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6:18
글마루 2011년 12월 수족냉증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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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루 - 수족냉증(手足冷症)

 

날씨가 추워지면 몸이나 아랫배가 차갑고, 손발이 얼음장처럼 시려운 분들이 많다. 특히 손발이 차가운 것을 수족냉증(手足冷症)이라고 한다. ‘차가운 손’하면 로맨틱한 소설이나 노래 가사에서 여주인공의 가녀리고 연약한 모습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손, 발이 차가운 당사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고통이다. 손이 차가우니 악수를 하면 상대방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여름철에도 발이 차가워서 양말을 신고 주무시는 분들도 있다.

 

수족냉증은 대개, 주위 기온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계절과 상관없이 증세가 1년 내내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수족냉증을 가진 분들은 체열진단기로 차가운 냉증 부위의 체온을 측정해 보면 다른 부위에 비해서 무려 1∼2도 정도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 손, 발이 시리고 차가운 것은, 외부의 찬 기운으로 인해서 생기는 것보다는 우리 인체에 있는 뜨거운 양의 기운(陽氣)이 쇠약해지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음의 기운(陰氣)이 비정상적으로 왕성해져서, 손발의 끝이 차고 시려운 증상이 생긴다고 본다.

 

한의학에서 보는 수족냉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장기능의 허약, 비위장기능의 허약, 혈허(血虛) 이렇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장(腎臟)은 인체의 난로에 해당한다. 아궁이에 불을 떼줘야 집안이 따뜻해 지듯이, 신장에 원기가 가득 차야 우리 몸도 따뜻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난로에 해당하는 신장(腎臟)의 원기가 부족해지면, 사지말단으로 열기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손발이 차게된다.

 

비위장(脾胃臟)은 음식물을 받아들여 소화시키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런데, 비위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허약해지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몸 구석구석으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어 손발이 차가워진다.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혈액이나 체액을 뜻하는 혈(血)이 부족해지면, 순환할 혈(血)의 양(量) 자체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수족냉증 뿐만 아니라, 얼굴에 핏기도 없고, 무기력하면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수족냉증 자체 보다는 수족냉증을 동반하는 질병을 파악하여 치료하는데 중점을 둔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① 심리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나 호르몬 변동이 심한 사람, 또는 냉방병으로 외부 온도변화에 적응이 잘 안 되는 경우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 기능이 문란해진 경우

② 빈혈이나 저혈압으로 인해 손발로 혈액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③ 레이노씨병이나 버거씨병 등으로 손발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수축하는 경우

④ 당뇨병, 갑상선 기능저하증, 동맥경화증, 심장병, 루푸스 등 질환이 있는 경우

⑤ 뇌졸중, 척추 디스크, 수근관 증후군 등으로 신경이 눌리거나 손상을 당한 경우 그 이하부위에 냉증과 더불어 무력감, 감각 둔화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⑥ 알코올 중독증이나 과도한 흡연으로 손발의 혈관이 막히거나 신경이 파괴된 경우

 

수족냉증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그러한 이유는 생리와 임신, 출산등의 호르몬의 변화는, 혈관의 확장과 수축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고, 특히 폐경 이후 여성들은 난소기능이 떨어지면서 혈관기능도 같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수족냉증이 많이 생긴다. 또,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것도 수족냉증에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분들이 특히 수족냉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게 되면, 신경과 혈관에 장애가 생기면서 처음에는 발이 차거나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발이 찬 증세가 오랫동안 경과하게 되면, 상처가 나면 아물지 않고 상처부위가 괴사가 되는데, 이런 경우를 ‘당뇨발’이라고 부른다. 통계적으로 보면, 전체 당뇨환자의 15%가 이러한 ‘당뇨발’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어르신 분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당뇨가 오래되신 분들도 그렇지만, 담배를 피우는 분들께서도 손발이 차가운 경우가 많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말초혈관 수축, 심장 관상동맥혈관 수축, 혈관벽 손상 등을 일으켜서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서 손발이 차갑게 된다. 또, 담배연기의 일산화탄소는, 산소대신 헤모글로빈과 결합하기 때문에, 몸의 저산소증을 일으켜서 수족냉증을 유발한다.

 

당뇨, 담배 뿐 아니라 나이도 수족냉증의 적이다. 어르신들의 손발을 잡아보면 이상하게 차가운 분들이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 몸의 기능은 떨어지게 된다. 특히 손, 발의 말초혈관의 기능이 떨어져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심장의 펌핑 기능도 약해져서, 심장에서 멀리 있는 손발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의 기운이 인체의 근본 에너지라고 보는데, 나이가 들면 신장의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면서 손발이 차가워지는 수족냉증이 쉽게 오는 것이다.

