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9 16:37
글마루 2012년 12월 술과 건강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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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건강 - 글마루

 

식약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4명중 1명은 1주일에 1차례 이상 권장량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이 되면 여러 모임들 때문에 평소보다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많아지게 된다. 평소 적당한 음주는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사람을 파멸의 길로 빠져들게 한다. 이번에는 연말에 많이 마시게 되는 술에 대해, 또 건강 음주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의학 문헌 중 가장 오래된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이란 책을 보면, 술을 약(藥)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한방 약물학(藥物學)의 대가(大家)인 이시진(李時珍, 1518 ~ 1593)은 그의 저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술의 장점을 설명하며, “술은 하늘이 내려준 미록(美祿-아름다운 행복)이다. 적당히 마시면 기혈(氣血)을 조화롭게 하고, 정신(神)을 건강(壯)하게 하고, 추위를 막아주면서 우수(憂愁-근심걱정)를 없애고, 흥(興)을 돋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시진은 술의 폐해(弊害)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는데, “과음하면, 정신(神)을 상하게 하고, 수명이 줄어들며, 열기(熱氣)가 아주 많기 때문에 과음을 하게 되면 살이 마르고 진액(津液)이 줄어들며, 혈(血)을 소모하고 비위(脾胃-소화기)를 손상시키고, 화(火)를 움직이게 한다.’라고 했다. 실로 술의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을 요령있게 말한 부분이다.

 

한의학에서는 과다한 음주를 하거나, 오랜 기간 동안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술에 의해 몸이 상했다 하여 주상(酒傷)이라고 한다. 술은 습(濕)한 기운과 열(熱)한 기운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상(酒傷)은 습(濕)과 열(熱)에 의해 나타난다. 술의 습(濕)한 기운에 상하게 되면 주습(酒濕)이라고 해서 입과 눈이 비뚤어지고 반신(半身)을 쓰지 못하여 중풍(中風)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술의 열(熱)한 기운에 의해 상하게 되는 경우는 주갈(酒渴)이라고 하는데, 주갈(酒渴)은 물을 많이 마시며 찬 것을 찾게 된다.

 

연말에 건강을 지키는 음주요령에 대해 알아보자.

 

① 자신의 적정 음주량을 알고 마시자.

하루 음주 최대허용량을 지키도록 하며, 불가피하게 그 이상을 마셔야한다면 최대허용량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 주량은 성별, 나이,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그 동안 자신이 얼마정도를 마셨을 때 기분도 좋아지고 몸에도 무리가 없었는지를 파악하여 그것을 자신의 적정 음주량으로 정한다. 그런 후 술자리가 있으면 ‘오늘은 얼마정도 마셔야지’라고 예상 음주량의 상한선을 정하고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② 매일 마시지 말자.

가끔씩 폭음을 하는 사람보다 매일 마시는 애주가들이 알코올 중독이나 간질환에 잘 걸린다. 그 이유는 술을 마신 뒤 간기능이 회복되고 위점막의 상처가 회복되려면 보통 3일이 걸리기 때문인데, 술을 마신 뒤에 3일은 쉬는 것이 좋다

 

③ 한 시간에 한잔씩, 천천히 즐기면서 마시자.

간이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도록 천천히 마시도록 한다. 간의 시간당 알코올 분해 능력은 7~9g으로 각 주종별로 한 시간에 한잔 조금 못 미치게 마시는 것이 좋다.

 

④ 밥과 안주는 필수!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 혈 중 알코올농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그러면 간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음주 전에는 음식을 먹어서 위벽을 보호하도록 하며, 음주 중에는 안주를 잘 챙겨먹도록 한다.

 

특히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은 알코올 해독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이므로 두부, 등심, 생선구이, 계란, 야채, 화채, 과일 안주를 권장한다. 그러나 안주는 알코올의 급속한 흡수를 막아주기만 할 뿐, 간기능을 향상시켜주지는 못하므로 안주만 믿고서 과음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⑤ 폭탄주는 정말 해롭다.

일반적인 폭탄주는 맥주에 여러 가지 술을 섞어서 마시는 방법이다. 맥주에 들어있는 탄산가스는 소화기관의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켜서, 빠른 시간 내에 혈 중 알코올 함유량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간의 시간당 알코올 분해 능력은 일정하게 제한되어 있는데, 계속적으로 폭탄주를 마시면 간에서 대사되지 못한 알코올이 뇌, 중추신경, 심장, 폐 등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구토를 한다든지, 빨리 필름이 끊긴다든지,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시면 그 술 속에 섞여 있는 내용물들이 서로 반응해서 간의 알코올 대사과정을 교란시키므로 숙취가 심하고 오래가게 된다. 따라서 가급적 하루에 한가지 종류의 술을 정해 그것만 마시도록 한다.

