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풍 】
● 관련상식
▶ 류마티즈 관절염
▶ 무지외반증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 ‘통풍’. 세기의 황제 프랑스의 루이 14세,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모두 이 병으로 고생했다고 하여 일명 ‘황제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황제나 귀족과 같이 고량진미를 즐기는 계층에서만 통풍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보면, 식사 습관과 통풍의 발병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 추측을 할 수 있겠죠. 제2차 세계대전 중 식량이 부족해짐에 따라 통풍 환자가 급감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확실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풍족한 식량 덕에 서민의 발병률이 높아져 ‘서민의 병’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통풍이란?
통풍은 요산 결정체가 관절주위에 침착 되어 염증이 생긴 상태입니다. 정상적으로 요산은 혈액 속에서 원래 액체 상태로 녹아 있는데, 그 양이 과다 축적되면 바늘이나 솔잎 모양의 결정체로 변하게 됩니다. 이처럼 뾰족한 요산 결정이 관절강이라는 관절 사이의 틈으로 들어가면 염증을 일으켜 벌겋게 붓게 되고, 요산 결정이 뼈를 콕콕 찔러 아주 고통스런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통풍입니다.
▶ 요산과 고(高)요산혈증
결국 통풍의 원인은 ‘요산 결정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요산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요?
우리 몸에서 요산이 생성 과정은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경로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세포질과 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핵에는 퓨린이라는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노화된 세포가 죽게되면 핵 속의 퓨린이 분해되면서 최종적으로 요산이 생기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경로입니다. 즉 간, 콩팥 등 동물의 내장이나 생선과 같이 퓨린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면 그것이 분해되면서 요산이 생성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산은 대부분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고, 일부는 대변으로 배설됩니다. 이처럼 요산의 생산과 배출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혈중 요산이 남성은 7㎎/㎗, 여성은 6㎎/㎗ 이하로 유지되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요산의 생산이 많아지거나 배설이 잘 되지 않으면 혈액에 과도하게 넘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고요산혈증’입니다. 고요산혈증이 지속되면 요산 덩어리가 관절에 쌓여 통풍을 일으키기도 하며, 피부와 신장에 쌓여 신장 결석 등의 질병을 발생하기도 합니다.
▶ 그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요산 과다 생성 : 퓨린이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동물의 간, 콩팥 등 내장)을 과다 섭취, 유전적 원인, 비만, 과음, 항암 요법
신장의 요산 배출 장애 : 이뇨제나 결핵치료제, 아스피린, 고혈압약물 등을 오랫동안 복용하는 경우, 신부전증으로 신장기능이 저하된 경우, 애주가, 탈수증
그러나 혈중 요산의 농도가 높다고 모두 통풍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요산농도가 높은 사람 중 통풍 발병되는 확율은 5%정도입니다. 다만 ‘고요산혈증’이 몇 년간 지속되면 몸 속에 요산 결정이 생기게됨으로써 통풍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요산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퓨린이 많이 든 음식을 제한하고 생활습관을 고쳐서 요산 수치를 낮추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 통풍의 증상
1. 통풍 발작
통풍은 보통 한두 개의 관절, 특히 엄지발가락 관절 부위에 극심한 통증으로 시작합니다. 이것을 급성 통풍 발작이라고 합니다. 통증의 정도가 아주 극심하여, 환자들은 ‘너무나 아파서 밤새 울었다’ ‘옷깃만 스쳐도 아프다’ ‘이불이 스쳐도 아프다’ ‘평생 살아오면서 이렇게 아픈 적은 없었다’는 호소를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관절이 붓고 벌겋게 되며 관절을 잘 움직일 수 없게되는데, 이러한 증상은 수 시간에서 수일 후에 사라집니다.
