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6:32
글마루 2012년 4월 과민성장증후군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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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상황만 오면 뱃속이 부글부글 ‘과민성장증후군 - 글마루

 

일본의 전국시대를 평장하고 통일의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는 매우 냉철하고 대범한 인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적인 허점도 지녔다고 한다.

 

한 예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다케다 군대와의 싸움에서 참패하여 도망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바지에 똥을 싼 채로 전장을 빠져나가 겨우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그는 이 일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고 냄새나는 바지를 부하들 앞에 항상 걸어두고는 그 날의 치욕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끝내는 다케다 군대를 전멸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극도로 공포스럽거나 두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갑자기 배가 사르르 아파오면서 설사나 가스가 나오는 등 여러 가지 장 증세가 있을 경우 ‘과민성 장증후군’이라고 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이란 말 그대로 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여 복통·복부팽만·가스·설사 또는 변비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검사를 해보면 특별한 장 질환을 발견할 수 없어 흔히 ‘신경성’이라고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우리 몸의 각 기관 중에 감정에 가장 민감한 기관이 바로 대장이다. 정상적인 사람도 강한 스트레스나 감정의 변화가 있으면, 내장 운동을 조율하는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대장 운동 리듬이 깨져 변비나 설사가 나타날 수 있는데,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아주 조그만 감정 변화에도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져 정상적인 대장운동에 지장이 오기 쉽고, 그로 인해 갑자기 설사나 변비가 생기는 것이 ‘과민성 장증후군’인 것이다.

 

예를 들면,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배가 아파 도중에 하차하여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는 사람, 면접이나 시험을 보기 전 긴장하여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리는 사람, 상사에게 결재서류를 제출해야할 때면 어김없이 배가 부글거리고 가스가 새어 나오거나 배가 살살 아파 오기도 하는 사람들이 바로 과민성 장증후군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에는 세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째는 설사형으로, 평소에는 정상적이다가 감정적 자극이나 스트레스가 있으면, 장의 운동이 빨라져서 복통과 설사가 나타나는 유형이다. 둘째는, 변비형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예 장운동이 둔해져서 변비가 생기는 유형이고, 셋째는 이 두 가지가 혼합된 변비 설사 교대형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과민성 장증후군은 칠정상(七情傷)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칠정(七情)이란 사람의 喜, 怒, 憂, 思, 悲, 恐, 驚 7가지의 감정을 말하는 것인데, 이러한 감정이 원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병증 중에 장에 나타나는 경우가 과민성 장증후군이다.

 

또 불규칙적인 식습관, 육식과 지방위주의 식습관, 과식과음 등으로 인해서 우리 몸에 담음(痰飮)이 많이 쌓이게 되면 장에 영향을 미쳐서 과민성 장이 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체질에 따라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열성인 태양인이나 소양인보다는 태음인이나 소음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과민성 장 증후군은 체질적으로 본다면, 평소에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체질적으로 몸이 차고, 속이 냉하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이 들어갔을 경우, 다른 체질보다 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과민성 장 뿐만아니라 배앓이를 쉽게 앓는다. 흔히들 평소에 과민성 장 증후군이나 배앓이를 달고산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소음인일 가능성이 많다.

 

몸이 비습한 태음인은, 무절제한 식생활로 인한 습관 때문에 과민성 장 증후군에 잘 걸릴 수 있다. 복통은 주로 배꼽주위와 아랫배에 잘 나타나고, 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가 나기도 하고, 설사를 하고 나면 그나마 통증이 누그러지는 게 특징적인 타입이다.

