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 다산 정약용의 장수비결이자 가을철 최고의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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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박과 관련된 일화
호박은 박과의 1년생 초본으로, 덩굴이 길게 자라는 덩굴풀 채소이다. 여름에 노란 꽃이 피고 난 후 길둥글게 생긴 담황색의 큰 열매가 맺히는데 이것이 바로 호박이다. 호박은 열매와 잎, 순 모두를 먹을 수 있다.
호박은 익은 정도에 따라 어린 열매는 애호박, 익어서 노랗게 잘 굳은 것은 청둥 호박(늙은 호박), 보기에 예쁜 호박은 화초호박이라고 부른다. 호박이라는 명칭은 ‘오랑캐들이 전해준 박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호박을 접한 사람은 15세기경의 제주도 사람인 김비의, 강무, 이정이다. 그들은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강풍을 만나 현 일봉 오키나와 지역인 ‘유구국’에 표류되었다. 그들은 그 곳에서 처음으로 호박을 접하였고 이듬해 조선으로 돌아와 호박을 전하였고 그 이후 17세기가 되어서야 호박은 전국에 전파되었다.
예로부터 호박은 민간에서 많이 재배되던 채소로 좋은 반찬이자 구황식품으로 사랑받았다. 각종 질환이 있을 때에도 호박은 좋은 치료효과를 발휘하였는데 설사가 심할 때는 호박잎에 소금을 넣어 먹었으며 폐농양 환자는 호박과 쇠고기를 함께 먹었고 총상이나 쇠붙이에 피부에 상처를 입었을 때, 화상을 입었을 때 생호박을 찧어서 환부위에 붙이곤 하였다.
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변비가 심한 경우에 호박씨를 먹었으며 중국의 황제는 호박씨를 정력제 삼아 먹었다고 전해진다.
긴 유배 생활을 한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방대한 저술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음주를 자주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74세로 장수를 누렸는데, 이는 바로 평소 호박을 즐겨 먹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도 호박을 무척 즐기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퇴임할 당시 77세의 나이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었는데 그의 장수 비결중 하나도 바로 호박파이로 알려져 있다.
2. 한의학에서 보는 호박
한의학에서는 호박을 남과(南瓜), 번과(番瓜), 반과(飯瓜), 승소(僧蔬), 왜과(倭瓜), 북과(北瓜), 금동과(金冬瓜), 동과(冬瓜), 복과(伏瓜) 등의 명칭으로 부른다.
<방약합편(方藥合編)>에 실린 호박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호박은 달고 따뜻해 비위(脾胃)를 보하는데 좋지만 양고기와 같이 쓰면 기(氣)가 막히게 되어 통하지 않는다.”
“호박은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좋다. 꿀과 같이 끓여 먹는 것도 좋다. 그러나 호박을 지나치게 먹으면 각기(脚氣)와 황달이 생길 수 있다.”
호박은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한 채소이다. 호박은 보중익기(補中益氣)의 효능이 있어 속을 보하고 기운을 북돋아준다. 또한 소변배출을 원활하게 하여 부종 제거에 효과적이다. 특히 산후에 붓기가 잘 빠지지 않는 경우에 더욱 좋다. 단, 신장질환에 의해 부종이 생기는 경우는 보다 더 전문적인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한 호박은 상처를 치료하고 새살을 돋게하는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외용제로 사용되어 왔다. 쇠붙이로 인하여 생긴 피부질환인 금창(金瘡)을 다스리며, 끓는 물에 덴 상처나 늑간신경통 및 다리에 생긴 궤양에도 치료효과가 있다. 외용제로 쓸 때는 호박의 속살을 고약처럼 짓찧어 붙이면 된다.
호박의 씨는 구충(驅蟲)효과가 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남녀노소의 구충제로 이용되어왔다. 회충과 촌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호박의 씨 한 줌 정도를 진하게 달인 물을 먹으면 된다.
