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6:30
한맛 한얼 - 부추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봄 부추에서 받다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6,915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봄 부추에서 받다

 

 

“봄 부추는 아들 대신 사위에게 준다” 는 속담이 있습니다. 몸에 좋다면 아들에게 줄 것이지, 왜 사위에게 주는 것일까요? 봄 부추는 몸에도 좋지만 남성의 양기(陽氣)를 돋우는데 뛰어난 효능이 있어서, 아들에게 주면 며느리가 좋아할 것이니, 차라리 사위에게 먹이는게 낫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나 몸에 좋은 부추는 동의보감에서는 구채(韭菜)라고 불렀는데, “성질은 따뜻하면서 맛은 맵다. 약간 시고 독은 없다. 약의 기운이 심장으로 들어가서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위(胃) 속에 있는 열기(熱氣)를 없애며 허약한 것을 보(補)해주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매운 냄새가 특별히 나기 때문에 수양하는 사람들은 꺼린다는 기록이 있는데, 바로 오신채(五辛菜)중의 하나가 바로 부추입니다.

 

불교경전 <수능엄경(首楊嚴經)>에 나오는 오신채(五辛菜)란 다섯가지 매운 음식을 뜻하는 것으로, 마늘, 파, 달래, 부추, 무릇을 칭하는 것입니다. 스님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여야 합니다. 마음을 닦고 기(氣)를 가다듬어야 하는데, 오신채(五辛菜)를 먹게 되면, 음욕(淫慾)과 화기(火氣)가 생기게 되어 수행하는데 방해를 받게 됩니다.

 

그 중의 하나인 부추는 특히나 정력과 연관된 음식으로, 민간에서는 ‘게으름뱅이풀’이라고도 부릅니다. 왜 게으름뱅이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크게 두가지 설이 큰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아무데나 심어도 저절로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 게으름뱅이도 키울 수 있다고 하여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한가지요, 부추를 많이 먹으면 성욕(性慾)이 강해져서 일은 안하고 자꾸 거시기만 밝히게 되어 게으름뱅이가 된다는 설이 또다른 한가지입니다.

 

또, 부추는 “채중왕(菜中王)”, 즉 채소 중의 왕이라는 뜻의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부추에는 오색(五色)과 오덕(五德)이 있어서인데, 부추의 줄기가 흰색, 노란 싹이 황색, 잎이 파란색, 뿌리가 붉은색, 씨앗이 검은색 하여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 오색(五色)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으며, 절여 먹어도 좋고, 오래 두고 먹어도 좋고, 매운 맛이 변하지 않아 좋으니, 다섯가지의 덕을 갖추어 채중왕(菜中王)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추가 가지게 된 것입니다.

 

부추를 좋아하던 역사속의 인물들도 많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분들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과 중국 송나라 휘종황제, 또 양귀비가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셨던 정약용 선생은 일흔 넷까지 천수(天壽)를 누리셨는데, 외진 유배생활에서도 건강을 유지하셨던 비결을 부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산 시문집 제 5권에 보면 “말 달리듯 빨리도 세월은 흐르는데 /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봄은 오네 / 아침상에 부추나물도 오르지 않았구나”라는 문구가 있을만큼 부추를 좋아했던 정약용 선생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또, 북송(北宋)의 마지막 황제인 휘종은 여자를 안기보다 그림을 그리는데 더욱 몰두하여 자녀가 셋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부추씨가 정력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서른 쯤부터 부추를 많이 먹으면서 자녀를 십여명까지 늘렸습니다. 그러나 이후로 늦바람 때문에 나랏일에 소홀히 하게 되어 북송(北宋)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귀비는 부추를 좋아해서 집을 허물고 부추를 심었다고 하여 파옥초(破屋草)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부추의 더운 성질은 인체의 열(熱)을 북돋아주며, 어혈(瘀血)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어혈로 인해 생기는 근육통이나 여성의 생리통,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手足冷症)을 치료하는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었는데, 바로 황화알릴 성분이 바로 그 해답입니다. 황화알릴 성분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황화알릴 외에도 비타민A, 비타민 B1, 비타민 C 등이 아주 풍부해서 현대인의 성인병과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 성기능을 강화하는 미네랄들인 셀레늄, 칼슘, 칼륨이 풍부합니다. 또, 부추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암을 예방하는데 큰 효과를 보입니다.

 

또, 부추의 독특한 냄새는 알리신 성분 때문인데, 이 알리신은 비타민B1의 흡수를 촉진합니다. 또, 알리신은 체내에서 알리티아민 성분으로 변화하여 말초신경을 활성화하고, 에너지의 생성을 돕는 역할까지 있어, 봄철 피로를 이겨내는데 아주 좋습니다.

 

부추는 술과 함께 먹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부추의 뜨거운 성질이 술의 열기(熱氣)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주를 과하게 한 다음날 설사가 생기거나 아랫배가 아픈 경우에 부추를 먹으면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부추가 장에 있는 독성을 없애고 음주로 약해진 간(肝)의 기능을 되살리기 때문입니다.

 

부추는 또 다양한 음식과 궁합이 좋습니다. 특히 곱창이나 돼지고기와 같은 육류와 아주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곱창이나 돼지고기의 지방분해를 도울 뿐 아니라, 부추의 식이섬유와 알리신 성분은 소화를 촉진시켜 소화불량을 예방합니다. 또, 육류의 잡내까지 잡아주기 때문에 각종 육류를 먹을 때 부추를 더불어 먹으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된장과 부추도 좋은 궁합인데, 된장과 부추의 항암효과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된장의 짠 맛을 부추의 칼륨이 줄여주고, 된장에 부족한 비타민A와 비타민C가 보완되어서 영양면에서도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부추는 씨앗도 한약재로 쓰이는데, 구채자(韭菜子)라고 하여, 몽설(夢泄-꿈 속에서 사정하는 것), 유정(遺精-소변과 같이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과 같은 남성의 양기(陽氣)가 부족해졌을 때 아주 좋은 약재로 사용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다가올 때, 체력을 증진시키고 정력을 강하게 만드는 부추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일년 내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