 

⑥ 음주 중 흡연은 독극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음주를 하면 우리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음주 중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과 타르, 그 외의 발암물질이 입과 혈관 속에서 알코올에 용해되어, 우리 몸의 저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쉽게 흡수되므로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음주 중에는 간이 할 일이 많아 산소 요구량도 늘어나게 되는데, 담배 연기 속의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혈 중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높아서 간에 충분한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 그 결과 간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쉽게 피로해진다. 따라서 음주 중에는 흡연을 하지 않도록 한다.

 

 

⑦ 약과 술은 상극(相剋)이다.

 

약을 복용 중일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약도 술과 마찬가지로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쳐야 하는데, 거기에 술까지 마시면 간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간은 흡수성이 빠른 알코올을 먼저 분해하기 때문에 약의 분해가 늦어져 위장과 간에 무리가 된다. 그 결과 약의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생길 수도 있으니 약물 복용 중에는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숙취해소에 좋은 차로는 칡즙을 꼽는데 의학적으로 이유가 있다. 한방에서는 칡뿌리를 갈근(葛根)이라 하는데, 간기능을 개선시키고, 해독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칡을 간장질환에 많이 사용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갈근은 땀구멍을 열어 주고, 술독을 풀어주는데, 술로 인해서 생긴 병이나, 갈증에 쓰면 아주 좋다.”라고 나온다. 실제로 알코올로 유발된 간손상에 갈근을 투여한 결과, 간수치(GOT, GPT)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그만큼 칡뿌리는 알코올 분해작용과, 간기능 개선작용이 뛰어나다.

 

콩나물국은 해장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콩나물을 대두황권(大豆黃卷) 이라고 하는데, 몸에 있는 열을 제거하고 수분대사를 원활히 해주어서 알코올 부산물들을 배설시켜 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또, 콩나물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 생성을 도와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 아스파라긴산은 특히 꼬리 부분에 많이 있으므로, 해장국을 위한 콩나물국에는 꼬리부분을 떼어내지 않는 것이 좋다.

 

술마신 다음날은 북어국이 좋다. 북어는 간을 보호해주는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숙취제거에 좋다. 알코올을 섭취한 후엔 혈중 알코올 농도를 낮추고, 세포손상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성분이 꼭 필요한데, 북어에 들어 있는 알라닌, 아스파르트산, 글리신 같은 아미노산은 간세포보호 작용을 해서, 알코올 해독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가면, 우리 어머님들이 꿀물 많이 타주시신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꿀은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돕고, 기(氣)를 북돋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꿀에는 꽃가루 특유의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아미노산등이 많이 들어있어서 살아있는 식품이라 볼 수 있다. 또 포도당과 과당에 의한 피로 회복 효과는 어떤 식품과도 비교할 수 없다. 술을 마시게 되면 혈당이 떨어지게 되는데, 꿀물은 혈당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식품인 것이다.

 

서양에서는 오이피클을 숙취해소에 많이 선호한다. 까뮈의 《이방인》에도 술꾼들의 역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뒷골목의 오이피클 냄새를 묘사한 부분이 있다. 서양 식탁에서 약방의 감초 격인 오이피클이 알콜해독에 좋다. 오이는 성질이 차서 술독으로 오른 열을 내려주고, 수분과 비타민C가 풍부해서,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식초 또한 주독을 빨리 풀도록 도와주는 식품이다. 술을 마시면 간기능이 떨어져서 술의 해독능력이 떨어지고,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아 피로하게 된다. 이때 식초를 먹으면 알코올을 빨리 해독시키고, 또 노폐물 배설을 촉진시켜 술을 빨리 깨게 하며 갈증도 해소시켜주는 것이다.

 

숙취에 좋은 한방 처방을 알아보자. 소위 ‘술병 났다’고 할 때, 쓸 수 있는 처방으로 칡뿌리(갈근)이 주약재로 들어간 대금음자(對金飮子)가 있다. 얼마나 좋은 약이면, ‘금과 바꿀 수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졌겠는가? 음주 후 구토, 설사, 복통, 갈증,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가 주증상인 경우가 적응증이다.

 

♧ 대금음자 가미방 : 진피 12g, 갈근 8g, 적복령, 사인, 신곡 각 4g, 후박, 창출, 감초 각 3g, 생강 3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