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1:40
[ezGolf] 마늘에 대한 이야기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7,718  
마늘에 대한 이야기



전세계적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걸린 환자 수와 그로 인한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스 의심 환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환자 발생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다. 이런 보건 당국의 태도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논란을 떠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는 사스에 대해 더 큰 면역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사스 환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보다 감염이 훨씬 더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스에 대한 면역력이 강한 요인은 무엇일까? 어떤 집단의 특정질환에 대한 면역력은 그 생활 환경의 영향도 받지만 식생활의 특징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컨대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이들은 고혈압이 되기 쉽고 채소 없이 육식을 하는 이들에게는 심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와 관련해서 특히 관심을 끄는 식품은 마늘이다. 한국인은 마늘을 특히 많이 먹는다. 세계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중국이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다. 그런데 국민 1인당 연간 공급량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9.2㎏인데 반해 중국은 6㎏이었다.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등의 연간 1인당 마늘 공급량은 각각 0.3㎏, 1.9㎏, 1.1㎏이었다. 국민 1인당 마늘 공급량은 우리나라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것은 우리가 마늘이 필수적으로 들어 있는 여러 형태의 김치를 늘 먹기 때문일 것이다.

마늘과 면역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의사이며 약용식물학자인 폴 버그너는 ‘마늘의 치료능력(Healing Power of Garlic)’이란 책에서 ‘마늘을 샐러드를 만들 때 쓰이는 좋은 양념 또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중동, 인도 및 중국 요리의 재료 정도로 알고 있지만, 마늘은 의학의 초창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매우 강력하고 다양한 약이었다’고 적고 있다.

버그너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가 일으키는 감기를 예방하는 데에 마늘 즙을 코 속에 바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유는 마늘 즙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버그너는 ‘현대 항생제들은 바이러스를 죽일 수 없어 감기나 독감 같은 것을 약으로 치료할 수 없음에 반해 마늘에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는 데에 있어서 마늘을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은 없다’고 했다. 그의 주장이 옳다면 마늘 즙은 사스를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서양의 기록에 따르면 마늘이 약으로 쓰인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동의보감에도 마늘은 여러 증상을 치유할 수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마늘이 강력한 살균작용, 정장(淨腸), 이뇨촉진, 위 기능강화, 동맥경화촵고혈압 및 각기병 예방, 강정(强精)작용, 피로회복, 폐결핵 치유 등의 효과가 있고 이 밖에도 10가지의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 마늘에 들어 있는 알리인, 스코르진, 알리신 등의 성분은 항세균 화합물로 페니실린보다 강력한 항생물질임이 밝혀졌다. 이들 물질은 식중독, 결핵, 티프스 등 다양한 질병을 퍼뜨리는 미생물에 대한 항박테리아, 항곰팡이 효과가 있다. 지질의 산화를 막는 항산화 기능도 한다. 또 혈액 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혈관계 질환에 이로운 식품으로 꼽힌다. 또 세균을 죽이고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이밖에도 약으로서 마늘의 위력은 대단하다. 마늘은 미 국립암연구소가 권장하는 항암식품 1위에 올라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은 세계 각국 10만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질병관계를 조사한 결과 마늘을 많이 먹는 이탈리아, 중국, 일본 사람들이 위암과 결장암의 위험도가 각각 50%, 30% 적다고 보고했다. 미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하루 5g 정도의 마늘을 매일 먹는 사람은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률이 50%나 적었다.

마늘은 심장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이탈리아의 어느 마을에는 유난히 협심증 환자가 적은 곳이 있다. 그 이유를 캐기 위해 역학조사를 한 결과 이 마을 주민은 어려서부터 매일 마늘 한 쪽씩을 먹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외에도 마늘을 많이 소비하는 지역 사람들이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장병 발생이 적다는 연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광대 사회과학대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경남 남해, 전남 고흥, 경북 의성, 경남 의령 등의 마늘 주산지는 인구 100명당 75세 이상 노인이 6.76명으로, 대도시 장수노인 비율(100명당 1.7명)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마늘 섭취 후 수시간 내에 혈액의 섬유소 용해 작용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피가 엉기고 굳어지게 하는 혈전(피딱지)을 막아주는 것이다. 마늘 섭취량이 증가하면 이런 효과는 더욱 커지며 그 효과는 2∼4주 지속된다.

마늘은 또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준다. 심근경색증, 뇌경색 등 대부분의 심혈관질환이 혈소판이 뭉치면서 혈관을 막기 때문에 생기는데, 마늘이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마늘은 현재 심장병 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아스피린과 같은 작용 기전을 한다.


심장병 예방·혈액 응고에도 효과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에 혈류가 떨어지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진다. 그런데 마늘 또는 유사한 성분이 있는 튀긴 양파를 고지방 식품과 같이 먹으면 고지방 식사 후에 발생하는 혈소판 응집, 즉 혈액의 끈적거림을 막아주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는 마늘의 대사과정에서 발생되는 아존이라는 성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늘은 혈류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마늘 섭취 후 혈액의 비중과 혈액 속의 적혈구 등 혈구 성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것들이 모두 감소해 섭취 5시간 후 손톱에서 측정한 말초혈류가 55%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콜레스테롤 떨어뜨리는 효과도
마늘은 또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마늘가루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900㎎의 마늘가루가 총 콜레스테롤을 25% 감소시키고, 특히 혈관에 좋은 역할을 하는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을 50%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늘의 알리신 성분이 피를 엉기게 하지 않는 항혈전 작용과 피 속의 지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늘이 혈당을 11.6% 정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며, 항산화 작용으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미있는 것은 마늘을 잘 먹지 않는 미국에서는 마늘을 농약 대용으로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마늘 즙액을 적절히 사용하면 농장을 침범하는 짐승, 조류, 곤충 등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음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있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농약이 환경과 생태계에 끼칠 수 있는 폐해를 줄이는 데에 마늘이 쓰일 수 있다면 큰 다행일 것이다.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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