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한의원 이광연 박사] SBS 좋은아침 – 스트레스와 화병(2023년 9월 25일)
한의학에서는 심한 갈등이나 불안, 억울한 감정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제때 발산하지 못하고 억누르면서 가슴에 담아놓아 생긴 병을 울화, 화병이라고 합니다. 울화나 화병은 일시적으로 생기는 스트레스와 다르게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이고 형성된 만성질환으로 볼 수 있는데요. 흔히들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오른다, 가슴에 화가 뭉쳐있고 답답하다, 안정이 안 된다, 예민해진다, 잠이 안 온다, 소화가 안 된다, 한숨이 절로 난다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나이 들수록 화가 많아진다’는 진실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감정조절에 능숙해지고 화를 잘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화를 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어르신들이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분노를 억제하는 뇌 기능이나 이성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대개 40대가 되면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전두엽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매사에 시큰둥하고 귀찮고 의욕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노인들의 고집이 무섭다고 하기도 합니다. 0대 이후가 되면 사소한 일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화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특히 화병에 잘 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격이 고지식하고 타협을 잘하지 못하고 양심적인 사람, 또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며 내성적이면서 감정을 억제하는 데 익숙하고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화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화났을 때 술을 마시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술을 마시면 마시는 처음 잠깐은 심리적으로 화가 풀어지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결국에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제거하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다음날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게 됩니다.
회피요법을 씁니다.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요. 예전에는 아내가 화가 났을 때, 바로 화를 풀기 위해 대응을 했는데 그게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화를 내는 것의 80-90%는 제가 원인 제공자거든요. 맞서서 싸우다 보면 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피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내의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화가 가라앉으면 그때 이야기를 다시 합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조금 수월합니다. 제가 60을 살면서 터득한 최고 삶의 지혜는 아내를 화나게 하지마라입니다. 그리고 화가 난 아내와 맞서지 마라,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라는 겁니다.
복식호흡을 하면 더 좋은데요. 복식호흡의 깊고 느린 호흡은 항진된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저하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무너진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춰줍니다. 또 몸을 이완시켜주고 편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뇌에도 안정 신호를 보내서 우리 몸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