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6:29
글마루 2012년 2월 구취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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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환상의 커플 클라크 케이블과 비비안 리. 실제로는 둘 사이가 썩 그리 좋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는데. 이유인 즉 슨, 전 세계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클라크 케이블이 엄청난 골초라 입냄새가 지독했고, 그런 그와 울며 겨자 먹기로 키스신을 찍어야 했던 비비안 리는 ‘키스신을 찍을 때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다’며 클라크 케이블의 입냄새에 대한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또『탈무드」에 보면 입 냄새가 심한 아내와는 이혼해도 좋다는 말이 쓰여 있다. 입냄새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괴로움을 주기에 이런말까지 쓰여 있을까? 한의학에서는 입냄새를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입냄새는 생리적인 것과 병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생리적인 구취는, 말 그대로 정상적인 생리현상에 의해서 입냄새가 생기는 경우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공복시, 긴장성 구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병적인 구취는 구내염, 치과 질환, 이비인후과질환, 소화기문제, 당뇨병과 신부전증, 폐질환 등 내부 장기의 질환에 의해서도 구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입냄새는 아무래도 연세드신 어르신들한테 많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어르신들은 입마름증으로 인해서 입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 물이나 녹차를 자주 드시는 것이 좋다,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은, 입안의 세균에 대해서 항균 작용과 탈취 작용을 하기 때문에 구취를 줄여줄 수 있다, 입이 마를 때는 무설탕 껌을 씹어서 침이 분비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의학에서는 입냄새를 구강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내장(內臟)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위장의 열(熱)과 한(寒), 간열(肝熱), 심화(心火), 습담(濕痰)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대부분은 위장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첫번째 원인은 위장의 습열(濕熱)이다, 여름에 하수구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은 그곳이 세균이 번식․부패할 수 있는 조건 즉, 따뜻한 온도와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위장에 열(熱)과 습기(濕氣)가 많아도 음식물이 부패되기 쉬워 입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체질별로 보면, 위장에 열(熱)이 많은 소양인은 입이 잘 마르고 갈증이 나며, 혀에 짙은 누런 태가 끼고, 시큼하고 들큰한 입냄새가 난다. 위산분비가 많아 소화력이 좋지만 위염과 위궤양이 잘 생겨 신물이 올라오며, 소화력을 믿고 과식하다가 자주 체하기도 한다.

 

또, 몸에 열(熱)과 습(濕)이 많은 태음인은 식욕이 왕성하여 과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각종 음식이 위장의 습열(濕熱)에 의해 부패가 되면서 역겨운 냄새가 올라오게 된다. 거품 있는 끈적이는 침이 입에 고이게 되고, 갈증을 많이 느끼며, 혀에 누런 태나 또는 허연 태가 두껍게 낀다. 입냄새뿐만이 아니라 습열(濕熱)의 기운이 땀으로 발산되면서 전신에 특유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두 번째 원인은 위장 기능저하, 위한증(胃寒證)이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흐르지 않고 고여있으면 부패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장 운동이 잘 되지 않아서 음식물이 위장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되면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소화기능이 약한 소음인(少陰人)의 경우에는, 음식물이 위장에 정체되는 시간이 길어져서 입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 위장이 한(寒)한 소음인은 위액 분비나 위장 운동 등 전반적인 소화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식후 음식물이 위에 정체되는 시간이 길어져, 시간이 꽤 흘러도 먹었던 음식물의 냄새가 그대로 올라오며 양치질을 해도 잘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입냄새를 더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허물없는 사이의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내쉬는 숨을 이용해서, 입냄새를 확인하는 방법은 음주운전 측정과 비슷한데, 우선 입을 다물고 3분 정도 가만히 있는다. 그런다음 양손을 동그랗게 모아서 입을 감싸듯 대고 `후'하고 날숨을 내쉬는데, 이때 컵을 사용해도 된다. 그리고는 재빨리 냄새를 맡아서 확인해보는 것이다

 

입냄새를 줄이는 생활 습관에 대해 알아보자.

