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과 습도가 높아 세균들이 번식하기 쉬운 여름엔 각종 전염성 질환이 유행한다. 특히 수영, 샤워 등으로 물과 자주 접촉할 경우 귓병에 걸리기 쉽다.
사람의 귀는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외이, 중이, 내이로 구별되는데 여름에는 물과 접촉이 많은 외이에 질병이 잘 생긴다. 외이는 연골로 이뤄진 바깥쪽보다 딱딱한 뼈로 이뤄진 안쪽 부분의 피부가 얇고 매우 예민해 통증을 쉽게 잘 느낀다.
수영장의 물 표면에 많이 있는 녹농균은 수영장 소독약인 염소에도 쉽게 죽지 않으며 30도가 넘을 때 잘 자라기 때문에 여름철 귀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통증, 가려움, 고름, 난청 등을 일으킨다.
보통 귀에 물이 들어가서 염증이 생겼다고 하나 실제로는 정상의 귀에서는 물이 들어간 자체가 염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귓속이 비정상적으로 습하거나 귀지가 많이 쌓여 있는 귀에 물이 들어간 경우 비위생적 방법으로 닦아 내거나 후빈 경우에 염증이 잘 생긴다.
귀의 바깥쪽 연골 부위의 세균 감염은 중이염으로 번지기도 한다. 귀지가 심한 사람이 해수욕이나 수영 뒤에 포도상구균이나 연쇄구균에 잘 감염되므로 ‘풀 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증상은 주로 귀의 바깥쪽 부분이 붓고 가려우며 심한 통증을 느껴 씹기가 힘들거나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심하면 농이 배출되기도 한다.
상처나 염증 때문에 고막에 구멍이 뚫린 고막천공이 있을 경우 목욕이나 해수욕을 하는 중에 세균에 오염된 물이 귀에 침범할 수 있어 급성중이염을 앓을 수 있다. 귀의 통증 및 발열, 이명, 난청 등과 함께 고름이 1~2주 동안 계속 될 수 있다. 이때는 급성중이염 치료와 더불어 고막천공에 대한 고막재건술, 청력개선술 등의 근본적 치료가 필요하다.
귓속에 들어가는 이물도 여름철에 흔히 귓병을 일으킨다. 이물의 종류로는 파리, 개미, 하루살이, 바퀴벌레 등의 살아 있는 것과 성냥골, 구슬, 콩, 모래 등의 무생물이 있다. 곰팡이류도 공기 중에 있다가 귀로 들어가 번식해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귓속의 이물은 귀의 폐쇄감, 가려움, 난청, 통증 등을 일으키며 특히 곤충은 심한 통증과 잡음을 일으킨다. 콩이나 구슬 등은 간단해 보이나 귀의 복잡한 구조로 꺼내기가 어려울 때가 있어 어린이의 경우 전신 마취가 필요할 때도 있다.
살아 있는 생물 가운데 빛을 좋아하는 곤충은 전등 등으로 밖으로 나오게 유인하거나 알코올이나 올리브 기름 등을 넣어 곤충을 죽인 뒤 꺼내야 하지만 이 방법의 전제 조건은 고막이 정상적이어야 한다.
귀의 바깥쪽 연골로 이뤄진 부분에서 나오는 분비물과 탈락된 각질, 피부 기름, 털, 먼지 등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귀지는 대개는 씹는 운동 등으로 자연 배출되나 외이 중간의 좁은 부분에서 걸리는 수도 있다. 그리고 서양 사람에 비해 적지만 간혹 동양 사람에게도 인구의 5~10% 정도에서 끈적끈적한 귀지인 습이구를 가진 사람이 있어 자연 배출이 힘들기도 한다. 이렇게 외이를 막는 커다란 귀지는 난청, 외이도염증, 고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귀 안의 습도가 높아 귀지가 팽창할 수 있어 막히기 쉽고 오염된 물이 닿기라도 하면 외이도염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 된다.
여름철 귓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귀 바깥쪽의 청결과 건조가 중요하다. 과거 귀 안에 염증이 있었거나 고막천공이 있는 사람은 귀 안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귓병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심하게 귀지를 없애려 한다든지, 의사의 처방없이 항생제를 먹거나 외이를 스스로 청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외이의 심한 손상, 고막천공, 귓속 작은 뼈들의 손상으로 청력손실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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