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4:52
[전북일보]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 - 형님의 매실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8,339  

형님의 매실 ==전북일보

 

저번 토요일, 내 고향 남원에서 농원을 하는 아는 형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따 이원장 왜 그리 전화를 안 받는 당가. 지금 남원 읍내 나와서 자네한테 보낼라고 매실하고 밭에서 난 것들을 준비했응께, 한의원에서 쓰든가 사람들과 나눠먹든가 하게.” 하면서 전화를 끊으시는 거다.

 

그 형님은 어렸을 적에 공부도 잘하시고 똑똑한 형이었는데, 가정형편이 어렵고 동생들이 많아서 스스로 공부를 포기한 분이셨고 성격이 더 없이 좋으셔서 평소에 친구들이 무척 많고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나에게까지 철철이 나오는 시절음식을 보내주시곤 한다.

 

터미널에 나가서 보내준 것을 받아와서 풀어보니 매실 큰 세 뭉치와 상추, 복분자, 돼지고기 고추 등등 이것저것 많이 들어있었는데. 그것들을 여기 저기 나눠서 먹으면서 다시 한 번 시골에 계시는 형님과 형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 많은 과일 중에서도 매실은 정말 좋은 과실인데 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로, 주로 5~6월에 청색이나 황색이 되었을 때 따서 이용을 한다.

 

식중독을 예방해주고 ,소화기와 장을 튼튼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피로도 풀어주고, 술로 인한 주독도 풀어준다. 거기에 여성들 피부미용에도 좋으니 과연 과일의 팔방미인이라 할 만 하다.

 

1953년 영국의 크레브스 박사는 매실이 식중독을 유발하는 균의 성장을 막는 항균작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서 노벨의학상까지 받았다. 일본은 섬나라기 때문에 생선요리가 많아서 식중독의 위험도 큰데 우메보시라는 매실장아찌를 이용하여 식중독의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또 매실에는 구연산과, 사과산, 주석산 같은 유기산이 풍부하여 위장의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위산분비를 촉진시켜서 식욕을 돋우고, 소화불량에도 효과가 아주 좋다. 또 이런 유기산은 우리 몸의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하는 데에도 뛰어나 피로회복에도 좋다.

 

한편 동의보감을 보면 매실은, “갈증과 흉부의 열기를 없애고, 구토와 이질을 멎게 하며 술독을 풀어 준다.”라고 기록되어있다.

 

매실에 관한 고사 중에 ‘망매지갈’이란 말이 있는데, 삼국지의 조조가 병사들의 갈증으로 사기가 떨어지자 “저 산 너머에 매실나무가 있다.”라고 거짓말을 하여 병사들의 갈증을 해결했다는 이야기이다.

 

매실의 신맛을 생각만 해도 갈증이 풀릴 정도로 매실은 갈증을 풀어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름철에 땀 흘리고 갈증을 해소해 주는 데에는 매실만한 게 없는 거 같다.

 

또 매실은 간장의 기능을 활성화 시켜서 숙취나 멀미에도 효과적이고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변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고향에 계신 형님의 고마움을 생각하고, 매실로 좋은 술을 담아 놨다. 8월초 고향으로 의료봉사 갈 때 한 병 가지고 가서 형님이 주신 매실로 담가놓은 술을 하면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려니까 벌써부터 소풍가기 전날처럼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