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고된 시집살이, 남편의 무관심을 오랜 세월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던 한(恨) 많은 주부에게 많다고 알려진 화병. 그러나 최근 사회 변화에 따라 화병에 걸리는 계층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입시 스트레스가 가슴에 쌓여 병이 된 학생,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 대학생, 취준생, 결혼 후 남편과 시댁과의 갈등으로 가슴에 응어리가 진 주부, 퇴직의 두려움과 퇴직 후 아버지의 위치를 잃어버린 가장, 경제적인 어려움과 질병을 힘들어하는 어르신들 등…….그러나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화병의 주요 원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1, 화병이란?

화병은 억울함, 분함, 화남, 속상함 등의 비슷한 종류의 화를 제때 표현하거나 분출하지 못하고 6개월 이상 참아서 생기는 병인데, 대부분은 5년 이상 쌓였을 때 가슴이 답답하다, 가슴이 뛴다,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오른다, 소화가 안 된다, 한숨이 절로 난다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화병이라는 이름 그대로 ‘몸 속에서 오행 중의 화(火)가 제대로 풀리지 못해서 뭉친 울화병(鬱火病)’으로 보고, 뭉쳐진 화를 푸는 데 중점을 두고 치료를 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 많은 분노증후군의 하나로,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정의하고, ‘hwa-byung’라는 우리말 단어를 공식병명으로 등록하였습니다. 그만큼 화병이 한국인 고유의 신토불이 정신 질환이라는 말인데, 그것은 서양이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인데 반해서, 우리 나라는 감정의 절제를 높이 사는 ‘억압문화’이기 때문입니다.

2, 화병의 발생 과정

화병은 충격기→갈등기→체념기→증세기 4단계로 진행합니다.

① [충격기]심한 충격을 받는 단계로, 상대에 대해 배신감과 증오심 등이 격하게 발생하고, 심지어 살의까지도 품게 되는 극한 감정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격한 감정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이성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갈등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②〔갈등기〕에는, 결국 체면과 윤리 의식 때문에, 괴로워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자신의 불행을 ‘운명이다’ ‘팔자소관이다’ 등으로 받아들이는〔체념기〕에 이르고,

③〔체념기:이렇게 억제와 체념을 하다가 마침내는 그것이 신체적 증세로 나타나는

④〔증세기〕가 나타납니다.

3, 화병이 발생하는 이유와 증세

한의학에는 인체는 ‘수화상제(水火相濟)’가 잘 이루어져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상초에 있는 심장(心臟)의 뜨거운 화기(火氣)는 하초에 있는 신장(腎臟)의 차가운 수기(水氣)를 위로 상승시키고, 하초에 있는 차가운 신장의 수기(水氣)는 상초에 있는 뜨거운 심장(心臟)의 열기를 식혀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이 정상적인 생리상태입니다, 차가운 수기(水氣)와 뜨거운 화기(火氣)가 서로 교류를 잘해야 건강하다고 본겁니다

그런데 울화(鬱火)가 쌓이면, 상초의 뜨거운 심장(心臟)의 화기(火氣)는 점점 더 위로 치솟게 되고, 하초에 있는 차가운 수기(水氣)는 화기(火氣)를 만나지 못해 점점 아래로 향하게 되는 병적인 상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화병에 걸린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야 할 화기(火氣)가 상승만 하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심하게 뛰고, 잘 놀라고, 목에 뭔가 막힌 듯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또 위로 올라가야 할 수기(水氣)는 아래로 향하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고, 냉이 있고, 붓기도 하며, 몸이 무거워지고, 늘 피곤하고, 자고 나도 몸이 가볍지 않습니다.

4, 화병의 자가진단법

①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②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진다.

③ 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④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⑤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⑥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⑦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⑧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⑨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민다.

⑩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⑪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⑫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 위 항목 중 하나라도 6개월간 지속됐다면 화병이 의심되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화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① 화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의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입니다. 즉, 주변사람들은 화병을 가진 사람의 말을 불편함을 정성으로 들어주고 격려를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② 우선은 화날 일을 피해야 하고, 화병이 생겼을 때는 그 원인이나 대상을 찾아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③ 화가 날 때는, 화를 바로 폭발하는 것보다는, 일단 마음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다음, 표현할 것은 명료하게 표현하고, 참을 것은 참는 습관을 가지도록 합니다.

