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한의원 이광연 박사] KBS3라디오 언제나 청춘 – 안색
Q: 흔히 ‘얼굴빛’이 안 좋은 사람을 보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되는데요. 한의학에서는 안색을 살펴서 몸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도 하죠?
이광연 * 안색
한방의 4진법이란, 4가지 진찰 방법으로, 망문문절이란 진단법이 있습니다
망진(望診), 살펴보기, 문진(聞診), 듣고 맡아 보기 문진(問診), 물어 보기, 절진(切診), 만져 보기
4가지 진단 요령에서 망진은 환자의 얼굴 피부를 보고, 건강과 장수와 질병과 그 예후를 진단하는 방법입니다
중국의 명의 편작은 제나라 환공의 얼굴만 보고도, 그가 불치병에 걸렸음을 알고 치료를 권했다고 합니다. 얼굴색은 현재의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일 수 있다는 얘기죠.
Q: 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안색을 보고
건강 상태를 진단했던 거네요?
이광연
한의학의 <황제내경>에서는, 우리 몸의 오장의 상태는 다섯가지 색으로 얼굴에 나타는데, 푸른 색은 간장, 붉은 색은 심장, 누런색은 소화기를 뜻하는 비위장, 흰색은 폐, 검은색은 신장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또, 동의보감에서는, 간에 병이 들면 얼굴이 푸르게 되고, 화를 잘 내게 됩니다. 심에 병이 들면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얼굴이 벌겋게 되고 잘 웃게 되며, 비장에 병이 들면 얼굴이 누렇게 되고 트림을 자주 하게 됩니다.
폐에 병이 들면, 얼굴빛이 허옇게 되고 기침을 잘하게 되고,
신장에 병이 들면, 얼굴이 시꺼멓게 되고 무서워하며
하품을 잘하게 됩니다.
Q: 네, 그리고 얼굴이 창백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보통 본인은 모르고 있어도 주변사람들이 보고 ‘너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하고 걱정해주는데, 이런 경우는, 어떤 문제를 예상해 볼 수 있나요?
이광연
얼굴이 창백하다면, 몸이 차가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는 몸의 면역력과 대사기능이 떨어져서,
감기에 잘 걸리는 등 잔병치레를 많이 하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이런 상태를 기력이 허약해졌다고 해서 ‘기허증’이라고 하는데, 환자들은 대개 소화도 잘 안 되고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든다고 합니다. 더 심해지면 말하는 것조차 귀찮다고 하고, 진땀이 나는 증상도 나타납니다.
또, 한의학에서 보면, 폐와 호흡기 계통이 약한 경우, 얼굴색이 창백해집니다. 따라서 얼굴색이 흰 사람들은, 조금만 찬 바람을 쐬여도, 감기에 걸리기 쉽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잘하는 편입니다.
Q: 네, 그런가하면,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얼굴이 붉은 경우도 있잖아요?
이광연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눈까지 충혈된 경우입니다.
몸의 열이 머리까지 올라와, 머리가 맑지 않고, 두통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이 몸의 윗부분에 집중되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심장에 열이 많아서, 얼굴색이 붉어지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고 안정이 안되면서, 감정 조절이 잘 안됨
Q: 특히 얼굴에서도 광대뼈 주위만 화장한 것처럼 붉은 분들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왜 그런 건가요?
이광연
눈 밑에 있는 광대뼈 주위가 분홍색을 띤다면,
혹시 폐에 병이 있는지를 의심해야 합니다.
폐결핵 환자들이 이런 빛을 띠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분홍빛이 돌더라도, 폐 질환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혈액ㆍ림프액 등, 우리 몸 안의 체액이 부족해서, 음기가 허해진 음허 증상일 때도, 이렇게 분홍빛이 나타납니다.
볼 부분이 예전보다 붉어졌다면, 술을 금하고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것이 좋습니다.
또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발라서, 혈관 확장을 막아주는 것이 좋고, 목욕이나 사우나는 가능한 짧은 시간에 끝내서, 모세혈관의 확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Q: 네, 또 얼굴이 쉽게 달아오른다는 분들도 계세요. 본인이 느끼는 증상은 둘째 치고, 사회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어떤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이광연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증은 미세한 감정변화나 온도 차이에도 얼굴이 쉽게 붉게 달아오르거나, 항상 붉은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안면홍조증 자체는 다급한 치료를 요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계신데요.
동의보감에서는 얼굴의 열, 즉 면열(面熱)이라고 하여, 위장에 열이 울체되어 위로 떠올라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무절제하고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거나, 인체 근본 에너지인 정(精)이 약해짐 등을 원인으로 보고, 위장의 열을 줄여주는 처방이나, 진액을 보충해주는 처방에 황련을 가미하여 치료합니다.
또, 갱년기 여성분들의 안면홍조에는 칡즙, 대추, 콩으로 만든 음식 등이 도움이 됩니다.
Q: 네, 얼굴이 노랗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땐 보통, ‘체했냐’고 물어보잖아요? 실제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얼굴이 노랗게 될 수 있나요?
이광연
얼굴이 노랗게 되는 경우에는, 소화기관의 문제를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한의학에서 비위라고 부르는 소화기관이 약하면,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 빈혈에 이르기도 합니다.
비장에 이상이 생기면, 헛배가 자주 붓고, 트림이 나오면서,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위장을 먼저 다스리는 것이 좋은데요.
소화기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고, 너무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이나 딱딱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체하면 잠깐 얼굴이 노랗게 변하지만, 얼굴이 노란 채 한동안 유지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럴 때 간이 안 좋은 것 아니냐고 묻잖아요? 실제 그런가요?
이광연
얼굴이 많이 노란 경우에는, 간이나 담도 질환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간이나 담도 질환이 있으면, 몸의 대사 산물인 '빌리루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눈과 피부에 쌓여서, 노란빛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황달입니다.
황달이 생기면, 눈과 얼굴 뿐만 아니라, 소변색이 진하고, 거품까지 생기면서 피부가 노랗게 변할 수 있습니다. 황달은 반드시 정확한 진단이 꼭 필요합니다
Q: 네, 그런가하면 얼굴이 검은빛이 되는 경우는 정말 걱정스러운데요.
이럴 때는 몸의 어느 부분의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게 좋을까요?
이광연
피부가 검다고 해도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있다면 오히려 신장기능이 좋은 사람에 속하지만, 평소보다 안색이 어두워지고 푸석푸석 해지는 것은,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장이 나빠지면, 얼굴색이 윤기가 없고, 거무칙칙한 느낌이 들면서, 둔한 허리통증, 이명, 어지럼증,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푸석푸석해지고, 전신이 붓는 증상이 있다면, 심장과 신장의 이상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심장이나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전신이 붓게 되는데요.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이 진행돼 심장이나 신장에 합병증이 온 경우에는, 뽀얗게 살이 오른 것과는 달리, 얼굴이 푸석푸석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은 피로가 쌓이거나 스트레스, 또는 수면이 부족할 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