 

① 양치질을 청결히 해야 한다. 양치질은 하루 세 번, 가급적 식후 빠른 시간 내에, 약 5분간 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칫솔질은 위 아래로 어금니까지 구석구석 닦아주도록 하며, 혀와 입천장을 닦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혀의 뒷부분은 칫솔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로 입냄새의 중요한 근원지가 되므로, 칫솔로 혀 뒤에서부터 앞으로 3~5회 쓸어 내리도록 한다. 그리고, 하루에 1회 정도는 치실이나 치간 칫솔로 치아 사이를 구석구석 닦아서 치석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② 틀니와 치아교정기를 깨끗이 관리하자. 밤에는 틀니를 깨끗이 닦아서 소독액에 담가두도록 한다. 치아교정기를 끼는 경우 음식을 먹고 나서는 양치질을 깨끗이 하도록 하며, 정기적으로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도록 한다.

 

③ 입냄새를 나게 하는 음식을 피한다. 황이 많이 함유되어 입냄새를 나게 하는 식품인 파, 마늘, 양파, 겨자, 달걀, 육류, 술 등의 섭취를 피하고, 대신 수분이 풍부한 과일을 많이 먹도록 한다.

 

④ 담배를 끊고, 카페인 음료를 줄인다. 애연가들이 흡연 후 양치질을 해도 입냄새가 계속 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담배를 장기간 피면 위의 입구를 꽉 조여주는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 속에 있는 냄새나 내용물이 거슬러 올라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은 단순히 입에 담배 냄새가 배는 차원이 아니라, 위의 기능을 떨어뜨려 만성적인 입냄새를 유발하므로 가급적 끊는 것이 좋다. 커피, 초콜릿 역시 위장 입구를 느슨하게 할 수 있으므로 줄이는 것이 좋다.

 

⑤ 음식을 먹을 때는 꼭꼭 씹는다. 음식을 많이 씹으면 침이 많이 분비되어 입이 잘 마르지 않는다. 적어도 한 숟가락에 30번씩 씹으면, 입마름증 예방과 함께 소화력도 개선되어 입냄새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⑥ 식후 바로 눕지 않는다.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입냄새가 심하다. 왜냐하면 음식을 먹고 누우면 위에 있는 음식물이 소화는 되지 않고 거꾸로 거슬러 올라와서 냄새를 풍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산성의 위산과 섞인 음식물이 식도를 자꾸 자극하니 가슴 중앙이 쓰라리게 아프다. 따라서 최소한 식후 30분간은 눕지 않도록 하며, 식후에는 산책이나 가벼운 맨손체조를 해서 소화를 돕는 것이 좋다.

 

⑧ 침샘의 노화로 침이 말라 입 냄새가 날 때는 코 밑 인중(人中)혈과 턱 아래쪽을 골고루 눌러 침샘을 자극해준다.

 

입냄새가 많이 나시는 분들은 구강청정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입이 텁텁하거나, 입냄새가 날 때 사용하는 구강청정제는,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구취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구강청정제는 구취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키기보다는 일시적으로 가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알코올이 많이 든 구강청정제는 양치 후 오히려 입안을 건조하게 해서, 결과적으로 입냄새를 심하게 하기도 하기 때문에 구강청정제를 사용한다면 무알코올이 좋고, 사용 후 물로 구강을 헹구는 것이 좋다.

 

입냄새는 혀의 설태(舌苔)와 연관이 많은데, 설태가 두껍고 많을수록 박테리아, 세균의 번식이 쉬워져서 구취가 생긴다. 혀를 관찰하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설진(舌診)이라고 하는데, 특히 설태는 위장의 상태를 아는데 중요한 방법이다. 설태는 얇게 흰 태가 끼되, 너무 두껍지 않아서 혓바닥의 분홍색이 잘 드러나 보여야 정상이다. 설태가 두껍게 끼면 위장에 습기가 찬 것으로 볼 수 있고, 하얀 백태가 심하게 끼어있으면 위장이 차가워진 상태, 붉거나 노란 설태가 심하면 위장에 열이 많은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에 따라 좋은 한방차가 달라지게 된다.