④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상대방을, 내 방식으로 맞추려고 한다면, 화가 더 쌓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⑤ 수다, 운동, 취미활동, 일을 바쁘게 함으로써 자신만의 화를 푸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햇빛을 30분 이상 쪼이면, 마음도 안정이 되고, 편안해지면서 우울증도 예방됩니다.

⑥ 화가 날 때에는, 명상, 요가, 기도 종교활동 등, 이완요법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⑦ 술, 담배, 카페인 음료 또는 약물 등은, 화를 잊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연속되면 의존성이 커지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지기 쉽기 때문에,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6, 화병의 지압요법

화병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을 때는 전중(膻中)과 내관(內關)을 지압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 때는 백회(百會),

소화가 잘 안 되고 입맛이 없을 때는 중완(中脘)이 효과적이며, 전체적으로 기운이 없고 삶의 의욕이 없을 때는, 발바닥에 있는 용천(湧泉)을, 지압해 주는 것이,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① 백회 : 양쪽 귀에서 머리 꼭대기로 똑바로 올라간 선과 미간 중심에서 올라간 선이 교차하는 점.

머리에 있는 감 앞쪽

② 전중 : 양쪽 유두 사이 가슴 정중앙.

③ 중완 : 중완은 배꼽과 명치사이의 중점.

④ 내관 : 손목 안쪽 가로 주름의 중앙에서 4cm 위쪽 지점.

⑤ 용천 : 발바닥을 오무려 ‘ㅅ’자가 생길 때 두 선이 만나는 점, 발바닥 정가운에서 앞쪽으로 3cm

***　화병과 수박

화병은 계절로 치면 확확 달아오르는 여름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이면 한여름 더위가 한번에 가시는 것처럼, 가슴에 뭉쳐진 울화병을 시원하게 뚫어주는데는 수박이 아주 좋습니다.

수박은 해열과 갈증을 없애는 작용이 가장 뛰어난 과일이고, 이뇨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방광염, 신장염, 고혈압, 비만에도 아주 좋습니다.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토마토와 수박의 붉은 색소인 리코펜(lycopene)은, 강력한 항산화 효능이 있어서, 항암 효과와 심장병 예방, 노화 방지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７， 화병에 도움이 되는 약차요법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이나 주부라면 평소에 녹차, 대추차, 결명자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화병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① 녹차 《동의보감》에는 ‘녹차는 기분을 안정시키고, 소화를 도우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이 잘 나가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피로가 많이 쌓이는 현대 직장인과 몸이 잘 붓는 여성들에게 가장 적당한 음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② 대추차, 대추는 한방 신경안정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한 사람의 불면증, 불안 초조, 신경쇠약, 신경성 위염으로 인한 속쓰림 등에 두루 도움이 됩니다.

또한 대추는 기운을 돕고 피가 잘 생기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신경을 쓰기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예민해지고, 음식을 못 먹거나, 위경련이 일어나는 사람들은 대추청을 드시면 좋습니다.

*** 대추청

대추의 씨를 빼고 곱게 채썰어서 꿀이나 흑설탕에 재워 유리병에 밀봉하여 15일정도 보관한 후, 노란 엑기스가 나오면, 따뜻한 물을 커피잔에 붓고, 대추청 3티스픈을 넣 어서 마십니다.

8，화병을 다스리는 처방

울화병 치료의 처방은 『청심온담탕(淸心溫膽湯)』열이 자꾸 치밀어 오르고 화가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입이 마르며, 불면증이 있고, 눈이 잘 충혈되고,, 스트레스가 속에서 화로 쌓여서, 예민해지고 주위 사람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 씁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 는 향부자

비위 소화기를 건강하게하는 백출, 감초,

몸에 비생리적인 담을 없애는 반하,

막힌 기를 순환시켜주는 진피,

마음을 편하게 안정시켜주고 잠 잘오게하는 복령, 산조인 석창포

혈을 보하는 당귀

심장의 화와 열을 내려주는 지실 죽여 황련 황금 치자

음기를 보해주는 맥문동 으로 구성된 처방

♧ 청심온담탕 처방 : 향부자, 백출, 반하, 진피, 백복령, 감초, 당귀, 지실, 죽여, 황금, 황련, 치자, 원지, 석창포 맥문동, 산조인, 생강, 대추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초조해서 잠도 잘 안 오며, 식욕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며 빈혈기도 있는 허약한 환자에게 적당하며,

♧ 가미귀비탕 처방 : 당귀․용안육․산조인․원지․인삼․백출․백복신 각 4g, 목향 2g, 감초 1.2g, 생강 5조각, 대추 2개, 치자 2g, 시호 3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