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의 대명사,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한의학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보약은 십전대보탕일 것이다. 그만큼 효과가 좋아 쓰임새가 많기 때문인데, 오늘은 십전대보탕에 대해 알아보자.
십전대보탕이란
십전(十全)이란 ‘열 가지의 약재로 구성된 완전한 처방’, 대보탕(大補湯)이란 ‘크게 보한다’라는 의미이다. 한의학에서 인체는 기와 혈로 이루어졌다고 본다. 기(氣)는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적인 요소이고, 혈(血)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적 요소이다. 십전대보탕이란 기를 보하는 사군자탕(四君子湯)의 네 가지 약물, 혈을 보하는 사물탕(四物湯)의 네 가지 약물, 여기에 황기와 육계가 더해져 열 가지 약물로 구성된, 기와 혈 모두를 보할 수 있는 완전한 처방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십전대보탕의 적응증
십전대보탕은 몸이 피로하고 무기력할 때나, 만성질환, 병후 회복기에 좋은 보약이다. 또 남성의 갱년기와 발기부전, 여성의 갱년기와 생리불순, 생리통, 출산 후 회복과 산후풍에도 효과가 좋다. 아랫배와 손발이 차가울 때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면역기능을 강화하여 감기나 잔병치레를 예방하고, 성장발육에 효과가 있으며, 어르신들의 노화를 방지하고, 퇴행성질환에도 좋다.
기를 보하는 사군자탕(四君子湯)
사군자탕은 기를 보하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남성들의 약이며, 인삼, 백출, 복령, 감초로 이루어진다. 인삼은 기를 보하는 가장 대표적인 약재다. 만성적인 피로나 무기력, 과로, 스트레스, 저혈압에 효과가 좋으며, 예로부터 신비의 영약(靈藥)으로 불려 왔다. 백출은 소화기인 비장과 위장의 운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음식물을 잘 소화하고 흡수시킨다. 복령은 소나무를 자르고 난 뒤 여러 해가 지나서 땅속뿌리에서 생기는 약재로,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정신신경을 안정시켜준다. 감초는 여러 약들을 조화롭게 하고, 해독 작용과 체력을 증강시키는 작용을 한다.
혈을 보하는 사물탕(四物湯)
사물탕은 혈을 보하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여성들의 약이며,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으로 이루어진다. 여성들은 항상 혈이 허하거나 어혈 질환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혈이 허하다는 것은 단순히 빈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필요한 물질적인 요소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숙지황은 식물성 철분 성분이 많이 들어있고 영양이 아주 풍부한 약재다. 현삼과에 속하는 식물의 뿌리가 생지황이고, 이것을 술에 담갔다가 9번 찌고 말린 것을 숙지황이라 한다. 당귀는 혈을 만들어주는 조혈작용이 뛰어나 부인과의 중요한 약이다. 빈혈이나 생리불순, 저혈압, 수족냉증에 도움이 된다. 천궁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을 사지말단까지 잘 돌게 하므로 혈액순환을 돕는다. 작약은 근육에 영양을 주고, 혈액이 정상적인 궤도를 돌게 한다.
황기, 육계
황기는 인삼과 더불어 기를 보하는 대표적인 한약재이다. 동의보감에 ‘황기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허손증으로 몹시 여윈 데 쓰고, 기를 돕고 살찌게 하며, 추웠다가 열이 났다가 하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만성적인 피로와 기가 약해서 생기는 땀, 만성 염증에 도움이 되고, 이뇨 작용도 있다.
육계는 계수나무 몸통의 껍질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향신료와 약재로 사용되어왔다. 혈관을 확장하여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몸이 차가운 냉증을 완화하고,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며, 위액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 기능을 향상시킨다.
십전대보탕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체질
십전대보탕은 체질을 특별하게 가리는 처방은 아니지만, 열이 많은 약재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몸이 차고 냉성인 소음인 체질에 가장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소음인 중에서도 맥이 약하고, 몸이 차고, 피곤을 습관적으로 느끼면서, 허약하고 혈색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적합한 처방이다. 그렇지만 다른 체질은 맞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체질적인 특성과 증상에 따라 약재를 더하고 빼기 때문에, 십전대보탕의 활용범위는 정말로 넓다. 평소에 소화가 잘 안되거나 대변이 묽다면, 숙지황과 당귀를 증상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좋고, 육계나 인삼은 열성의 약재이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역시 조절을 해서 처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