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깜짝깜짝 놀라요 】
● 관련상식
▶ 경기, 간질
▶ 고열
경기는 한방에서 경풍(驚風)이라 하며, 소아에게 나타나는 모든 경련성 질환을 말합니다. 증상에 따라 경기를 하는 현상도 다르고 치료법도 달라지므로,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 경기는 대부분 열로 인해 몸 속에 담음(痰飮)이 생기면서 생리적인 수축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아이가 고열이 나면서 경련을 하는데,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가요?
아이들이 경련을 일으키면, 혹시 간질은 아닐까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소아 경련의 대부분 열성경련으로, 고열로 인해 뇌의 신경세포가 과민 반응하여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열성경련은 생후 6개월~4세 사이에 발생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1세~2세 때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열성경련의 증상으로는 몸이 불덩이 같고, 체온을 재면 40도 정도이며, 경련은 몸의 양측에서 대칭적으로 일어나며, 수십 초에서 5분 정도 경련을 일으키다가 의식을 잃습니다. 경련이 그치면 잠들어 늘어지거나 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열이 올라도 경련을 일으키지 않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유난히 열성경련이 잘 발생하는 아이가 있어요. 보통 부모님이 어렸을 때 열성경련을 했던 경우 그 자녀도 열성경련이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고열이 나는 아이의 4% 정도에서 열성경련이 나타나고, 그 중 40%는 2~3회 이상 열성경련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열성경련이 반복된다고 해도 대부분의 아이는 뇌가 거의 손상되지 않으며 머리가 나빠지지도 않습니다. 다만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으로 열성경기를 할 때에는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열성경련이 있던 아이의 3% 정도는 나중에 간질이 생기기도 하므로 반드시 병원에 데려가서 진찰을 받도록 하세요.
▶ 열이 나지 않는데도 경련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아이가 열이 펄펄 끓으면서 경련을 하면, 부모님은 차라리 열이라도 안 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십니다. 그러나 열이 나지 않고 경련만 한다면, 오히려 뇌에 무슨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나쁜 징후이므로 반드시 병원에 가서 뇌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간질, 뇌의 손상, 전해질 이상 등 뇌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열이 없이도 경련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열성경련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아이가 경련을 할 때, 부모님이 흥분하면 아이도 불안해하여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절대 당황하지 말고 침착히 응급처치를 해주도록 하세요.
① 아기를 눕혀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주위에 위험한 물건을 치워서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해주세요.
② 아기가 구토를 하면 머리를 옆으로 돌려주고, 손가락에 가제수건을 감아서 구토물을 빼내주세요. 이때 수건을 감지 않고 손가락을 바로 넣으면 물릴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③ 열이 너무 심하면 좌약을 넣어주거나 시원한 물로 몸을 닦아주세요.
일반적으로 열을 내릴 때는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는 것과 달리, 열성경련이 있을 때는 열을 빨리 내려 신경을 진정시켜야 하므로 시원한 물로 닦아주는 것이 좋답니다. 그리고 경련을 할 때 해열제를 먹이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먹는 해열제를 쓰지 말고 좌약을 쓰도록 하세요.
④ 경련 하는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해두세요.
․경련을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체크하고 5분이 넘어가면 병원으로 데려가세요. 이때 아이를 들쳐업고 허겁지겁 뛰면 아이에게 자극이 되므로, 머리를 받쳐 안고 조심스럽게 가도록 주의하세요.
․체온을 측정하여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경련을 일으켰는지 적어두세요.
․경련이 몸의 양측에서 일어나는지, 한쪽에서 일어나는지 적어두세요. 열성경련은 좌우 대칭적으로 경련이 일어나지만, 한쪽에서만 경련이 일어나거나 한 부위에서 전신으로 퍼지면 뇌의 이상이 의심되므로 곧장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⑤ 일반적으로 열성경련 후 아이는 축 늘어져서 잠에 빠집니다. 이것은 열성경련이 진정되는 징후이므로, 아이가 의식을 잃었다고 걱정하거나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⑥ 경련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겨드랑이, 발목, 손의 두꺼운 혈관이 있는 부위를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아서 열을 내려주세요.
⑦ 경련이 끝나고 진정이 되면 아이를 소아과에 데리고 가세요. 혹 열성경련이 아닌 경우가 있으므로 의사선생님께 경련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드리고, 필요하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세요.
▶ 이럴 땐 응급실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뇌의 이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응급실로 가도록 하세요.
① 경련이 10분 이상 지속된다.
② 1분 정도 숨을 쉬지 못한다.
③ 머리를 다친 후 경련을 한다.
④ 경련이 몸의 한쪽에서 시작해서 전신으로 진행이 된다.
⑤ 경련이 몸의 한쪽에서만 나타난다.
⑥ ‘왈칵’하는 분출성 구토를 하거나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⑦ 뒷목이 뻣뻣해져, 머리를 들어올리면 어깨와 상체가 같이 들어올려진다.
▶ 경련이 일어날 때 주의사항!
① 경련을 할 때 경련을 멈추게 하기 위해 몸을 꽉 누르거나 잡지 마세요.
② 경련을 할 때는 질식의 위험이 있으니 아무 것도 먹이지 마세요. 약이나 물도 절대 먹여서는 안됩니다.
③ 아이가 혀를 깨물까봐 입에 손가락을 넣거나 혀를 잡아당기지도 마세요.
④ 인공호흡을 하지 마세요.
⑤ 아이가 경련을 여러 번 하다보면 부모님은 ‘그러다 그치겠지’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같은 상황일 수는 없으니, 항상 처음처럼 신중히 대처하고 경련이 끝나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도록 하세요.
⑥ 열성경련과 예방접종
경련을 한 적이 있는 아이는 예방접종 전에 소아과 의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그에 따른 대처를 하도록 하세요.
․열성경련을 한 적이 있는 아이에게는 예방접종 후 경련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해열제를 먹이기도 합니다.
․DPT 예방접종 후 경련이 발생한 아이는 다음 번에는 DPT 접종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찰 후 경련의 원인이 예방접종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계속 접종해도 됩니다.
․DPT 예방접종 후 열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해열제(예:타이레놀)를 먹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방접종 후에는 잠잘 때 열이 오를 수 있으므로 이불을 얇게 덮어주도록 하세요.
․MMR 예방접종 후 열이 오를 수 있는데, 이때에도 해열제(예:타이레놀)를 먹여서 열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 경련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한의학에서는 경련을 ‘경풍’이라고 하는데, 크게 급경풍과 만경풍으로 분류하여 치료합니다. 입술이 떨리고, 고열이 오르고, 몸이 뒤로 활처럼 휘어지고, 입술이 꽉 다물어지고, 눈이 뒤집어지는 응급한 상황을 급경풍이라 합니다.
급경풍의 경우 포룡환, 소합향원으로 급히 열을 내리면서 기운을 통하게 하는 치료를 합니다.
경련이 여러 번 반복된 경우 만경풍이라 하는데, 만경풍의 경우 입과 코에서 찬기운이 나오고, 입술이 열려있으며, 안색이 창백하고, 경련 상황이 완만합니다. 이때는 익황산, 전씨백출산 등으로 반복된 경련으로 허약해진 기운을 보강하면서 신경을 진정시키는 치료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 경련에 많이 쓰이는 우황포룡환은 급경풍과 만경풍에 두루 쓸 수 있는 처방으로,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 응급약으로 상비해두고 있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