 

치과와 이비인후과적인 원인을 제외한, 입냄새의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것은 내장의 열(熱)이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다혈질적인 사람,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갈증을 많이 느끼는 사람, 체질별로 보면 소양인(少陽人)이나 태음인(太陰人)이 내장에 열이 많아 입이 항상 텁텁하고 냄새가 잘 난다.

 

이럴 때는 내장의 열을 꺼주는 치자차, 황련차를 권하고 싶다. 빨갛게 익은 치자는 마치 심장의 모양과도 같아, 스트레스나 피로로 뜨겁게 달궈진 심장의 열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장점이 있다.

 

우선 치자를 크게 으깨어 후라이팬에 약간 노릇하게 볶아서 밀봉하여 보관해둔다. 한번에 치자 1작은 스푼을 여과망이 있는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뚜껑을 닫고 5분 정도 지난 후 색이 빨갛게 우러나면 그 물을 마신다. 치자차는 하루에 한 두 번 정도 식후 30분에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또, 위장의 열(熱)로 인해 입에서 단내나 악취가 나는 경우는 황련차가 좋다. 입이 잘 헐고, 혓바늘이 돋으며, 찬물만 벌컥벌컥 마시고, 구역질이 자주 나고, 걸핏하면 코피가 나며, 오줌색깔이 진하고 양이 적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하다.

 

황련을 막걸리나 생강즙을 축여 노랗게 볶아서 말린 후 밀봉하여 보관한다. 한번에 황련 1작은 스푼을 여과망이 있는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뚜껑을 닫고 5분 정도 우려낸 후, 그 물을 마십니다. 치자와 황련을 같이 우려내서 마셔도 좋다.

 

소화력이 떨어져 식후 시간이 꽤 지나도 음식냄새가 그대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특히 소음인(少陰人)에게 많은데, 이럴 때는 소화를 도와주는 식혜를 마시는 것이 좋다. 식혜를 만들 때 쓰는 엿기름은 한방에서 맥아(麥芽)라는 약재로, 소화제로 많이 쓰이고 있으므로, 소화기능이 떨어진 소음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약이다. 만약 위장이 찬 소음인이 성질이 찬 황련이나 치자를 입냄새에 좋다고 무조건 복용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구취를 치료하는 한방 처방도 증상에 따라 다르다. 얼굴이 붉고 열이 많은 사람은 위(胃)의 열을 꺼주는 약재인 황금, 황련, 황백, 치자로 구성된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을 투여한다. 이 처방은 평소 갈증이 많이 나고, 입안에 누런 태가 끼고, 소변이 누렇고, 입에서 부패된 냄새가 나는 경우 쓸 수 있다. 만약 체형이 우람한 태음인이 텁텁한 입냄새에 갈증과 변비가 있다면 ‘조위승기탕(調胃承氣湯)’을 투여한다.

 

♧ 황련해독탕 ♧ 황련, 황금, 황백, 치자 각5g

 

♧ 조위승기탕 ♧ 대황 15g, 망초 7g, 감초 4g

 

위장 기능이 약한 소음인이 식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되며, 식후 몇 시간이 지나도 입에서 음식 냄새가 난다, 식후 음식물이 입으로 거슬러 올라온다면 소화력을 증진시키는 ‘향사평위산(香砂平胃散)’을 투여한다. 이러한 증상이 위 무력증이나 위하수증으로 발전하여, 식 후 명치 밑이 빵빵하다, 냄새가 고약한 트림이 난다, 뱃속에서 꾸룩꾸룩하는 소리가 난다고 하면 위장에 기운을 넣어주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투여한다.

 

♧ 향사평위산 ♧

 

창출 8g, 진피, 향부자 4g, 지실, 곽향 3g, 후박, 사인 2.5g, 목향, 감초 2g, 생강 3조각

 

♧ 보중익기탕 ♧

 

황기 6g, 인삼, 백출, 감초 각4g, 당귀신, 진피 각2g, 승마, 시호 각1.5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