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 성인병 예방과 고종황제의 풍열증을 치료한 칡
학명 : Pueraria thunbergiana
- 이광연 – 고혜련
갈근(葛根), 갈등(葛藤), 풍열(風熱)증, 고종, 발한, 해열, 진액 생성, 피부 질환, 숙취, 태음인, 카테킨, 항산화, 간기능 개선, 다이드제인, 여성 갱년기, 골다공증, 근육 이완, 푸에라린, 플라본, 뇌혈류 순환, 미나리, 녹차
1. 칡에 관련된 일화
칡은 콩과의 갈잎큰잎덩굴나무로 흰색의 뿌리 육질 부위를 식용 또는 약용으로 사용한다. 칡의 뿌리는 ‘갈근(葛根)’이라 하여 음력 5월에 채취·건조해서 약으로 쓰며, 말린 뿌리는 ‘건갈(乾葛)’이라고 부른다.
갈근(葛根)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갈씨(葛氏) 집안의 뿌리’, 즉 근원(根源)이라는 뜻으로 갈씨 소년을 구해준 전설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먼 옛날 갈씨 집안이 간신의 모함을 받아 가족들 모두 죽임을 당하고 외아들이 홀로 살아남아 산 속으로 도망치게 되었다. 이 소년은 산에서 약초를 캐는 노인을 만나 약초를 공부하며 의술을 배우게 되었는데 한 약초 뿌리로 많은 사람들의 병을 낫도록 하였다. 사람들이 이 약초의 이름을 묻자 그는 ‘갈(葛)씨 집안이 다 죽었어도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의미에서 갈씨의 갈(葛)과 생명을 뜻하는 근(根)을 합해 갈근(葛根)이라고 이름을 지어 붙였다.
또한 칡을 뜻하는 한자 갈(葛)은 ‘막을 알(遏)’에서 유래되었다. 칡덩굴이 빠르게 자라나며 질겨서 길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래된 것이다. ‘갈등(葛藤)’이라는 말도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칡은 다른 나무를 오른쪽으로 감고 오르며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고 올라자라는데 이 둘이 만나면 서로 먼저 오르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툼이 생겨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불화가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칡은 얼굴의 풍열(風熱)증과 몸의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좋은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조선 왕조 실록에는 고종의 병을 칡으로 다스린 기록이 남아있다. 고종은 얼굴과 눈의 풍열(風熱)증으로 가려움이 심해 괴로워하였는데 갈근이 들어간 처방으로 이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
2. 한의학에서 보는 칡
한의학에서는 칡의 뿌리를 약용으로 쓰는데 갈근(葛根), 건갈(乾葛), 감갈(甘葛), 계제(鷄薺) 등으로 부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갈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갈근(葛根, 칡뿌리)은 성질은 평(平)하거나 서늘하(冷)고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풍한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땀이 나게 하여 체표를 풀어 주고 땀구멍을 열어 주며 술독을 푼다. 번갈(煩渴)을 멈추며 입맛을 나게 하고 소화가 잘 되도록 하며 가슴에 뭉친 열을 없애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쇠붙이에 다친 것을 낫게 한다.”
“갈화(葛花, 칡의 꽃)는 술독을 없앤다. 칡꽃(갈화)과 팥꽃(소두화)을 같은 양으로 가루내어 먹으면 술을 마셔도 취하는 줄 모른다.”
“갈분(葛粉, 칡가루)은 성질은 몹시 차고(大寒)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번갈을 멎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어린이가 열이 나면서 명치 밑이 그득한 데 쓴다.”
갈근은 맛이 달면서 성질은 평하고 시원한 약이다. 갈근의 효능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발한, 해열, 근육 경직 완화 효과 - 발한해기(發表解肌)
갈근은 피부의 모공을 이완시켜 땀을 나게 함으로써 외부 감염으로 인한 발열, 두통, 목덜미가 뻣뻣한 증상 등을 풀어준다. 즉, 초기 감기에 열은 나면서 땀은 나지 않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심하면서 목덜미와 등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있을 때 갈근을 달여 마시면 땀이 나면서 개운해진다.
2) 진액 생성 - 생진(生津)
갈근은 진액을 생성하여 갈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열병(熱病)으로 인해 가슴 속이 답답하고 위(胃)에 열이 가득 차서 입이 마르는 증상(胃熱口渴), 당뇨병으로 인한 입마름(消渴證) 등을 치료하는데 맥문동(麥門冬), 천화분(天花粉) 등과 함께 사용하면 좋다.
3) 피부 치료 효과 - 투진(透疹)
갈근은 진액을 피부로 보내어 피부 질환을 치료해주는 효능이 있다. 홍역 초기에 반진(斑疹 : 온몸에 좁쌀만한 것이 돋는 것)이 잘 돋지 않을 때 승마(升麻)와 병용하여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4) 숙취 해소
<동의보감>에서도 갈근은 ‘술로 인해 생긴 병에 좋다’고 할 정도로 칡은 예로부터 숙취 제거에 사용되어온 약이다. 칡을 갈아서 생즙으로 마시거나 한약을 달이듯 차로 끓여 마셔도 좋다.
