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손발이 차가워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늘 손이 차니 남들에게 덥석 손을 내밀 수도 없고, 악수라도 할라치면 손바닥을 싹싹 비벼야 하는 분들, 두꺼운 양말을 신지 않으면 잠들기 힘들 정도로 발이 차가운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수족냉증(手足冷症)이라고 하는데, 냉증(冷症)이라고 하는 것은, 신체의 특정한 부위가 유달리 차가운 증세를 말합니다.

수족냉증은 추운 겨울철과 같이 주위 기온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증세가 1년 내내 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수족냉증을 가진 분들은, 체열진단기로 차가운 냉증 부위의 체온을 측정해 보면, 다른 부위에 비해서 무려 1∼2도 정도 낮게 나타납니다.

한의학에서 손, 발이 시리고 차가운 것은 우리 인체에 있는 뜨거운 양의 기운이(陽氣) 쇠약해지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음의 기운(陰氣)이 비정상적으로 왕성해져서, 인체의 사지말단부위가 시렵고 차가운 증상이 생긴다고 봅니다.

좀 더 자세히 수족냉증의 원인을 분류해 보면, 신장기능의 허약, 비위장기능의 허약, 혈허(血虛) 이렇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인체의 난로에 해당하는데, 신장(腎臟)의 원기가 부족해지면, 사지말단으로 열기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 손발이 차고, 비위장이 허약하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켜서 사지말단으로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발이 차게 됩니다. 또 우리 몸의 혈액 및 체액을 뜻하는 혈(血)이 허(虛)하게 되면 수족냉증 뿐만 아니라, 얼굴에 핏기도 없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족의 냉증은 아무래도,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나타납니다. 초경과 임신, 출산등의 호르몬의 변화는 혈관의 확장과 수축에 영향을 많이 주게 되고, 특히 폐경 이후 여성들은 난소기능이 떨어지면서, 혈관기능도 같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수족냉증이 많이 생기고, 스트레스나 정서적으로 예민한 것도 부분적으로 수족냉증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족냉증에 좋은 음식으로 무엇보다 성질이 따뜻한 부추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 서적 중에 약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부추는 온신고정(溫腎固精) 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니, 부추는 인체 에너지의 근원인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정기(精氣)를 갈무리하여 준다는 뜻입니다. 부추의 이런 작용은, 매운 맛을 내는 유화알릴 성분 때문인데, 이것은 자율신경을 자극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혈맥을 소통시키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손과 발이 따뜻하게 되는 것이죠.

조선 후기 실학자셨고 한의학에도 조예가 깊으신 다산 정약용 선생의 장수비결이 부추였다고 합니다. 다산께서는 74세까지 사시는 동안에 거의 절반을 유배지에서 지냈는데 그 당시 평균수명이 40세도 안되었는데 그렇게 장수(長壽)하신 비결이 바로 부추라고 할 만큼, 다산 선생의 부추 사랑은 남달랐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봄부추는 잎이 연하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영양이 풍부해서 봄부추는 인삼보다 좋다고 합니다.

부추는 정약용 선생님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이미 그 효능을 인정받았는데, 부추를 ‘기양초(起陽草)’라고도 하는데, 바로 중국의 여걸 서태후가 붙여 준 이름입니다. 또한 양귀비도 이 부추를 매우 좋아해서 집을 허물고 이 부추를 심었기 때문에 ‘파옥초(破屋草)’라고 부르기도 했고 우리나라 속담에도 “부추 씻은 첫 물은 아들도 안 주고 신랑만 준다.”라는 말이 있죠.

설사 때 된장과 같이 먹으면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어린아이들의 야뇨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며, 무엇보다 강장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부추씨를 구자라고 해서 남성들의 갱년기에도 많이 이용해왔습니다, 실제로 남성에게 부추를 복용시켜 본 결과 정자의 활동력이 20% 이상 증가했다는 실험결과도 있습니다.

