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는 덥고 하체는 차가워요, 상열하한(上熱下寒)
상체는 더운데, 반대로 하체나 사지말단은 차가운 느낌이 들어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하여, 인체의 음과 양, 열기와 한기의 조화가 깨진 것으로 본다. 오늘은 상열하한에 대해 알아보자.
상열하한이란
한의학에서는 상초(上焦)에 있는 심장의 더운 양(陽)의 기운이 하초(下焦)에 있는 신장으로 내려와서 차가운 음(陰)의 기운을 데워주고, 반대로 하초에 있는 신장의 음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서 상초에 있는 심장의 양의 기운이 과열되는 것을 견제하고 억제하는 것을 정상적인 생리기능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것이 잘 이루어지는 상태를 ‘수화상제(水火相濟)’ 또는 ‘심신상교(心腎相交)’라 하여,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아래로 내려와야 할 심장의 양기가 도리어 위로만 올라가고, 위로 올라가야 할 신장의 음기가 아래로만 내려오면 병적인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수화미제(水火未濟)’ 또는 ‘심신불교(心腎不交)’라고 한다. 이때 나타나는 병리적인 증상이 바로 상열하한이다.
상열하한의 원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받거나, 긴장하거나, 화가 많이 나면, 몸에 점점 열이 많아지게 된다. 또, 술이나 육류,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역시 열이 많이 생겨서 상체로 열이 올라간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진액이 부족해져 화기를 제어하지 못할 때도, 화기가 위로 치솟고 음기는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상열하한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상열하한은 상호균형이나 상호억제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조절 기능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인체에서 조절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호르몬의 길항작용 등이 있으며, 이들의 문제로 나타나는 질환으로는 자율신경실조증, 화병, 갱년기 증후군 등이 있다.
상열하한의 증상
상열하한은 상열과 하한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상열의 증상으로는 인체의 상부에 열감이 많이 느껴지고, 머리에 땀이 많아지며, 탈모, 피부 건조, 여드름 등이 잘 발생한다. 눈이 뻑뻑하고 충혈되기도 한다. 갱년기 여성들이 많이 호소하는 안면홍조도 상열의 증상 중 하나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잠이 잘 안 오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한증의 증상으로는 아랫배와 손, 발, 다리가 차갑고, 복통과 설사가 잦으며, 소변은 맑고 많이 보게 된다. 여성은 냉대하, 생리불순이 생길 수 있고, 남성은 성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며, 낭습과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열하한은 몸이 찬 냉증과는 다르다. 냉증은 아랫배와 손, 발뿐만 아니라 전신이 차가운 증상이다. 그래서 여름에도 이불을 덥고 자고, 겨울이 되면 무척 힘들다. 반면에 상열하한은 열의 균형이 깨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여름이 힘들고, 열을 식혀줄 수 있는 가을이나 겨울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적외선 체열 진단기로 몸의 온도를 측정해보면, 수족냉증의 경우에는 손발 온도가 실제로 내려가 있는 반면에, 상열하한은 정상인과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열하한을 줄이는 생활요법
⓵ 평소 스트레스와 화병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받는 일을 가급적 피하고, 긍정적인 자세, 취미생활 등으로 화를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⓶ 운동이 도움이 된다. 주로 하체 운동이 좋은데, 걷기, 등산, 가볍게 달리기, 단전호흡 등을 권한다.
⓷ 피로가 쌓이지 않게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⓸ 몸에 열이 생기게 하는 술, 육류,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몸을 맑게 하고 시원하게 하는 채소, 과일, 곡류를 중심으로 먹는다.
⓹ 반신욕은 땀을 내면서 노폐물을 빼주고, 몸 위아래의 기운을 조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상열하한에 도움이 되는 음식
⓵ 배추 : 위장의 소화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어, 가슴의 열을 내리고 갈증을 풀어준다.
⓶ 오이 :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 채소로, 머리와 가슴의 열을 꺼주고 부족한 음기를 보충해준다.
⓷ 박하차, 수박, 바나나, 녹즙 : 서늘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상열하한 증상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