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하는 최고의 향 채소
학명 : Allium fistulosum
보리밥에 파국, 주자, 안녹산, 오신채(五辛菜), 총백(蔥白), 감기, 소화기능, 소음인, 황화아릴(aryl sulfide), 식욕 증진, 면역력 증강, 알리신(allicin), 비타민 B, 항암, 성인병 예방, 냉증 완화, 스태미나 강화, 디설파이드(disulfide)계 화합물, 진정작용, 생선, 육류, 미역
1. 파와 관련된 일화
파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소로 많은 음식에 사용되고 있다. 파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며 원산지는 중국 서부와 시베리아 지방이다. 파는 추위와 더위에 모두 강하여 시베리아에서 열대 지방까지 널리 자랄 수 있으며 동양에서는 약 3천 년 전부터 길러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 이전에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시대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이규보의 문집에도 파가 등장하여 당시에도 식용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진도와 김해, 남해, 아산, 남양주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다. 특히 진도에서 재배하는 파는 기후와 해풍의 영향으로 겨울철에도 싱싱하게 잘 자라서 품질 좋은 대파가 많이 산출되고 있다.
옛말에 ‘보리밥에 파국’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가난한 음식’을 의미하는 말이다. 중국 주자학의 시조인 주자(朱子)가 가난한 집에 시집간 딸의 집에 갔을 때 물에 소금을 넣고 파만 넣어 만든 파국과 보리밥인 ‘총탕맥반(蔥湯麥飯)’을 대접받았던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던 딸에게 주자는 이렇게 말했다. “파는 단전을 보하고, 보리는 굶주림을 가시게 하느니라. 이 두 가지 모두가 자양(滋養)에 좋은 것이니 고맙게 먹으마.”
<예기(禮記)>에 따르면 양귀비(楊貴妃)의 양아들이자 그녀의 정부(情夫)였던 안녹산이 젊음을 유지하던 비결은 모든 음식에 파를 넣어 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파는 오신채(五辛菜)의 하나로 자극이 강해 먹으면 음욕을 일으키고 화(火)를 일으켜 수행에 장애가 생기므로 불교에서는 승려들이 먹지 못하도록 하였다. 반면 오신채는 입춘 날 꼭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선조들은 이를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이라 하여 이른 봄에 나는 매콤한 파, 산갓, 당귀 싹, 미나리 싹, 무 다섯 가지 햇나물로 생채를 만들어 봄의 미각을 돋우도록 하였다.
2. 한의학에서 보는 파
한의학에서는 파를 ‘총백(蔥白)’이라 부르며 약용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총백(蔥白, 파밑)은 성질이 서늘하고(凉) 평(平)하기도 하며 맛이 맵고(辛) 독이 없다. 추위에 상하여 추웠다 열이 나는 것, 중풍, 얼굴과 눈이 붓는 것, 후비(喉痺, 목이 붓는 것)를 치료하고 태아를 편안하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간에 있는 사기(邪氣)를 없애고 오장(五臟)을 고르게 한다. 여러 가지 약독(藥毒)을 없애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분돈(奔豚)과 각기(脚氣) 등을 치료한다.”
“일명 동총(凍蔥)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겨울을 지나도 죽지 않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밑을 갈라서 심으면 씨가 앉지 않는다. 이런 것을 먹거나 약으로 쓰는 데 제일 좋다.”
“어느 곳에나 다 심는데 겨울에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반드시 양념을 하여 먹되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뼈마디를 벌어지게 하고 땀이 나게 하여 사람을 허해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파는 대체로 발산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정신이 흐려진다. 또한 흰 아래부분은 성질이 차고(寒) 푸른 잎은 성질이 덥다(熱). 상한에 쓸 때에 푸른 잎을 버리고 쓰는 것은 잎의 성질이 덥기(熱) 때문이다.”
파는 맛이 맵고 독이 없으며 파란 부분은 성질이 차고, 뿌리 부분은 성질이 따뜻하다. 파는 양기(陽氣)를 통하게 하고 땀을 나게하는 발한해표(發汗解表) 작용이 있어 감기 초기의 두통, 오한, 코막힘을 치료한다. 파의 흰 뿌리와 생강을 달여 마시는 것을 ‘총백탕(葱白湯)’이라 하여 감기처방으로 사용한다.
또한 파의 따뜻한 성질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여 소화 기능이 원활하도록 한다. 주로 뱃속이 차서 생기는 복통, 소화장애, 설사, 이질 등을 치료하며 여성의 아랫배가 차서 생긴 복통과 자궁근종도 완화한다.
파는 열성식품으로 몸을 따뜻하게 한다. 따라서 피로를 잘 느끼고 지구력이나 저항력이 약하며 몸이 냉한 소음인에게 좋다.