칡은 사상체질 중에서 태음인에게 잘 어울리는 약재이다. 태음인은 체질적으로 기혈(氣血)이 뭉치고 생리기능이 정체되기 쉬운 타입으로, 갈근은 기혈을 풀어 몸의 기능을 회복하여 준다. 또한 갈근은 태음인의 발한(發汗)을 돕고 왕성한 간열(肝熱)을 내려주며 폐에 부족한 진액을 끌어 올려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3. 칡의 성분과 효능
1) 카테킨(catechin) - 항산화 효과, 간기능 개선, 숙취 해소
카테킨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주로 녹차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칡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카테킨은 숙취의 원인 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하여 혈중 알콜농도를 낮춰준다.
① 항산화 효과
칡에 들어 있는 카테킨은 비타민보다 항산화 효과가 400배 이상 강한 성분으로, 활성 산소의 작용을 억제하고 피로를 해소하며 원기 회복을 돕는다. 그러므로 칡을 꾸준히 섭취하면 항산화 효과로 인한 항암 및 항바이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혈중 지질을 분해하여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여 비만을 예방하는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② 간기능 개선
카테킨은 지방산이 활성 산소와 결합해 생긴 유해 물질인 과산화 지질이 간에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고,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을 완화하여 간 기능을 향상시켜 준다. 또한 간의 지질 대사를 활성화시킴으로써 혈중 총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도 한다.
특히 술과 담배, 스트레스 등으로 간 기능이 저하되면 혀에 황백색의 설태(舌苔)가 생긴다. 이런 경우 칡을 먹으면 간의 해독 기능을 촉진하고 간을 보호해 황백색 설태와 입 냄새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2) 다이드제인(daidzein) -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근육 이완 효과
칡에는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다이드제인(daidzein)이 함유되어 있는데 콩의 30배, 석류의 600배 정도의 양이 들어있다. 여성은 갱년기가 되면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줄어 우울증, 기억력 감퇴, 손발 저림, 골다공증 등을 겪게 되는데 칡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여주며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칡의 다이드제인은 식물성이기 때문에 합성 호르몬과 달리 부작용이 생기지 않아 더욱 좋다.
또한 다이드제인은 근육의 경련을 진정시키는 진경(鎭痙) 작용이 있어 뒷목 근육이 뻣뻣하게 굳고 통증이 발생할 때 근육세포의 경련을 완화해 준다. 이 외에도 팔다리, 어깨, 목 등이 뻐근할 때 칡을 달여서 차처럼 마셔주면 좋다.
3) 푸에라린(puerarin) - 여성의 갱년기 골다공증 예방
칡에 함유된 푸에라린(puerarin) 성분은 콩의 제니스타인(genistein)처럼 식물성 에스트로겐 역할을 하여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식물성 여성 호르몬은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의 친화력이 우수하여 골다공증 예방 효과는 우수하면서도 여성 호르몬제를 사용할 때의 문제점인 유방암 증가 등 각종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4) 플라본(flavone) - 뇌혈류 순환 개선, 기억력 증강
칡은 뇌혈관과 말초 혈관을 확장하여 두통, 어깨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고혈압 환자의 뇌혈류 상태를 호전시켜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긴장과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뒷목 통증과 뒷머리 두통 증상에도 좋다. 이는 갈근에 함유된 플라본(flavone) 성분 덕분인데 뇌,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며 대뇌피질과 해마에도 작용하여 기억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
4. 칡을 먹을 때 주의할 점
1) 칡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하는 경우
칡은 성질이 차가운 약재로, 위장이 약한 경우에 칡을 많이 먹으면 속이 메스꺼워지거나 식욕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몸이 약하여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칡은 땀을 내어 초기 감기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나, 땀을 많이 흘리는 감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칡이 간기능을 향상시키고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해서 칡으로 만든 술이 무해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 또한 알코올이므로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은 삼가야 한다.
2) 칡을 제대로 먹는 방법
칡이 가장 맛있는 시기는 5월경이다. 칡을 부위별로 구분하면 머리, 몸통, 꼬리 부분으로 나누는데 머리 부위는 쓴 맛이 많으며 겉껍질 부위에는 단맛이 많고 몸통의 중간 부분은 녹말을 많이 함유한다. 칡의 녹말은 고급 녹말이므로 출산 후, 과로, 질병 회복기에 체중 감소와 체력 고갈이 심할 때 좋다.
칡 특유의 향긋한 냄새는 특히 머리와 겉껍질에서 많이 난다. 간 기능회복을 목적으로 한다면 유효성분인 카테킨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카테킨은 우려내는 시간이 길수록 많이 우러나오므로 약한 불에서 오랜 시간 끓이는 것이 좋다.
5. 칡과 잘 어울리는 음식궁합
1) 칡과 미나리
칡과 미나리를 함께 즙을 내서 마시면 숙취로 인한 두통이나 열성 감기에 동반된 두통 해소에 매우 효과가 좋다. 특히 두통과 함께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플 때 쓴다. 또한, 식중독에 의한 피부 발진도 빨리 낫게 할 수 있다.
2) 칡과 녹차
칡과 녹차를 배합하면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止瀉) 효과가 증대된다. 칡과 녹차의 타닌, 카테킨 등이 지사 작용과 항균 작용을 하는데, 둘을 함께 쓰면 효과가 더욱 배가된다. 특히 복통이 동반된 설사에 좋다. 칡 끓인 물에 녹차를 우려내어 마셔도 좋고, 칡가루 또는 칡의 전분과 녹차가루를 각각 넣어 따뜻한 물에 타서 마셔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