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18 11:56
[남부신문] 323호 - 과민성 방광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4,462  

과민성 방광

 

 

오랜만에 대학 동창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모두를 배꼽 빠지도록 웃게 만든 한 녀석의 대단한(?)이야기가 있었으니……. 사건 발생은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 1교시 때였습니다.

 

 

유난히 추운 데다 설상가상으로 긴장까지 해서인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졌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광이 터질 것 같아 손을 번쩍 들고는 ‘선생님, 오줌 마려워 죽겠습니다.’했다네요.

 

 

감독관이 고민끝에 허락을 하셔서 한달음에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두 명이나 되는 감독관이 가로막고 있었대요. 감독은 커닝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여 제지를 하였지만, 소변은 이미 쏟아지기 일보 직전…….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초인적 힘이 발휘되어 ‘될 대로 되라’며 그들을 뚫고 일단 볼일을 보았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도 줄곧 소변이 마려웠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친구는 또 사정을 해서 화장실에 갔다왔답니다. 이 친구의 증세가 바로 ‘과민성 방광’입니다.

 

 

과민성 방광이란?

 

 

과민성 방광이란 말 그대로 방광이 너무 예민해져서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지고, 그래서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을 말합니다. 심하면 화장실에 가다가 소변이 흘러 민망한 상황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변이 아주 긴박하게 마려워지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절박성 요실금’ 또는 ‘긴박성 요실금’이라고도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정상적으로는 방광에 소변이 400㎖정도 모이면 뇌에서 소변이 마렵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 과민성 방광 환자는 방광에 소변이 다 차지 않았는데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방광근육이 수축하여 급하게 요의를 느끼게 하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입니다.

 

 

과민성 방광일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세

 

 

1. 하루에 소변을 보는 횟수가 8회 이상이다.

 

2. 소변을 보고 나서 채 2시간을 참지 못하고 또 다시 화장실에 간다.

 

3. 밤에 잠을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워 하룻밤에 2회 이상 일어난다.

 

4. 갑자기 급히 소변이 마려워지는 일이 자주 있다.

 

5. 소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 없고, 때로는 소변이 흘러 속옷을 적신다.

 

6. 외출이나 차를 탈 때, 소변 걱정으로 물·음료수 등을 자제한다.

 

7. 낯선 장소에 가면 일단 화장실이 어디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8. 화장실이 없는 장소에는 가지 않으려 한다.

 

9.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려 업무에 방해를 받는다.

 

10. 소변이 샐까봐 패드를 사용한다.

 

 

과민성 방광 VS 방광염

 

과거에는 소변이 자주 마려우면 방광염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항생제만 먹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요즘도 ‘소변을 자주 보는데 방광염이 아닐까요?’라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소변검사를 해보면 세균에 감염된 소견이 보이지 않고 정상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가 바로 ‘과민성 방광’입니다.

 

과민성 방광과 방광염은 둘 다 소변을 자주 보는 공통점이 있어서, 사람들은 소변을 자주 보기만 하면 그저 방광염이 아닐까 의심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과민성 방광은 방광염처럼 방광에 세균이 침입하여 생긴 질환이 아니므로, 함부로 항생제만 먹다가는 치료는 커녕 약물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과민성 방광을 방광염으로 오인하여 항생제만 몇 년 동안 복용하다 치료가 안 된 환자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민성 방광과 방광염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방광염은 말 그대로 방광에 세균이 감염되어 염증이 생긴 것입니다. 그 결과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소변을 참을 수 없는 과민성 방광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과민성 방광과는 다른 방광염만의 특징적인 증세가 있습니다. 소변을 볼 때 ‘요도나 아랫배가 아프다, 소변에서 피나 고름이 섞여 나온다’는 증세가 동반됩니다. 방광염은 항생제로 방광이 염증을 없대주면 증세가 호전되지만, 과민성 방광은 항생제를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소변을 자주 본다면 거기에 동반되는 다른 증세가 없는 지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