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보면 그 사람의 건강을 알 수 있다, 설진(舌診)
혀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점막으로 둘러싸인 부분으로, 다양한 병변을 초래할 수 있으며, 혈액순환이 많아 전신질환이나 몸의 건강 상태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부위이다. 오늘은 혀에 담긴 건강의 비밀을 알아보자.
설진(舌診)이란
한의학에서는 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대 중국 은나라 때의 갑골문자에서도 혀를 보는 설진에 대한 관련 구절이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진단 방법 중 하나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혀는 심지묘(心之苗)이고, 비(脾)의 외후(外候)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혀를 단순히 말을 하거나, 음식 섭취에 관련된 부위로 보지 않고, 혀의 형태와 색깔 및 설태의 상태 등을 살펴서, 내부 장기의 허실(虛實)과 병의 경중(輕重)을 알아내고, 질환의 진단과 예후의 판단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설진에서는 혓바늘이나 혀의 균열, 부종, 치아 자국 외에도 혀의 딱딱함, 부드러움, 비뚤어짐, 신축성 등도 자세히 살핀다.
정상적인 혀의 색깔은 분홍색이고, 혀끝이나 주변을 제외하고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하얀 설태가 고르게 끼어 있다. 매끈한 광택을 보이고, 윗니로 혀를 가볍게 문질렀을 때 약간 거칠한 감촉이 느껴진다.
혀의 색
혀의 붉은 기가 옅고 하얀색에 가깝다면, 우리 몸의 에너지인 기(氣)와 영양원인 혈(血)이 부족한 상태이다. 평소에 몸이 찬 사람은 혀가 붉지 않고, 입술과 얼굴색도 하얀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으므로, 과로나 편식을 피하고, 기력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인삼차, 꿀차를 마시면 좋다.
반대로 혀의 붉은 기가 강하고, 누런 설태가 끼어 있으면 몸속에 열이 차 있다는 신호다. 기름기가 많거나 매운 음식, 혹은 술을 많이 마셔 내장에 열이 축적되고 위에 열이 쌓인 위열증(胃熱證)일 때 나타나기 쉽다. 평소에 성격이 급하고, 얼굴에 열감을 많이 느끼며, 눈이 충혈되고, 피부 가려움증, 여드름 등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열을 내려주는 녹차, 국화차, 박하차가 도움이 된다.
혀가 보랏빛의 어두운색을 띠고, 갈색의 반점이 있거나, 혓바닥 아래의 정맥이 유난히 구불거리고 튀어나와 있는 경우는 혈액순환 문제와 혈액의 노폐물 증가를 의심해야 한다. 이처럼 몸에 어혈(瘀血)이 있을 때는 당귀차가 좋다.
설태(舌苔)
설태는 침의 양과 밀접한 관련 있다. 침은 입안 청소부 역할을 하는데, 수면 중에는 침의 양이 1/10로 줄기 때문에, 자고 일어났을 때 설태가 가장 많이 낀다. 또, 위산이 자주 넘어오거나, 위장의 괄약근이 약한 사람들에게 쉽게 나타난다.
백태는 병이 초기이거나 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황태는 백태에 비해서 병이 심한 경우로 급성 열병이나 염증성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흑태는 병이 오래되거나 중한 환자이다. 병이 깊을수록 설태가 두껍다.
또한 백태는 빈혈이 있거나 냉증이 심한 사람의 특징이다. 체력이 약해진 허증(虛證)이나, 몸에 차가운 한증(寒證)일 때 많이 나타난다. 소화기인 비위(脾胃)가 허약해서 소화불량의 증세가 있을 때도 자주 보인다. 이런 사람은 몸을 덥혀주고 소화기를 강화시키는 생강차, 계피차를 마시면 좋다.
반면에, 설태가 거의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혀의 표면이 반들반들하고, 태가 거의 없으며, 혀만 매끈하게 나와 있다면, 악성 빈혈이나 수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충분한 휴식과 영양 보충이 필요하며, 몸의 진액을 보충해주는 대추차가 도움이 된다.
혀의 형태
혀가 부어서 커지면, 혀에 치아 자국이 생긴다. 피곤이 쌓여 있거나, 몸속에 수분이 많을 때 치아 자국이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은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율무차나 호박죽, 팥죽을 먹으면 좋다.
혀가 갈라지면서 화끈거리면, 매운 음식이나 뜨거운 음식을 먹기가 힘들다. 한의학에서는 비위장의 열(熱)이나 심장의 화(火)로 인해서 인체의 진액(津液)이 부족할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몸의 상태가 나쁘거나 피로, 영양결핍 등도 원인이 될 수 있고, 구강 위생 문제나 담배, 스트레스, 당뇨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검진이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충분한 휴식과 부드러운 음식, 균형잡힌 영양 섭취를 권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혀를 내밀 때 혀가 휘어진다는 것은 뇌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다.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은 뇌의 병변으로 인해 제7뇌신경인 설하신경이 마비되면, 혀를 내밀 때 혀가 마비된 쪽으로 기울어진다. 또, 혀가 미세하게 떨린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만성 알코올 중독, 치매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