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6:35
글마루 2012년 9월 명절증후군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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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이겨내기 - 글마루

 

일년에 큰 명절 중의 하나가 추석이다. 명절을 앞두거나 추석 연휴에 일을 많이 하고 나면 명절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며 한의원에 오시는 분들이 참 많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 정도가 명절 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고, 특히 기혼여성의 90%가 명절증후군을 경험했으며, 그 중 36%는 항상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답자의 71%는 이로 인해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을 했는데, 명절 스트레스는 그 강도가 직장을 바꿨을 때의 스트레스 점수(36점)와 비슷하다고 하니, 부부싸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한의학에서는 명절 증후군 증상을 기울증(氣鬱症)이라고해석한다. 울(鬱)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으니까, 양방에서 말하는 우울증과 비슷한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방에서는 울(鬱)이란 뭉쳐서 풀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울증은 지나친 걱정이나, 스트레스, 불만 등이 쌓여서 생기는 화병(火病)과 비슷하다.

 

명절증후군의 원인은 무엇일까? 설문조사의 응답자 50%가 과도한 일거리라고 꼽았고, 두번째 원인으로는 선물, 용돈과 교통비 등 경제적 부담을 30%가 넘는 분들이 꼽았다. 요즈음처럼 어려운 시기에 명절을 보내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예전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3위는 13%로 가족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명절증후군의 증상으로는 배우자와 가족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짜증을 내는 증상, 가슴이 답답해지고 예민해지면서 불안 초조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두통, 어깨, 등, 허리 같은 근육과 관절이 결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며,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받게 된다.

 

명절 근육통이 생기는 부위는 아주 다양한데, 특정한 자세나 많이 쓰는 근육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사 노동을 많이하고, 운전을 장시간하면서 고개를 앞으로 내밀거나 숙이는 분들은 목에서 어깨, 등을 연결하는 승모근 쪽에 근육통이 생기기 쉽고, 하루종일 서있는 경우, 허리를 받쳐주는 척추기립근과 허벅지의 대퇴사두근, 종아리의 비복근에 통증이 많이 생긴다.

 

평소부터 목과 허리의 통증이 있다가, 명절에 무리가 되어 통증이 심해지고 자세가 틀어지는 분들은, 추나요법, 침요법, 부항요법이 필요하다. 침의 자극을 통해서, 척추 주변의 기혈순환이 원활해지고, 근육과 인대가 강화시키며, 통증 부위에 부항을 붙이면 음압으로 인해서 혈액이 모여 자가치료 물질이 모이고, 그로 인해 치료가 빨라지게 된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척추뼈를 손으로 찾아내어 제자리로 정렬시키고, 뭉쳐진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한방 치료이다.

 

 

갑자기 일을 많이하고 난 뒤에, 또는 삐거나 타박상을 입은 경우에는, 초기에는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으며, 파스를 선택할 때도 차가운 성질을 가진 파스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만성 근육통이나 만성 관절염이 있는 분들은 냉찜질보다는 온찜질이 좋다. 통증 부위를 따뜻하게 해 주면 혈액 순환이 잘 되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통증을 감소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통이 잘 생기는 분들에게는 모과차가 좋다. 모과는 근육과 골격을 이루는 주요 성분인 칼슘과 미네랄, 철분 등이 풍부해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면서, 관절을 강하게 해서 근육통 뿐만 아니라 손발의 저림에 많은 도움을 준다.

 

명절에 과식하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체하거나 소화가 잘되지 않은 분들이 많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지압요법이 바로 사관(四關)지압법이다.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체했을 때 한방 응급처치법으로 ‘사관(四關)을 터 준다’라고 하는 방법을 많이 써왔다.

 

사관(四關)이란, 우리 몸의 기운이 들어오고 나가는 네 관문이라는 뜻으로, 손의 합곡(合谷)과 발의 태충(太衝)을 가리키는 말이다. 체했다는 것은 비(脾), 위장(胃腸)의 기운이 막힌 것이지만, 인체의 위아래 관문을 터주기만 하면 전신의 모든 기운이 순조롭게 통하면서, 우리 몸의 중앙에 있는 비, 위장의 기운도 뚫리게 되는 것이다. 합곡과 태충을 지압하면, 위와 장의 연동운동이 훨씬 활발해져서 소화가 잘된다.

합곡은 엄지와 두 번째 손가락을 붙였을 때 합쳐진 부위의 끝이고, 태충은 엄지와 둘째 발가락을 붙였을 때 합쳐진 부위 끝에서 발등 쪽으로 3cm 가량 올라온 혈자리이다. 또, 사관은 아니지만 해부학적으로 위장의 정 가운데인 중완(中脘)-배꼽 위 5cm에 있는 혈-을 지압해주어도 좋고, 뜸을 뜨면 더욱 좋다.

