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0 10:46
토요경제 - 잘마시면 약(藥), 못마시면 독(毒), 술과 건강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6,602  

잘마시면 약(藥), 못마시면 독(毒), 술과 건강 - 토요경제

 

식약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4명중 1명은 1주일에 1차례 이상 권장량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이 되면 여러 모임들 때문에 평소보다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이 많아지게 된다. 평소 적당한 음주는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사람을 파멸의 길로 빠져들게 한다. 이번에는 연말에 많이 마시게 되는 술에 대해, 또 건강 음주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의학 문헌 중 가장 오래된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이란 책을 보면, 술을 약(藥)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한방 약물학(藥物學)의 대가(大家)인 이시진(李時珍, 1518 ~ 1593)은 그의 저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술의 장점을 설명하며, “술은 하늘이 내려준 미록(美祿-아름다운 행복)이다. 적당히 마시면 기혈(氣血)을 조화롭게 하고, 정신(神)을 건강(壯)하게 하고, 추위를 막아주면서 우수(憂愁-근심걱정)를 없애고, 흥(興)을 돋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시진은 술의 폐해(弊害)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는데, “과음하면, 정신(神)을 상하게 하고, 수명이 줄어들며, 열기(熱氣)가 아주 많기 때문에 과음을 하게 되면 살이 마르고 진액(津液)이 줄어들며, 혈(血)을 소모하고 비위(脾胃-소화기)를 손상시키고, 화(火)를 움직이게 한다.’라고 했다. 실로 술의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을 요령있게 말한 부분이다.

 

한의학에서는 과다한 음주를 하거나, 오랜 기간 동안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술에 의해 몸이 상했다 하여 주상(酒傷)이라고 한다. 술은 습(濕)한 기운과 열(熱)한 기운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상(酒傷)은 습(濕)과 열(熱)에 의해 나타난다. 술의 습(濕)한 기운에 상하게 되면 주습(酒濕)이라고 해서 입과 눈이 비뚤어지고 반신(半身)을 쓰지 못하여 중풍(中風)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술의 열(熱)한 기운에 의해 상하게 되는 경우는 주갈(酒渴)이라고 하는데, 주갈(酒渴)은 물을 많이 마시며 찬 것을 찾게 된다.

연말에 건강을 지키는 음주요령에 대해 알아보자. 자신의 적정 음주량을 알고 마시자. 하루 음주 최대허용량을 지키도록 하며, 불가피하게 그 이상을 마셔야한다면 최대허용량의 2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 주량은 성별, 나이,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그 동안 자신이 얼마정도를 마셨을 때 기분도 좋아지고 몸에도 무리가 없었는지를 파악하여 그것을 자신의 적정 음주량으로 정한다. 그런 후 술자리가 있으면 ‘오늘은 얼마정도 마셔야지’라고 예상 음주량의 상한선을 정하고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

또, 매일 마시지 말자. 가끔씩 폭음을 하는 사람보다 매일 마시는 애주가들이 알코올 중독이나 간질환에 잘 걸린다. 그 이유는 술을 마신 뒤 간기능이 회복되고 위점막의 상처가 회복되려면 보통 3일이 걸리기 때문인데, 술을 마신 뒤에 3일은 쉬는 것이 좋다

 

숙취해소에 좋은 차로는 칡즙을 꼽는데 의학적으로 이유가 있다. 한방에서는 칡뿌리를 갈근(葛根)이라 하는데, 간기능을 개선시키고, 해독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칡을 간장질환에 많이 사용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갈근은 땀구멍을 열어 주고, 술독을 풀어주는데, 술로 인해서 생긴 병이나, 갈증에 쓰면 아주 좋다.”라고 나온다. 실제로 알코올로 유발된 간손상에 갈근을 투여한 결과, 간수치(GOT, GPT)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그만큼 칡뿌리는 알코올 분해작용과, 간기능 개선작용이 뛰어나다.

 

콩나물국은 해장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콩나물을 대두황권(大豆黃卷) 이라고 하는데, 몸에 있는 열을 제거하고 수분대사를 원활히 해주어서 알코올 부산물들을 배설시켜 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또, 콩나물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 생성을 도와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 아스파라긴산은 특히 꼬리 부분에 많이 있으므로, 해장국을 위한 콩나물국에는 꼬리부분을 떼어내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