이 외에도 호박은 임산부의 태동불안에 태아를 안정시켜 주는 안태(安胎)작용이 있다. 더불어 임신 중의 요통, 복통, 혹은 하혈이 있을 때, 임신 부종이 심할 때에도 좋다. 산후에 모유가 잘 나오지 않을 때에도 호박을 달여서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호박은 사상체질 중 태음인에게 잘 어울리는 채소이다. 태음인은 쉽게 살이 찌고 부종이 생기 쉬운 체질인데 호박이 부종을 제거해주므로 태음인에게 잘 맞는다.
3. 호박의 성분과 효능
1)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 비타민 A – 면역력 증강, 눈 건강, 항암효과, 심장질환 예방
호박은 익을수록 누런색으로 변하는데,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일수록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한다. 이러한 노란빛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 색소 때문인데, 이 물질은 호박이 햇빛의 직사광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호박에는 황색 천연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계 화합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는 카로틴, 리코펜, 루틴 등이며 카로티노이드는 몸에 흡수되면 베타카로틴이 된다. 특히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βcarotene)과 잔토필(Xanthophyll)이 함유되어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다양한 조직에 작용하여 유해산소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해독효소가 생산되도록 자극하며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그 중 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알파카로틴은 면역력 증강과 눈, 피부건강에 탁월하다.
또한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 해로운 활성 산소를 없애 성인병과 노화를 예방한다. 또한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아주며 암세포의 증식을 늦춰 주어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음식은 폐암, 결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피부암 등 각종 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혈관건강에도 필수적인 성분이다. 체내의 활성산소는 산화작용으로 엘라스틴과 콜라겐을 파괴하여 혈관 벽이 약해지도록 하는데 카로티노이드가 전환되어 생기는 베타카로틴은 이러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여 혈관 질환인 동맥 경화와 심근경색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호박의 씨에는 질 좋은 불포화 지방산인 리놀산(linolic acid)도 풍부하여 혈액 순환을 돕고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는 것을 막아 더 효과적으로 심근 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
베타카로틴은 분해되어 비타민 A로 변환되는 매우 안전한 물질이다. 베타카로틴의 장점은 많이 먹어도 독성이 없는 점이다. 다만 카로틴이 함유된 식품을 과다하게 먹으면 피하 지방 조직을 비롯한 지방 조직에 축적되어 피부,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이 노란색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카로틴의 섭취를 중단하면 곧 노란색은 사라진다.
2) 비타민 C – 항산화, 피부 미용, 혈관 건강 유지, 위궤양 회복
호박에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C는 열에 강하여 불로 가공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호박에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비나아제(ascorbinase) 효소가 들어있어 날 것으로 먹으면 오히려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없다. 호박에 열을 가하면 이 효소가 사라지므로 비타민 C를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따라서 따뜻한 죽을 만들어 먹거나 쪄서 먹는 방법이 좋다.
특히 늙은 호박은 비타민 C와 E, 카로틴이 많아 몸에 해로운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항산화 작용을 돕고 새살을 돋게 한다. 따라서 호박을 먹으면 피부가 아름다워지며 종기가 잘 생기거나 피부가 헐 때도 좋다.
위궤양을 앓는 환자는 위에 자극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소화되면서 상처가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위궤양의 주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Helicobacter pylori)로, 호박에 있는 비타민 C의 주성분인 아스코르빈산(ascorbic acid)의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람에 비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위험이 25%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하다. 또한 호박에 함유된 당질은 소화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 먹기에 좋으므로 위궤양 환자에게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동지에 호박을 먹어 중풍을 예방하던 풍습이 전해져 오고 있는데, 이는 비타민 A와 비타민 C의 효과로 혈관 건강을 유지했던 선조들의 지혜라고 볼 수 있다.