 

열체질인 태양인이나 소양인들이 과민성 장 증후군을 앓게 되면, 설사보다는 변비가 주로 많이 나타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을 예방·치료하기 위한 식품으로는 우엉, 사과, 고구마, 양배추, 근대, 부추, 쑥갓, 연근 등이 있다. 설사가 잦을 때는 밤, 밤 껍질 달인 물, 연근, 감, 곶감, 매실 등 이 좋고, 변비가 잦을 때는 사과 매실, 호두, 참깨, 참기름, 참마, 고구마, 우엉, 근대가 좋다.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호박, 탄산음료, 육류(특히 닭 껍질), 크림, 치즈, 버터, 마가린, 식용유 등이 있고, 자극적인 커피, 홍차, 고추, 아이스크림, 초콜릿, 차가운 우유는 피해야 한다. 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밀가루 식품, 미역이나 다시마 등의 해조류도 피하는 것이 좋다.

 

식이성 섬유는 장에서 유산균과 같은 유익한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도와 장을 튼튼하게 도와줌으로써, 설사나 변비 둘 다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나 과일, 고구마, 현미 등을 많이 먹도록 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지압점은 배에 있는 중완(中脘), 천추(天樞), 관원(關元)혈이 있다. 중완은 명치와 배꼽의 중간, 일반적으로 배꼽 위 5cm에 위치하여, 위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소화를 돕는다.

 

천추는 배꼽에서 양옆으로 5CM 정도 바깥에 있어 소장과 대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관원은 배꼽에서 5cm 아래에 있는 혈자리로, 원기가 부족하거나 아랫배가 차서 생기는 설사, 복통에 효과적이다. 이들 혈자리를 지압하시거나 뜸을 떠주시면 아주 좋다.

 

과민성 장 증후군에는 매실차가 아주 좋다. 매실은 위장과 십이지장의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주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체기나 소화불량을 개선시켜주고, 장을 깨끗하게 하는 정장작용이 있기 때문에 배탈로 인한 복통, 설사에도 좋다. 또 내장 평활근 이완작용이 있기때문에, 복통을 진정시키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이다.

 

매실에는 삼국지의 조조와 연관된 재밌는 일화가 있다. 어느 전쟁에서 조조가 병사들을 이끌고 행군을 하다가 길을 잘못들었다. 이길, 저길을 방황하니 병사들이 갈증에 시달려 기진맥진 했는데, 그 때 조조가 저 산 너머 매실 밭이 있다고 하자, 병사들이 매실의 신맛을 연상하여 입에 침이 솟아 갈증을 해소하고 산을 쉽게 넘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망매지갈(望梅止渴 : 매실을 보고 갈증을 멎게 함)’ 이다.

 

매실에는 구연산과 비타민 C가 아주 풍부해서 음료수처럼 꾸준하게 드시면, 배앓이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고 불안할 때 갑자기 배에 가스가 차고 배가 아파오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게 가미통사요방(加味痛瀉要方)이 좋다.

 

가미통사요방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향부자와 치자, 대장의 수분을 조절해주는 백출과 창출, 통증을 줄여주는 방풍, 진피, 승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긴장을 하면 아랫배에 가스가 차고, 사르르 배가 아파 오며, 급히 설사를 하고 나면 복통이 누그러들며, 평소에 배가 그득하고 트림과 가스가 많이 나오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설사를 하는 환자에게는 계비탕(啓脾湯)이 좋다. 계비탕은 대장의 경련을 진정시켜주면서, 대장점막이 수분을 정상적으로 흡수하도록 도와주는 효능이 있다. 식후 소화되지 않은 묽은 변을 자주 보고, 배에서 꾸르륵 물 흘러가는 소리가 나며 아랫배가 서늘한 경향을 띠는 환자에게 아주 효과적이다.

 

♧ 가미통사요방 ♧

 

백출 12g, 백작약 8g, 진피 6g, 방풍 4g, 승마 2g, 창출, 향부자 각 6g, 천궁, 치자, 신곡 각 4g

 

♧ 계비탕 ♧

 

인삼, 연자, 산약 각 3g, 백출, 백복령 각 4g, 산사자, 진피, 택사 각 2g, 생강, 대추, 자감초 각 1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