을 튼튼하게 해 기력을 회복시킨다.” 

“마 뿌리는 허하고 지친 데 좋으며, 여윈 것을 고치고 오로칠상(五勞七傷: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고통으로 허해짐)을 보해 주니 뿌리를 채취해 쪄서 먹거나 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

“음력 2, 8월에 뿌리를 캐어 겉껍질을 벗기는데 흰것이 제일 좋다. 생으로 말려서 약에 넣는 것이 좋다. 습기가 있는 생것은 미끄러워서 단지 붓고 멍울이 진 것을 삭힐 뿐 약으로는 쓰지 못한다.”

“말리는 법은 굵고 잘된 것으로 골라 누른 껍질을 버리고 물에 담그되 백반가루를 조금 넣어두었다가 하룻밤 지난 다음 꺼낸다. 침과 같은 것은 훔쳐버리고 약한 불기운에 말린다.”

 마는 폐의 경락(肺經)으로 들어가 작용하는 약재로, 사상체질상 간 기능에 비해 폐 기능이 허약한 태음인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3. 마의 성분과 효능

 마의 주요 성분은 수분이 65%, 당질이 25%로 녹말 이외에도 펜토산, 만난 등이 함유되어 있다. 단백질은 약 3% 함유되어 있는데 총 17종 이상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디아스타제(diastase), 아밀라아제(amylase) - 혈당강하 작용

 마에 들어 있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와 디아스타제(diastase)는 녹말성분을 포도당으로 전환시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므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강하에 도움이 된다. 마의 디아스타제는 무에 함유된 디아스타제보다 3배의 효과가 있으며 녹말의 소화를 촉진하고 소화력을 도와주는 효과가 크다.

 당뇨병 환자가 마즙을 장기간 마시면 혈당을 낮추는 효과 외에도 영양보충과 갈증 해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뮤신(mucin) - 혈관 건강 유지, 비만 예방, 위장 건강 유지

 마를 자르면 끈적끈적한 점액물질이 나오는데 이는 뮤신이라는 당 단백질로 일종의 섬유질이기도 하다.

① 혈관 건강 유지, 동맥경화 예방

 마의 끈적끈적한 성분인 뮤신은 혈관벽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여 혈관의 유연성이 유지되도록 하며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따라서 동맥경화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고 건강한 혈관 상태를 유지하여 각종 성인병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② 비만 예방과 치료

 마는 다이어트시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마에 들어 있는 뮤신은 피하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다이어트로 인한 식이 제한 때문에 초래될 수 있는 영양소 결핍을 마에 함유된 양질의 영양분으로 보충할 수 있으며 지방 감소 효과까지 볼 수 있어 상당히 이상적인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③ 위장 건강 유지, 위궤양 예방

 마에 있는 뮤신은 장내에 부착한 노폐물과 음식물 찌꺼기를 내보내고 유익한 장내 세균을 번식시켜 대장균을 해독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단백질로 이루어진 위벽이 위산에 의해 부식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므로 소화성 궤양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소화불량, 속쓰림 등의 위장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설사가 잦고 어린이나 노인처럼 신체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은 마를 먹는 것이 좋다. 위궤양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익힌 마보다는 신선한 생마를 먹는 것이 더욱 좋다. 

3) 식이섬유 - 위장관계 건강 유지 

 마는 위장관의 운동을 조절하고 소화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장내의 유익한 세균을 활성화시키고 해로운 병원성 대장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마는 알로에의 4배, 포도의 6배의 식이 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마에 함유된 풍부한 식이 섬유소는 소장의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한다. 대장에서 유익한 비피더스균과 락토바실루스균에 이용되어 장내 pH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며 장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4) 각종 영양 성분 - 면역증강 작용

 마를 먹으면 세포성 면역 및 체액성 면역 기능이 활발히 촉진된다. 또한 마에는 열량 대사를 촉진하는 비타민 B, B2, C 와 콜린, 사포닌 등의 유효 성분이 풍부하여 체력 회복에 도움을 주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준다.

5) 스테로이드 호르몬, 사포닌(saponin) - 성기능 강화(남성 정력, 정자 수 증가, 비뇨생식기 건강 유지)

 예로부터 마는 대표적인 자양강장 식품이자 지구력을 높이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마에는 스테로이드 호르몬(남성 호르몬)이 함유되어 있어 남성 생식 기능을 개선하는데, 남성 정자의 생성을 촉진하고 전립선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마에는 비타민 B1, B2, B12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남성호르몬 생성량을 늘려준다. 

 이 외에도 마에 들어 있는 사포닌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성호르몬, 황체형성 호르몬 등의 생성에 영향을 미쳐 성기능이 강화되도록 한다. 또한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의 양이 적을 때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8. 마를 먹을 때 주의할 점

1) 마를 먹으면 좋은 체질, 좋지 않은 체질

 마는 기운을 더해주는 보기(補氣)약이므로 몸이 차고 마른 사람에게 더욱 좋다. 살이 찌고 특히 몸에 열이 많으면서 체기가 있는 사람은 마를 먹어도 효능이 잘 발휘되지 않는다. 특히 복부비만이 심하거나 음식이 정체되어 있는 경우에는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체질 자체에 습한 기운이 많아서 부종이 잘 생기거나 변비가 있는 경우에도 피하는 것이 좋다. 마는 수렴 작용이 있기 때문에 변비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2) 마를 제대로 먹는 방법

 마는 날 것을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를 위해서는 생마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마의 소화효소 덕분에 생으로 먹어도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생것을 바로 갈아 먹으면 섭취하기도 편리하다. 

 마를 익히게 되면 마에 들어 있는 소화 효소가 파괴될 우려가 있으므로 너무 긴 시간 가열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마의 뮤신은 열처리를 하면 쉽게 파괴되어 버린다. 

10. 마와 어울리는 음식 궁합

1) 마와 계란 노른자

 마와 계란 노른자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마와 계란 노른자를 함께 먹으면 노른자의 콜레스테롤 흡수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에 들어있는 점액질인 뮤신이 달걀 단백질의 소화․흡수율을 높여주므로 영양을 공급하고 체력을 보강하는데 더욱 좋다. 

2) 마와 고구마

 마와 고구마를 함께 먹으면 보양 효과, 체력 보충, 기력 증강의 효과가 상승한다. 마와 고구마 모두 소화기에 부담이 되지 않고 위장관을 건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구마는 온열효과가 있으며 마도 성질이 따뜻하므로 수족냉증이 있는 경우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