이처럼 혹독한 눈물의 ‘신고식’을 치르고 나서는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은 씻은 듯이 아무 증상이 없는 것도 이 병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한참 지나서 기억에서 잊혀져버릴 때쯤 갑자기 두 번째 발작이 찾아옵니다. 두 번째 발작이 시작되고 나서는 발작 횟수와 증상은 점점 증가하고, 결국 손가락, 손목, 발목, 무릎관절 등 여러 관절까지 침범하게 됩니다.
2. 통풍 결절
이러한 통풍성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요산 결정이 덩어리를 이루어서, 피하조직에 침착하여 통풍 결절이라는 딱딱한 혹을 만들게 됩니다. 통풍 결절은 관절 주위뿐만 아니라 귓바퀴, 신장, 심지어 심장 판막에까지 생기게 됩니다. 통풍 결절이 관절에 침착하면 만성 관절염이 되어 통증과 운동장애, 관절의 변형이나 탈구가 초래됩니다. 신장에 침범할 경우 신장 결석의 형성이나 신장의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며, 방광까지 내려갈 경우 방광 결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3. 합병증
통풍 환자의 사망 원인은 신장기능 상실로 인한 요독증이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통풍이 만성화되면 신장의 합병증이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고, 그 외 심장과 뇌혈관 장애 등 생명과 직결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풍 환자는 단순히 통증을 완화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 통풍은 누가 잘 걸리는가?
BC 400년 무렵 히포크라테스는 ‘거세한 남성과 생리 중의 여성은 통풍이 생기지 않고, 남성은 사춘기 이후부터 통풍이 생긴다.’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통풍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요, 통풍의 남녀 비는 20:1로 남자에게 월등히 많이 발생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은 발병을 하더라도 대개 폐경 이후에 발생합니다.
평균 발병 연령은 44세로 주로 30~40대에 많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통풍은 유전되는 경향이 있어서, 가족 중 통풍 환자가 있다면 자신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평소 규칙적으로 혈액 검사를 통햐 혈중 요산 수치 검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 통풍 환자는 약 30만 명 정도이며, 통풍의 가능성이 있는 고요산혈증 환자가 300만 명 정도이니 잠재된 통풍 환자를 약 300만 명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 호랑이가 무는 것 같이 아픈 통증
《동의보감》에서는 ‘통풍은 팔다리의 뼈마디를 왔다갔다 돌아다니면서 아프기 때문에 ‘역절풍(歷節風)’이라고 하는데, 심해지면 범이 무는 것과 같이 몹시 아프기 때문에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이라고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옛날 의사들이 통풍의 별명을 그 증상에 따라 아주 절묘하게 지었다고 할 수 있죠.
한의학에서는 통풍의 원인을 풍(風)․한(寒)․습(濕)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몸이 허약하고 피부의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풍(風)․한(寒)․습(濕) 사기가 온몸의 뼈마디로 돌아다니면서 혈기와 엉겨 싸우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관절이 당기듯이 아픈 것은 한사(寒邪)가 많기 때문이고, 관절이 부어서 빠질 것같이 아픈 것은 습사(濕邪)가 많기 때문이며, 관절에서 땀이 나는 것은 풍사(風邪)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람을 쐬거나 차고 습한 곳에 노출되었을 때 통풍 발작이 시작되었다는 환자들도 있고, 이러한 환경에 접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통풍 환자들이나 고요산혈증 환자들은 이러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합니다.
▶ 통풍의 진단
통풍의 전형적인 증상과 높은 혈중 요산치로 통풍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즉 혈중 요산치가 남자 7mg/dl, 여자 6mg/dl 이상이면 일단 통풍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중 요산 수치는 정상이면서도 관절 내에서만 요산이 증가된 경우도 있으므로, 혈액 검사만으로는 통풍을 진단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아픈 관절에서 관절액을 뽑아 요산 결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 통풍의 생활요법
통풍의 치료와 예방은 철저한 식이요법과 생활관리가 기본입니다. 그리고 양방의 약물치료, 한방의 침구치료와 한약치료를 병행하여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고통 없이 정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요산 생성의 주범인 퓨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피하라.