 

 

사관과 중완 지압도 좋으며, 배를 따뜻하게 하고 마사지를 자주 해주는 것도 좋다. 배가 차가우면, 위와 장의 연동운동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헛배가 부르고 가스가 차고, 더부룩함을 쉽게 느낀다. 그래서 복부를 항상 따뜻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다. 또,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둥글게 마사지를 해주면 장운동이 활발해져서 소화가 잘되는데, 그 이유는 장의 운동방향이 시계방향이기 때문에 그렇다, 시계방향의 맛사지는 소화불량뿐만 아니라, 변비와 과민성 대장에도 좋다.

 

식체의 원인에 따른 민간요법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는 배즙, 키위, 산사(산사 8g과 물 400cc를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서 먹습니다.)가 좋고, 돼지고기로 체했을 때는 새우젖 국물 한두 스푼을 2~3회 먹는다. 개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는 살구씨의 속살만 노랗게 볶아서 5개정도 먹으면 금방 체기가 가라앉는다. 생선의 경우 소엽 12g과 물 800cc를 20분 정도 달여, 하루동안 여러 번 나누어 마신다. 밀가루 음식에는 무즙, 엿기름, 식혜가 좋고, 과일이나 찬 음식으로 탈이 나면,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생강과 계피를 달여서 마시거나, 수정과를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명절 피로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는 인삼과 참깨, 매실이 대표적이다. 보약의 대명사인 인삼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원기를 회복시켜서, 피로를 풀어주는 효능이 아주 뛰어나다. 이러한 효능은 인삼의 주요성분인 사포닌의 작용 때문으로, 골수의 혈액 생성을 돕고, 면역력을 증강시켜줄 뿐만 아니라,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고, 항암작용, 항노화작용 등의 효능도 있다.

 

참깨는 동의보감에서 거승이라고 하여, ‘과로가 심한 경우에 사용하면, 오장을 보하고 기력을 도우며,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뇌를 충실히 한다.’고 하였으니, 명절 증후군에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검은깨 서 말만 먹으면 황소도 이긴다”는 옛말처럼, 질 좋은 단백질과 피로회복을 돕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노화방지,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또, 참깨에 풍부한 레시틴은 어린이의 성장을 돕고 뇌를 총명하게 하며, 남성의 정력과 기를 돋우는데 큰 효과를 보인다.

 

새콤한 매실도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데, 매실에 함유되어 있는 구연산과 사과산은 혈액이 산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젖산을 억제하고 피로회복을 돕는다. 또한 구연산과 사과산은 각종 스트레스로 초조감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특히 좋다.

 

명절 증후군으로 피로를 많이 느끼는 분들은 발바닥 아래의 용천(湧泉)혈 지압이 좋다. 용천이란 인체의 기운이 샘솟는 곳이란 뜻으로, 여기를 지압하면 기운이 샘솟아 피로가 풀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용천은 발바닥 정중앙에서 발가락쪽으로 5cm 앞에 있다.

용천을 지압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발마사지도 좋다. 발은 인체의 수많은 신경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인체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발 마사지를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서, 피로가 풀어지고, 반사적으로 두뇌가 자극되서 정신이 맑아지게 되는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 화병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을 때는 가슴 가운데의 전중(膻中)을 지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중(膻中)혈은 양쪽 유두 사이 가슴 정중앙에 위치한다.

 

가슴이 답답한 스트레스, 화병(火病)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대추차가 좋다. 대추는 한방 신경 안정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효과가 뛰어나서 신경이 예민한 사람의 불면증, 불안 초조, 신경성 위염으로 인한 속쓰림 등에 두루 도움이 된다. 대추청을 상비해 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 좋은데, 대추를 씨를 빼고 채 썰어서 꿀이나 흑설탕을 재워 유리병에 밀봉하여 한달정도 보관한 뒤에, 따뜻한 물에 두세스푼을 타서 마시면 된다.

 

명절 증후군에 좋은 한방처방은 쌍화탕(雙和湯)이 가장 대표적이다. 쌍화탕하면 감기에 걸렸을 때만 먹는 한약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는 만성피로를 풀어주는 기본 처방이다. 어떻게 보면 감기라는 것도 피로할 때 많이 걸리니까 감기에 쌍화탕을 쓰는 것이다.

 

쌍화탕은 보혈제(補血劑)인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의 약재로 구성된 사물탕(四物湯)에 기(氣)를 보해주는 황기와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는 계피를 넣은 처방인데, 쌍화탕에서 가장 중요한 임금같은 약이, 바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는 작약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숙지황의 경우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대변이 묽어질 수 있으며 계피와 생강은 열을 내는 성질이 강해 감기로 고열이 있을 때는 잠시 삼가야 한다. 간이나 신장 기능이 약해 약물 복용에 주의가 필요한 사람은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 후 쌍화탕을 마시는 게 좋다.

 

♧ 쌍화탕 ♧

 

백작약 9g,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4g, 계피, 감초 3g, 생강 3조각, 대추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