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1-20 13:44
글마루 - 식곤증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6,952  

밥만 먹고나면 졸려요 - 식곤증

 

식사 후에 졸리는 증상을 많이들 경험할 것이다. 이런 증상을 식곤증(食困症)이라고 한다. 식사 후에 졸음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잠깐이라도 자지 않으면 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면 질병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오늘은 식곤증에 대해서,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지 알아보자.

 

요즈음 일교차도 크고, 낮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무기력하고 쉽게 피로해지고 식사 후에 졸음이 쏟아져서 집안일이나,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음식을 먹은 뒤에 몸이 나른하고 졸음이 찾아오는 증세를 우리가 흔히 식곤증이라고 하는데, 특히 봄철과 초여름에 오후 1시~3시 정도에 식곤증으로 하루중에 최악의 컨디션이 될 수 있다. 특히 운전자에게 있어서 식곤증은 음주 운전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식곤증을, 식후도포(食後倒飽-식사후에 배불러 쓰러지는 현상)증이라고 하는데, 소화를 담당하는 비위장의 기능이 허약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보고 있다.

 

<동의보감>에 보면 ‘비위(脾胃)의 기운이 허(虛)하면, 소화를 시킬 힘 외에는, 다른 기운이 남지 않아서, 기운의 소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졸음이 오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현대 의학적으로 본다면, 우리의 뇌는 체중의 2.5%에 불과하지만, 전체 혈류량의 15%가 지나가고, 전체 산소의 20~25%를 소비하는 고에너지 소비기관이다.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혈액이 위나 장 등 소화기관으로 몰리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뇌쪽에 있는 뇌혈류량이 쉽게 위장으로 모이기 때문에, 뇌에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져서 쉽게 졸릴 수 있다.

 

만약 과식하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식사 후 졸음이 온다면, 몸의 노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심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은, 힘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식후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일정량을 식사하는 사람이라면, 식곤증은 보통 60세 이후 나타나고, 신체 활동량이 적을수록, 빠른 나이에 찾아오고, 또 신체 활동량이 적으면서 과식하는 사람들은, 40대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체질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식곤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체질에 따라서 식곤증이 나타날 수 있다. 대체로 마른체질인 소음인(少陰人)은 소화기가 약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식곤증이나 소화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체격이 좋은 비습한 체질인 태음인(太陰人)의 경우, 소화력은 왕성하지만 과식을 자주하기 때문에 식곤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인체의 상체가 발달된 소양인(少陽人)의 경우, 식사를 너무 빨리 하거나 폭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식곤증이 나타날 수 있다.

 

먹는 음식도 식곤증과 관계가 있다. 밥이나 국수 떡과 같은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당도 올라가면서 몸이 나른해지면서 잘 졸리게 된다. 반대로 생선, 콩류, 두부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나물, 현미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들은 혈당의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식곤증에도 도움을 준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학술지 ‘뉴런’에서 밝힌 것을 보면, 적정 단백질 섭취가 식곤증과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되고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이나 초콜릿과 같은 단 음식은, 식곤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식곤증이 심하면 식사량부터 확인해보아야 한다. 과식을 하면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혈액이 위와 장에 필요하기 때문에 졸린 현상이 더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 또 아침식사를 거르면, 일반적으로 점심을 과식해서 식곤증을 더 느낄 수 있다.

 

식곤증에 도움이 되고 소화를 돕는 음식은 어떠한 음식들이 있을까?

 

소화를 촉진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은 바로 무, 사과, 귤이다. 무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소화효소가 함유되어 있어서 소화를 직접 돕고, 사과와 귤은 위액분비를 촉진시키는 기능이 있다. 식후 무, 사과, 귤을 각각 먹어도 좋지만, 믹서기에 무 반 토막, 사과 반개, 귤 1개를 넣고 갈아서 먹으면 좋다.

 

식곤증, 소화불량이 있으면 공자나 소동파도 즐겨 먹었다는 따뜻한 생강차를 식후에 꾸준히 마시면 좋다. 그러나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은 꾸준히 먹는 것이 좋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과다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매실은 위장과 십이지장의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식곤증을 개선한다. 매실에는 피로회복 효과가 있는 구연산과 비타민 C가 풍부하기 때문에, 만성피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음료수처럼 꾸준히 마시는 것이 좋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매실로 만든 청량음료인 제호탕을 단오때 만들어서 왕은 신하들에게 하사하는 풍습이 있었다.

 

식후에 적당한 운동이나, 산책은 소화력도 향상시키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식곤증을 막는데 도움이 되고, 또 운동이 어려운 경우는, 간단하게 스트레칭이나, 발목돌리기 운동 또는 앉은 상태에서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 하면, 온몸의 혈액순환을 도와줘서 식곤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되고, 10~20분 잠시 자는 것도 좋다. 졸음을 너무 참다보면 오히려 졸음이 더욱 몰려오게 된다. 식사 후에 10~20분의 짧은 낮잠은 피로를 풀어주고 두뇌의 회전을 원상복구해준다. 하지만, 20분 이상의 수면은 오히려 피곤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로마테라피(향기요법)도 식곤증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박하, 즉 페퍼민트를 차로 마시거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휴지에 한 두 방울 떨어뜨리거나, 귀 뒤에 바르면 졸음을 퇴치하고 집중력을 높여주며, 두통에도 효과가 있으니, 식곤증이 있는 분들은 페퍼민트 아로마 요법을 이용해보자.

 

식곤증에는, 우리 몸의 기운이 들고 나는 네 관문인 사관(四關)을 지압해보자.

 

사관(四關)이란 양손의 합곡(合谷)과 양발의 태충(太衝) 총 네 개의 혈자리이다.

합곡은 손에서 엄지와 검지가 만나는 오목한 부분이고, 태충은 발에서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를 발등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뼈에 걸리는 곳이다. 이곳을 지압해 주면 막힌 곳의 소통이 원활하게 되어 소화가 촉진된다.

 

머리 위에 있는 백회(百會)혈과 관자놀이에 있는 태양(太陽)혈은 두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머리를 맑게 해주어 식곤증을 이겨내게 해준다. 머리로 신선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서 뒷머리가 뻣뻣하다, 머리가 둔하다, 머리를 띠로 두른 듯이 답답한 느낌이다고 할 때, 머리가 숨을 쉬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곤증에는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면 도움이 된다. 복부가 차가우면 위와 장의 연동운동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식곤증이 더 심해진다,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둥글게 마사지를 해주게 되면, 장운동이 활발해져서 소화가 잘되는데, 이는 장의 운동방향이 시계방향이기 때문에 그렇다, 시계방향의 맛사지는 식곤증 뿐만 아니라, 소화불량, 변비와 과민성 대장에도 좋다.

 

비위(脾胃), 즉 소화기가 허약하여 발생하는 식곤증에는 향사육군자탕(香砂六君子湯)이 좋다. 향사육군자탕은 비장의 기능을 보강하는 육군자탕에 향부자, 사인, 목향, 익지인 등 위장의 소화기능을 촉진시키고 기운을 소통시키는 약물을 가미한 처방이다. 식후에 소화가 잘 안되고 졸음이 심하게 온다, 식욕이 없고 소화가 안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 향부자, 백출, 백복령, 반하, 진피, 백두구, 후박 각4g, 사인, 인삼, 목향, 익지인, 감초 2g, 대추2개, 생강 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