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 가까운 봄나물 쑥. 신화에서 환웅은 쑥과 마늘로 병을 다스린다. 쑥은 겨울에 움츠러 들었던 몸이 봄을 맞아 활기를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고마운 채소다. 입맛이 없는 봄철의 식욕촉진제가 돼준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삼짇날(음력 3월3일)엔 부드러운 쑥잎을 따 쌀가루에 섞어 쪄서 떡을 만들어 먹었고 단오날(음력 5월5일)에도 쑥떡을 해먹었다. 쑥엔 단백질(5%).식이섬유(5%).비타민.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A가 많아 80g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세균 등 병원균에 대한 우리 몸의 저항력이 떨어진다.
비타민C 함량도 높아(1백g당 날 것은 33㎎) 감기 예방.치료는 물론 노화방지에 효과적이다(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 박홍주 연구관).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한 미네랄인 칼륨도 넉넉히 들어 있다(1백g당 1천1백3㎎). 1백g당 열량은 68㎉(생것, 삶은 것은 21㎉).
그러나 쑥을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술안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쑥엔 신경을 마비시키는 환각성의 약간 독한 맛이 있기 때문에 먹기 전에 삶아서 물에 하룻밤 우려내야 한다.
쑥의 독특한 향기는 치네올이란 정유(精油)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해 식사 후 소화를 돕는다. 쓴맛은 압신틴이란 고미(苦味)성분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인들이 즐겨 마셨던 쑥술 압생트는 쑥의 잎.줄기를 알코올에 부어 담근 뒤 방향(芳香)성분이 녹아 있는 것을 다시 증류해 만들었다. 예술적 영감에 도움을 준다는 입소문이 퍼져 예술가들이 즐겼다고 한다. 문제는 술에 든 튜존이란 성분이 몸에 축적되면 뇌세포가 파괴되고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 37세에 자살한 화가 반 고흐도 압생트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쑥은 한방약의 재료로도 흔히 이용된다. '3월 인진쑥, 4월 개똥쑥'이라 해 음력 3월에 채취한 것은 약효가 높지만 4월 이후에 딴 것은 약효가 별로없는 것으로 친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나는 인진쑥은 9~10월 사이에 채취해야 약효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선 쑥이 해열.진통.해독.구충작용이 있다고 해 고혈압.신경통.류머티스성 관절염.치질.간질환.부종.복통.토사.위장병 환자에게 처방한다. 뜸을 뜨거나 찜질을 할 때도 이용한다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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