3. 파의 성분과 효능
1) 황화아릴(aryl sulfide) – 소화력 증강, 비타민 B 흡수 도움
① 식욕 증진과 면역력 증강
파의 독특한 냄새를 유발하는 성분인 황화아릴은 소화액의 분비를 자극하여 식욕을 증진하며 더불어 발한, 해열, 소염작용이 있다. 민간요법에서 초기 감기에 파를 많이 이용해 온 것도 황화아릴 성분의 작용 덕분이다.
② 비타민 B의 흡수를 원활히
황화아릴은 몸에서 알리신(allicin)으로 변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철과 비타민 B군이 더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특히 비타민 B1의 흡수율을 높여주므로 비타민 B1이 효과적으로 이용되도록 한다. 비타민 B1은 체내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쉽게 피로해지고 지구력이 떨어지며 냉증에 잘 걸리게 된다.
③ 항암 효과
알리신은 발암 물질의 대사를 억제하고 발암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많이 생성하기 때문에 항암 효과도 탁월하다. 또한 알리신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면서 면역 능력을 높이며, 항산화 작용이 있어 세포의 산화를 막아 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와 중국 상해 암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마늘, 파, 양파를 자주 먹는 사람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 비해 50~70%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 외에 위암과 대장암의 발생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④ 성인병 예방
파의 유화알릴 화합물은 몸에서 알리신으로 변한 후, 중성 지방과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이 체내 축척되지 않도록 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 하게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동맥경화, 고혈압, 중풍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혈압을 유발한 쥐에 파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체중이 감소되고 혈압이 낮아지며 혈중 중성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⑤ 냉증 치료, 스태미나 강화 작용
파의 알리신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하고 몸을 따뜻하여 신체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파 외에도 이런 성분이 많이 함유된 양파, 마늘, 생강 또한 예로부터 정력제로 사랑받아 왔으며 불가에서는 음욕을 동하게 하므로 먹지 않도록 하기도 하였다.
2) 디설파이드(disulfide)계 화합물 - 진정작용
파에는 알리신과 같은 디설파이드(disulfide)계 화합물이 함유되어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고민으로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 쉽게 잠들지 못할 경우에는 파를 썰어 냄새를 맡거나 파를 넣고 끓인 물의 증기를 흡입하면 숙면에 도움이 되며, 파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어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
4. 파를 먹을 때 주의할 점
1) 파를 많이 먹으면 안 좋은 경우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열성 음식인 파를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파는 발산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정신이 흐려지거나 뼈마디를 벌어지게 하고 땀이 나게 하여 사람을 허해지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기(氣)가 허약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에도 피하는 것이 좋다.
2) 알리신 성분 제대로 섭취하기
파에 함유된 알리신 성분은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에 오래 두면 저절로 손실되며 장시간 열을 가해도 파괴되어 버린다. 또한 물에도 잘 녹기 때문에 물에 오래 담가 두면 좋지 않다.
알리신 성분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썰어두거나 물에 담가두지 말고 가열 시간이 짧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3) 좋은 파 고르기
파의 녹색 부분은 끝까지 파랗고 뿌리 부분은 희고 단단하며 윤기가 있는 것이 좋다. 겉으로 두껍게 보이는 대파라도 손으로 만졌을 때 속이 헐렁한 것은 신선하지 않다. 따라서 속이 꽉 차고 하얀 부분과 녹색 부분의 경계가 선명하며 줄기가 곧은 것을 구입해야 한다.
5. 파와 잘 맞는 음식 궁합
1) 파와 생선
“회를 먹을 때 봄에는 파와 함께, 가을에는 갓과 함께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생선과 파는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특히 생선회와 생선찌개에 파는 필수인데 파가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또한 파의 맛과 향을 내는 황화아릴이 생선에 함유된 비타민 B1의 흡수율을 상승시켜 준다.
2) 파와 육류
고기를 구워 먹을 때 파를 가늘게 채썰어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파는 칼슘, 철분, 비타민 A, 비타민 C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며 위액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 기능을 돕는다. 또한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주고 몸속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기 때문에 육류를 조리하거나 먹을 때 곁들이기 적합하다. 특히 돼지고기에는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 있는데 파의 자극적인 냄새 성분인 유화아릴이 비타민 B1의 체내 활성을 향상시켜 준다.
6. 파와 어울리지 않는 음식 궁합
1) 파와 미역
파의 인성분, 황이 함유된 유화알릴 성분이 미역에 들어있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칼슘 섭취를 위해서는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파의 미끈거리는 식감과 미역의 미끈거리는 알긴산이 만나 음식 맛을 해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