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3 13:12
[KBS1라디오] 추석 제삿상의 삼색나물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7,375  

KBS 제1라디오 -- 삼색나물

 

1. 추석명절 때 제수용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지요. 이때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나물입니다. 그 중에서도 삼색나물은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 삼색나물이 무엇인가요?

 

옛말에 ‘가가례의’ 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가정마다 다른 예법이란 뜻인데 그만큼 제사 지내는 방법이 집집마다 다르고 그래서 삼색나물도 집집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삼색나물을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로 하는 경우도 있고,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는데 ,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을 삼색나물이라고 하면 색깔이 어울리지 않지요. 그래서 고사리의 갈색, 도라지의 흰색, 시금치의 파란색의 삼색이 더 일반적인 삼색나물입니다

 

2. 삼색나물이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를 말하는 것이었군요.

그런데 삼색나물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조상들의 지혜는 나물에 붙은 의미뿐만 아니라 그 효능에서도 많은 의미가 있는데 삼색나물은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금치 하면 많은 사람들이 “살려줘요, 뽀빠이”를 기억하실 텐데요.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나는 만화 주인공이었죠. 실제로, 시금치는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가 높은 채소로, 특히 시금치의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비슷한 특징이 있어 체력보충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시금치는 ‘비타민의 보고’로 불릴 만큼 여러 비타민이 고루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A와 C가 채소 중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 B1, B2, 베타카로틴과 엽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베타카로틴이 부족하면 태아의 골격에 이상이 오고 성장도 늦어지고, 빈혈을 예방해 주는 철분도 풍부하기 때문에 시금치는 산모와 태아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식품입니다.

 

[본초강목]에서 시금치는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위장의 열을 없애고 진액을 생기게 하여 갈증을 멎게 하고 호흡을 편안하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4. 시금치에 그런 뛰어난 효능이 있군요. 뽀빠이가 괜히 힘이 세지는 것이 아니었네요. 그런데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결석에 걸린다고 하던데요.

 

시금치에는 옥살산이 들어 있어서 칼슘과 결합하여 체내에서 결석을 만들 위험도 있기 때문에, 신장결석이나 담석이 있는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결석이 생기려면 굉장히 많은 양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반찬으로 조금 먹는 경우나 국이나 나물로 익혀 먹는 경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편 유럽에서는 데이트 할 때 시금치 요리는 시키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식후에 치아 사이에 고춧가루 낄까봐 걱정하듯 유럽인들은 시금치가 낄까봐 걱정한다고 합니다.

 

 

5. 시금치를 너무 많이 먹지만 않으면 결석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럼 도라지에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한약재로는 길경이라고 불리는 도라지는 우리나라에서만 식용으로 쓰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약용으로만 쓰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도라지에 대해 ‘맛은 맵고 쓰다. 기침을 멈추며, 가래를 삭이며, 고름을 빼낸다.’라고 하였습니다. 특히 도라지에 풍부한 사포닌은 기관지에 도움을 주어, 가래를 줄이고, 목이 건조할 때, 잔기침이 많을 때 아주 좋습니다.

 

한편 [본초강목]에서 도라지를 “여자의 속살을 예쁘게 하고 상사병을 낫게 하며 질투 때문에 저주받아 생긴 병에 잘 듣는다.”고 했습니다.

 

사랑과 밀접한 약초라서 재미있는데, 도라지가 상사병을 치료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더 연구를 해봐야겠네요

 

 

6. 도라지는 기관지에 좋은 약재이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고사리의 효능은 어떠한가요?

 

한의학에서는 고사리는 ‘몸의 열을 내리고, 몸에 불필요한 수분을 소변으로 잘 나가게 하며 장을 부드럽게 하여 대변을 잘 보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고사리는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훌륭한 구황식물이었죠. 건조한 고사리는 당질이 37.9%, 단백질이 27.3%가 들어 있어 영양가가 높은 편입니다.

 

고사리에는 석회질이 많아 뼈를 튼튼하게 해 주는 효과도 있고, 소변을 시원하게 잘 보지 못하는 사람, 습관성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7. 고사리는 영양가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몸의 열을 내리고 소변과 대변이 잘 나가도록 하는 효과도 있군요. 지금까지 삼색나물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요, 삼색나물이 추석 차례 상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옛 어르신들이 하시는 일에는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차례란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받치는 것 이외에도 가문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그러한 행사입니다.

 

예를 들어 제사상에 씨가 있는 감을 올리는 이유는 자손의 대가 끊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뿌리채소인 무나 도라지를 찢지 않고 저며 쓰는 이유도 ‘뿌리가 찢긴다’는 상징을 피해 가려는 의미입니다.

 

삼색나물에도 앞서 말했던 ‘조상님과 부모님 그리고 나를 잇는 가문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기름진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았지요. 그래서 추석을 지내며 오랜만에 맛보는 기름 진 음식에 의해서 배탈이 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삼색나물을 통해 열을 내려주고 소변과 대변으로 잘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어서 그 배탈을 미연에 방지해 주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