 

수족냉증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조깅, 등산, 걷기, 자전거타기와 같은 꾸준한 운동으로 심폐기능을 강화 시켜주면,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기혈의 소통이 잘되기 때문에 수족냉증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러한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되, 최소 30분 이상, 일주일에 4, 5일 이상 해야 수족냉증에 도움이 된다.

 

청주 목욕이나 파뿌리 목욕도 수족냉증에 좋다. 37~39℃ 정도의 물을 욕조에 받은 후, 청주 1.8ℓ나 한단 분량의 파뿌리 또는 양파 2개를 망에 싸서 넣고 15~30분 정도 반신욕을 한다. 파뿌리와 양파에는 유화알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에 음식으로 먹어도 좋고, 목욕을 해도 몸이 따뜻하게 된다.

 

반신욕을 할 때 손은 욕조 밖에 걸치고 있는 것이 좋으며, 목욕이 끝나면 바로 양말을 신어주어야 확장된 혈관이 급작스럽게 수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반신욕이 여의치 않으면, 족탕요법을 매일 실시하는 것도 좋다. 39~41℃ 정도의 따뜻한 물을 복숭아뼈 위 3cm 만큼 채운 후 15~20분간 담그고 있으며, 물이 식으면 더운물을 조금씩 보충해주도록 한다.

 

수족냉증에는 도움이 되는 음식과 피해야 하는 음식이 있다. 도움이 되는 음식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식품이고, 피해야 하는 음식은 그 반대의 식품이다.

 

도움이 되는 식품 : 마늘, 생강, 양파, 파, 부추, 후추, 산초, 고추, 겨자, 쑥, 달래, 계피, 모과, 들깨, 미나리, 쑥갓, 당근, 찹쌀, 닭고기, 개고기, 염소고기, 소의 간, 뱀장어, 고등어, 미꾸라지, 귤, 오렌지, 레몬, 사과, 매실, 대추, 인삼차, 생강차, 꿀차, 쌍화차, 대추차

 

피해야 하는 식품 : 냉면, 녹두나 메밀 식품, 밀가루 음식, 빙과류, 덜 익은 과일, 돼지고기, 회, 초밥, 수박, 배, 참외, 메론, 맥주, 녹차, 보리차, 탄산음료

 

대표적으로 좋은 음식은 우선 부추를 꼽을 수 있다. 부추는 따뜻한 성질로, 본초강목에서 보면, 부추는 인체 에너지의 근원인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정기를 갈무리해 준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부추의 이런 작용은, 매운 맛을 내는 유화알릴 성분 때문인데, 이것은 자율신경을 자극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주고, 혈맥을 소통시키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손과 발이 따뜻하게 된다.

 

계피도 수족냉증에 좋다. 계피의 정유성분인 시나몬 오일은 심장의 관상동맥과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서 많은 혈액이 손끝 발끝까지 뻗어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생강은 약으로도 쓰일 뿐 아니라 차요법으로 많이 이용하는 식품인데. 생강은 성질이 굉장히 따뜻하다. 생강의 주요 성분인 zingiberol은 심장의 수축력을 강화시켜서, 말초혈관까지 혈액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인삼은 보약의 대명사로서 성질이 따뜻하여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워주며, 진액을 생성시켜 주므로 전신이 쇠약하고 피로할 때, 큰 병 후 원기 회복에, 빈혈이 있을 때 빠지지 않고 쓰이는 약재이다. 특히 위장하수나 위무력증 등으로 소화가 잘 안되고 식욕이 없을 때 인삼 사포닌은 비위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한방적으로 비기(脾氣)가 허약한 사람은 사지가 영양을 받지 못해 사지가 무력하고 냉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때 인삼을 먹으면 비기가 강화되면서 손발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여성의 수족냉증에는 익모초고가 좋다. 익모초(益母草)는 ‘어머니, 즉 여성을 유익하게 하는 약초’라는 이름처럼 여성에게 두루 유익한 약재이다. 여성들의 냉증은 주로 자궁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경우가 많아 대개 생리통과 생리불순, 물 같은 냉대하를 함께 호소한다. 익모초는 자궁과 모세혈관의 혈류를 개선하는 효능이 있어서 꾸준히 장복하면 이 모든 증상들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익모초가 이처럼 여성들을 위한 약재이지만 수족냉증이나 저림이 있는 남성들이 이용해도 아주 좋다. 익모초를 다음과 같이 조청으로 만들어두면 복용하기 쉽다.

