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5:55
글마루 2011년 7월 - 더위타는 체질(身熱)과 더위 이기는 방법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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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타는 체질(身熱)과 더위 이기는 방법

 

유독 여름만 되면 더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 많이 볼 수 있는데, 진찰을 해보면 평소에 흔히들 하는 말로 몸에 열이 많은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여름나기가 보통 고역이 아니다. 평소에 몸에 열이 많아서 여름나기가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한의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몸이 지치고 무기력한 것과는 다르게 여름의 높은 기온 자체를 못 견디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더위를 참지 못하는 것을 열불내성이라고 하고, 열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기운을 상한다(熱傷氣)고 하여, 옛날부터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평소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항상 얼굴이 상기되고, 무기력해지면서, 쉽게 피로를 느끼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고, 갈증을 느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여러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여성의 갱년기와 비슷하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몸의 열을 만드는 불, 즉 화(火)의 기운과 열을 식혀주고 몸을 촉촉하게 해주는 물, 즉 수(水)의 기운이 서로 균형을 유지해야 정상인데, 선천적인 체질문제든, 후천적인 섭생의 잘못이든, 인체의 수와 화의 균형이 깨져서 더운 화의 기운이 냉한 수의 기운보다 강하게 되면, 몸에 열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에 진액이 마르기 때문에 수분이 고갈되어서 상대적으로 양의 기운이 많아지는 음허화동(陰虛火動)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더운 여름이 되면, 외부의 더운 기운과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기는 열이 더해지면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여름나기가 훨씬 더 힘들다.

사상체질로 보면, 주로 태양인과 소양인이 열이 많고, 태음인 중에서도 열태음인의 경우에는 몸에 습기와 열이 축적되기 쉽기 때문에, 여름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성격이 불같은 태양인은, 기운이 위로 솟는 성질이 있는데, 더운 기운이 계속 위로 올라가면 머리가 맑지않고 구토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기를 내려주고 음기를 보충해주는 담백한 해산물이 좋고, 찬 성질을 가진 메밀 냉면이 도움이 많이 된다.

소양인은 열이 많고 더위에 빨리 지치는 체질이기 때문에, 야외운동보다는 수영 같은 물놀이가 좋은데, 열을 식혀주는 수박과 참외가 좋고, 반면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으면 몸에 열이 더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삼간다.

태음인은 몸이 뚱뚱한 비습 체질이기 때문에, 여름철이라도 땀을 흘리는 운동이나 목욕을 통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게 좋다. 대신 땀이 많아서 생기는 습진, 땀띠 등을 예방하도록 샤워를 자주 하는 것이 좋고, 보양식으로는 육개장과 냉콩국수가 좋다.

더위를 식히는 한방약차로는 박하차, 국화차, 칡차, 녹차, 대나무잎차가 좋다.

박하는 성질이 차고, 맛이 매우면서, 머리와 눈을 아주 시원하게 해주고, 몸에 열을 내린다. 이러한 이유는, 중추신경을 흥분시켜서 피부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샘 분비작용을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열이 발산되는 것이다.

국화도 찬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의 열기를 내려줄 뿐만 아니라, 특히 머리위로 떠오르는 열기를 내려주기 때문에, 눈이 충혈 되었을 때나, 두통과 현기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향이 은은한 국화차를 마시면 마음이 안정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칡은 한방에서 갈근이라고 하는데, 가슴의 열을 내려주고, 진액을 생기게 하기 때문에 갈증을 멈추게 하는 작용이 있다. 땀을 나게 하고 열을 내려서, 고열·두통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많이 쓰인다.

《동의보감》에는 녹차는 기분을 안정시켜주고, 소화를 잘되게 하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갈증을 멈추는 효과로 설명한다. 또, 녹차는 고혈압, 두통에도 좋다.

대나무잎차(竹葉茶)에서 대나무의 푸른 잎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에 가득찬 열을 제거해주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할 뿐아니라, 혈압을 낮추고 목이 마른 번갈증상을 풀어준다.

조선시대에는 단오가 되면 내의원에서 제호탕(醍醐湯)을 만들어 충성스런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던 풍습이 있었다. 제호(醍醐)의 의미는 불교경전에서 찾을 수 있다. 우유를 정제하면 유(乳), 락(酪 치즈), 우소(牛酥 연유), 숙소(熟酥), 제호(醍醐)의 5 단계의 제품이 나오는데, 이 중 제호(醍醐)의 맛이 가장 좋아서 불교에서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맛, 곧 가장 숭고한 부처의 경지를 제호(醍醐)라고 한다. 그만큼 정신을 맑게 하며, 여름철 더위를 물리쳐주고, 배탈이나 수인선 전염병 등 잔병치레를 예방하는 청량음료 역할을 하기에, 감히 ‘제호탕’이라 이름을 붙여 충신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또 하나의 여름철 한방 음료로 ‘생맥산(生脈散)’이 있다. ‘맥을 살린다.’는 이름처럼 여름철 더위로 땀을 많이 흘려 갈증이 심하고, 기운이 없을 때 진액(津液)을 보강하고 또한 심장기능을 강화하여 생기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처방이다.

이 두 처방은 여름철 갈증해소와 더위를 이겨내는 비방으로, 두 처방의 약물을 같이 끓여서 냉장고 가득 넣어두고 마시면 온 식구의 여름 청량음료로 제격이다.

♧ 제호탕 ♧

오매(매실) 400g, 백단향 32g, 사인 16g, 초과 12g을 가루 내어 꿀 1.8ℓ에 버무려 살짝 끓인 다음, 자기에 담아두고 냉수에 2~3스푼씩 타서 마신다.

♧ 생맥산 ♧

맥문동 8g, 인삼, 오미자 각 4g을 물 1.5ℓ로 끓인 후,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시원하게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