수족냉증에 좋은 한방차로는 계피차와 생강차, 인삼차가 있습니다.

계피는 서양에서 음식과 커피 등에 많이 쓰는 시나몬이라는 향신료의 원료입니다. 계피의 정유인 시나몬 오일은 심장의 관상동맥 혈관과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서 많은 혈액이 손끝 발끝까지 뻗어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합니다. 손발의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이 공급되면 손발이 점차 따뜻해지는 것이죠.

생강은 향신료와 약재로 쓰일 뿐 아니라, 차요법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식품이죠.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지만 껍질의 성분은 차기 때문에, 수족냉증에는 껍질을 벗기고 써야 합니다. 생강은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기운순환을 촉진시킵니다. 또, 팔다리가 마비되었을 때도 효과가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약리학에서 보면 생강의 주요 성분인 zingiberol은 심장의 수축력을 강화시켜 말초혈관까지 혈액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므로,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수족냉증과 반대로 몸에 열이 많아서 더위를 못참는 분들은 생강차를 많이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인삼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워주면서, 비위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비위기능이(脾氣) 허약하면 손과 발의 끝까지 영양을 공급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손발에 힘이 없고 차가워진다고 봅니다. 인삼을 복용하면 비위기능이 강화되면서 손발이 따뜻해지는 것이죠.

이외에도 성질이 더운 음식에 속하는 마늘, 생강, 양파, 파, 후추, 고추, 겨자, 쑥, 꿀, 닭고기, 염소고기 등이 수족냉증에 좋은 음식입니다.

반대로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수족냉증에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냉면, 녹두, 메밀 식품, 밀가루 음식, 빙과류, 돼지고기, 회, 수박, 배, 참외, 메론, 맥주, 녹차, 보리차 등이 있습니다.

운동도 수족냉증을 이겨내는데 중요합니다. 조깅, 등산, 걷기 같은 꾸준한 운동으로 심폐기능을 강화 시키면 수족냉증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운동들은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고, 기혈의 소통을 돕기 때문이죠.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시되, 최소 30분 이상, 일주일에 4, 5일 이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수족냉증을 개선하는 생활요법으로는 반신욕이 아주 좋습니다. 37~39℃ 정도의 물을 욕조에 받은 후, 청주 1.8ℓ나 한단 분량의 파뿌리 또는 양파 2개를 망에 싸서 넣고 15~30분 정도 반신욕을 합니다. 파뿌리와 양파에는 유화알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자율신경을 자극하여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에 음식으로 먹어도 좋고, 목욕을 해도 몸이 따뜻하게 됩니다.

반신욕이 여의치 않으면, 족탕요법을 매일 실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39~41℃ 정도의 따뜻한 물을 복숭아뼈 위 3cm 만큼 채운 후 15~20분간 담그고 있으며, 물이 식으면 더운물을 조금씩 보충해주도록 합니다.

한방치료로는 수족냉증에 뜸이 아주 좋습니다. 얼음을 녹이는 것은 바로 뜨거운 열기운 이죠. 특히 배꼽은 인체의 난로인 신장과 연결되는 통로로서, 배꼽에 뜸을 뜨면 신장에 열기가 전달되어서 온몸으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실시해야 효과가 난다는 점입니다. 손가락 발가락이 접해지는 부위를 팔풍 팔사혈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부위에 간접뜸을 뜨는 것도 좋습니다.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찬 경우 민간에서는 부자(附子)라는 약재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부자는 옛날에는 사약으로도 쓰였고, 영화 서편제에 보면 주인공아버지가 주인공이 창에만 열중하게 하기 위해 눈을 멀게 하는데 그때 썼던 약이 부자죠.

수족이 차고 아랫배가 찬 경우, 민간에서 부자나 천오, 초오같은 약재를 닭에다가 넣어서 드시는 경우가 있는데, 심장박동을 늘리고 말초혈관을 확장시켜주기 때문에, 수족냉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약재는 간에 부담을 주는 아코니틴성분들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와 상의를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