 

♧ 익모초고 만들기

잘게 썬 익모초 600g에 물 5ℓ를 넣고 끓여 반으로 줄면 약물만 걸러서 냄비에 부어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약한 불에서 곤다. 조청처럼 걸쭉해지면 익모초고 완성. 익모초고를 냉장보관하고 하루 2~3회 한 스푼씩 온수에 타서 마신다. 입맛에 따라 꿀을 타서 마셔도 좋다.

 

또, 쑥 조청도 좋다. 쑥은 성질이 따뜻하여 아랫배를 데워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므로 예로부터 여성들의 손발과 아랫배 냉증, 생리질환, 복통에 많이 애용되었으며, 또한 지혈효과가 커 허한성(虛寒性)의 자궁출혈이나 유산기가 있을 때에도 치료용으로 많이 쓰였다. 쑥은 5월 단오 때 것이 가장 약효가 좋으므로, 그때 많이 구해서 조청을 만들어 놓으면 일년 내내 손쉽게 먹을 수 있다. 쑥 조청은 익모초고 만드는 법과 동일하다.

 

몸이 전체적으로 차가운 냉증에는 뜸이 좋다. 얼음을 녹이는 것은 바로 뜨거운 열기운이다, 그런 의미에서 냉증에는 뜸이 아주 효과적이다. 특히 배꼽은 인체의 난로인 신장과 연결되는 통로로서, 배꼽에 뜸을 뜨면 신장에 열기가 전달되어서 온몸으로 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

 

구멍이 여러 개 난 뜸관을 이용해서 뜸을 뜨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실시해야 효과가 난다. 손가락 발가락이 접해지는 부위를 팔풍 팔사혈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부위에 간접뜸을 뜨는 것도 좋다.

 

뜸 냄새가 싫은 분들은 후라이팬에 굵은 소금을 볶은 뒤, 광목에 싸서 배꼽에 얹어두는 것도 좋다. 단,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실시해야 효과가 난다는 점이다. 겨울 내 얼어있던 강물이 한번의 쌀랑이는 봄바람에 녹지 않듯, 우리 몸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수족 냉증에 좋은 지압점은 아랫배에 있는 관원과 서혜부에 있는 기충, 충문, 또 허리에 있는 상료, 차료, 중료, 하료가 있다.

 

아랫배의 관원(關元)은 인체 기운이 집중되어 있는 하단전으로 특히 아랫배가 냉한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지압점이다. 그리고 서혜부에 있는 기충(氣衝)과 충문(衝門)은 아랫배에서 다리로 통하는 관문으로 하지 냉증에 필수 지압점이다.

 

이를테면 서울 톨게이트가 막히면 지방까지 물류 배달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과 같이, 기충과 충문이 막히면 다리로 혈액과 기운이 잘 흐르지 못하여 냉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니, 하지냉증에는 기충과 충문을 반드시 뚫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엉덩이 넓적한 뼈의 위아래로 오목하게 들어간 상료(上髎), 차료(次髎), 중료(中髎), 하료(下髎)도 좋다. 좌우 네 쌍 총 8개이므로 팔료혈(八髎穴)이라 불리는데, 자궁과 방광을 비롯한 골반내 장기를 따뜻하게 데워주므로 허리와 아랫배가 시리면서 사지가 찬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이 경혈은 위에서 아래로 위치하고 있으므로, 정확히 찾기 어렵다면 엉덩이의 중심선 바깥을 위아래로 주먹을 쥐고 두드려주는 것도 좋다.

 

 관원 : 배꼽 아래에서 손가락 3마디만큼 내려간 점이다.

 충문, 기충 : 사타구니 서혜부 중앙에 대퇴동맥의 박동이 느껴지는 곳이 충문이며, 이 충문과 성기의 중간지점이 기충이다.

 팔료혈 : 엉덩이의 편편한 뼈 위쪽 끝에서 좌우로 비스듬하게 내려가면 오목하게 들어간 점이 나오는데, 위에서부터 상료, 차료, 중료, 하료이다.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찬 경우 민간에서 부자나 천오, 초오같은 약재를 닭에다가 넣어서 고아가지고 드시는 경우가 있는데, 심장박동을 늘리고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주기 때문에 수족냉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약재는 간에 부담을 주는 아코니틴성분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와 상의를 하셔야되고 민간에서 하는 방식대로 하면 안된다.

 

부자라는 약은 옛날에는 사약으로도 쓰였다. 영화 서편제에보면, 주인공의 아버지가 주인공이 소리에만 전념하게 하기 위해서 눈을 멀게 하는데, 그때 사용된 약이 부자이다. 그래서 이러한 약들은 수족냉증에는 도움이 되지만 독성이 매우 강한 약들이기 때문에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