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0 10:47
토요경제 - 여성의 폐경기와 갱년기 장애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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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폐경기와 갱년기 장애 - 토요경제

 

자식들 대학 보내고 집도 장만하고,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즐겁고 재미나게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거울 앞에 앉은 순간. 세월의 풍파에 주름진 얼굴을 발견하고는 눈물나게 서글퍼졌다는 한 중년 여성 환자. 그녀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의 한 시구가 떠오른다. 젊고 아름다운 시절을 자식과 남편을 위해 알뜰살뜰 살아왔는데, 그에 대한 훈장이 '갱년기 우울증'이라니...여성들에게 갱년기란 그저 말만 들어도 서글퍼지고 속이 상해지는 단어이다. 갱년기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과도기로, 대부분의 여성들은 생리가 끊기면 이제 더 이상 여성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갱년기(更年期)란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시기'이지 절대 인생이 끝이 나는 시기가 아니다. 물론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신체적인 변화들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갱년기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두어 남들보다 유난히 심하게 갱년기를 보낼 필요는 없다. 갱년기란 생노병사의 한 과정이므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의외로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한의학 최고의 경전《황제내경》에서 여성은 '49세가 되면 임맥(任脈)과 태충맥(太衝脈)이 쇠약해지고 천계(天癸)가 고갈되어, 폐경이 되고 자식을 낳을 수 없다'고 하였다. 천계(天癸)란 여성호르몬과 같은 의미로, 49세가 되면 여성의 생리와 임신을 주관하는 경락인 임맥과 태충맥의 기능이 쇠약해져 여성호르몬이 나오지 않아서 폐경이 되는 것이라 하여, 한의학에서 밝힌 폐경의 원리는 현대의학에서 설명하는 폐경 원리와 거의 유사하다.

 

갱년기 증후군의 증상은 기간에 따라서 초기, 중기, 후기로 분류할 수 있다. 초기증상은 갱년기 여성의 75%가 경험하며 수개월에서 수년 내에 증상이 소실되지만, 일부에서는 중기 증상을 거쳐 만성화하여 후기 증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증상은 다음과 같다. ① 안면홍조 ②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참 ③ 목이나 가슴이 타는 듯함. ④ 불안 초조하여 안절부절못함 ⑤ 불면증, 우울증 ⑥ 어깨 결림, 두통, 요통, 관절통

 

중기증상은 폐경 후 5년 전후로 나타나며, 다음과 같다. ① 피부 탄력을 잃어 까칠해지고 가려움. ② 질 분비물이 줄어들고 건조하여 성관계 시 통증이 발생하며, 그로 인해 성욕이 줄어든다. ③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지리거나 소변보기 힘들기도 하다. ④ 손발 저림

 

후기증상 폐경 후 10년 전후로, 다음과 같다. ①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가 잘 부러진다. ②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고지혈증도 발생한다.

 

갱년기 증후군의 처방으로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이 있다. 가미소요산은 정신적으로 긴장되며,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화가 잘 나며,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얼굴에 상열감이 있는 주로 갱년기 초기 증상에 적당한 처방이다. 반면 지백지황환은 상열감, 가슴의 번열감, 피부가 건조하고 탄력이 없고 가려움, 음부가 건조하고 가려움, 귀울림, 요통 등을 호소하는 주로 갱년기 중기 증상에 진액(津液)을 보충시켜주는 처방이다.

 

오늘날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서, 인생의 1/3이 넘는 30년 이상을, 폐경 후에도 살게 되었다. 따라서 갱년기를 적절히 잘 관리하는 것은, 노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골다공증, 심장병, 중풍, 치매 같은 질병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고, 갱년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서, 남은 노년의 인생도 건강하고 활기차고 행복할 수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을 하고, 보일러를 손보는 것처럼, 갱년기를 잘 다스리는 것이, 노년기 건강을 챙기고, 행복을 준비하는데 꼭 필요하다.

한의학박사 의학박사

경희대한의대 외래교수

전 경희대의대 외래부교수

이광연한의원 원장 이광연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