3) 당분 – 환자의 회복식, 다이어트, 당뇨병
늙은 호박은 100g당 27kcal 정도로 칼로리가 아주 낮아 쌀에 비해서 열량이 1/10에 불과하다. 호박에 함유되어 있는 당분은 소화흡수가 용이하므로 소화불량이 있는 사람이나 수술 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에게 좋은 회복식이 될 수 있다. 또한 호박에 들어 있는 시트룰린(citrulline)성분은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이뇨 작용을 증가시켜 지방축적을 막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호박의 당분은 소화가 잘 되면서 당뇨병이나 비만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회복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호박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당뇨병 치료식으로 좋으며 이뇨작용을 통하여 몸의 붓기도 빼주므로 당뇨병으로 몸에 부종이 있을 때 좋다.
4) 셀레늄(selenium) – 남성 성기능 증강
호박의 셀레늄(selenium) 성분은 정자의 생산성과 활동력을 증가시켜준다. 셀레늄이 부족하게 되면 전립선염이 생길 확률이 4~5배 이상 높아지고, 남성 불임증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셀레늄을 충분히 섭취하면 독감도 예방 할 수 있다는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소의 연구발표도 있다. 더불어 호박씨에 들어있는 스테롤(sterol)은 전립선을 튼튼하게 유지하여 초기 전립선비대증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4. 호박을 먹을 때 주의할 점
1) 호박을 먹을 때 주의할 점
호박, 당근, 귤과 같이 카로틴이 함유된 식품을 과다 섭취하면 베타카로틴 성분이 피하조직에 축적되어 얼굴 피부, 손바닥, 발바닥 등이 노란색으로 변할 수 있다. 다만 섭취를 중단하면 노란색은 곧 없어지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에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는 열에 약하여 조금만 익혀도 제거된다. 호박을 가열하면 다른 영양분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아스코르비나아제만 제거되므로 영양성분을 섭취하는데 더욱 좋다.
2) 맛있는 호박 고르는 법
애호박의 경우 6~10월 사이로 여름 장마가 마치는 시점이 좋으며 늙은 호박은 10~11월이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애호박은 너무 크지 않고 작은 것이 맛이 좋다. 색은 살짝 노란빛이 도는 녹색이며 표면에 윤기가 흘러야 하고, 꼭지는 마르지 않고 싱싱한 것이 좋다.
늙은 호박은 둥글면서 노란 빛이 고르게 익어있으며 표면에 흰 가루가 생긴 것이 좋다. 더불어 껍질이 단단하며 표면의 골이 깊게 파이고 꼭지 부분이 깊게 들어간 것이 좋다.
5. 호박과 잘 어울리는 음식궁합
1) 호박잎과 된장
호박잎은 식감이 좋고 비타민C가 많아 만성피로, 위염, 위궤양이 있는 환자에게 좋으며 낮은 칼로리와 풍부한 섬유질로 다이어트와 변비에 좋다. 다만 단백질 성분이 부족한데, 콩으로 만든 된장은 호박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주고 호박의 슴슴한 맛에 감칠맛을 더해주어 음식 궁합이 아주 좋다.
2) 호박과 육류(돼지고기), 생선류, 계란
단백질이 부족하고 비타민 A, C, 식이섬유가 풍부한 호박은 돼지고기, 미꾸라지, 계란처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므로 상호 보완적인 음식궁합을 이룬다.
특히 호박과 돼지고기가 만나면 단백질과 비타민 A의 섭취가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맛 또한 잘 어울린다.
3) 호박과 기름(식물성 기름)
호박은 기름과 궁합이 잘 맞는데, 특히 콩기름, 참기름, 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에 살짝 볶거나 곁들여 먹으면 맛이 더 좋아지고 베타카로틴 흡수가 더욱 상승한다.
6. 호박과 어울리지 않는 음식궁합
1) 호박과 무
호박을 무와 함께 요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에 풍부한 비타민 C가 호박의 아스코르비나아제 효소에 의해 파괴되므로 열을 가하여 조리하기 전에 무와 함께 두면 무의 영양분이 손실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