퓨린 함량에 따른 식품 분류
퓨린함량(100g 당) |
엄격히 금해야 하는 식품
(150~180㎎) |
가끔 먹어도 되는 식품
(50~150㎎) |
먹어도 되는 식품
(0~15㎎) |
육류 내장(간, 콩팥, 심장, 지라, 뇌, 혀 등), 육즙, 베이컨
등푸른 생선(고등어, 멸치, 정어리, 청어, 참치, 송어)
홍합, 가리비
술, 메주, 효모 |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햄(하루 100g으로 제한)
게, 가재, 굴, 새우
흰살 생선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버섯, 콩 |
곡류(쌀, 보리, 옥수수, 국수, 빵)
달걀, 치즈, 우유, 유제품
과일, 설탕
시금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야채
해조류(미역, 다시마) |
2. 술은 절대 금하라.
술 특히 맥주와 와인은 퓨린이 많아 통풍발작을 악화시키므로 절대 금해야 합니다. 부득이 술을 마실 경우에는 맥주나 와인보다는 소주가 낫고, 소주도 3잔 이상을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3. 하루 8~10잔의 물을 마셔라.
물을 많이 마시면 이뇨작용에 의해 요산이 배설될 수 있으므로, 하루 8~10잔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도록 합니다.
4. 저염, 저지방 식사를 하라.
짠 음식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수분의 배설을 방해하여 체내에 요산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이하(1티스푼)로 제한하도록 합니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먹기에 아주 싱거운 정도로, 조리를 할 때에는 소금․간장 대신 식초나 레몬 등으로 간을 하며, 소금간이 많이 된 김, 김치, 된장, 장아찌, 젖갈, 인스턴트 식품 등의 섭취를 줄이도록 합니다. 특히 찌개나 국의 경우 싱겁게 조리되었더라도 국물을 많이 먹으면 소금 섭취량이 늘어나게 되므로, 가급적 국물을 적게 먹도록 합니다.
5.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으면 관리를 철저히 하라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요산 생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면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관리를 잘 하도록 합니다.
6. 가족 중 고요산혈증이나 통풍 환자가 있으면 자신도 주의하라.
통풍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대물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전체 환자 중 가족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30~40%입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이 통풍이나 고요산혈증이 있다면, 다른 가족들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혈중 요산치를 검사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고요산 혈증이나 통풍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평소 통풍의 생활요법을 실천하여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족탕요법이나 온천욕으로 통풍발작을 예방하라.
통풍 발작이 있을 때에는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통증감소에 도움이 되지만, 통풍 발작이 없을 때에는 따뜻한 찜질을 하는 것이 발작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통풍은 요산결정이 관절강에 걸려 통증이 생기는 것이므로, 관절부위를 따뜻하게 함으로써 그 주위에 혈액순환을 좋게 하면 요산결정이 관절에 끼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는 족탕요법이나 온천욕이 제격입니다. 물에다 청주를 타거나 파뿌리를 망사에 넣어 담가주면 혈액순환이 더욱 좋아질 수 있습니다.
8. 평상시 꾸준히 운동을 하라.
평상시 관절을 꾸준히 움직여주면 요산 침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몸 안의 노폐물도 잘 배출됩니다. 따라서 수영, 조깅, 등산, 자전거 타기 등을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실시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유도, 씨름, 골프와 같이 발가락을 자주 사용해야 하는 운동은 오히려 통풍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통풍 체질인 사람은 이런 운동은 삼가도록 합니다.
▶ 갑작스럽게 통증이 발생할 때는 이렇게.
통풍발작이 시작되면 일단 안정을 취하고, 관절의 휴식을 위해 통증부위를 고정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아픈 부위를 높이 올리고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얼음이 관절부위를 압박하면 통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냉찜질 팩을 구입하여 냉장고에 넣어둔 후 말랑말랑한 상태로 찜질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하루 2ℓ이상의 물을 섭취하여 요산을 빨리 배설시키도록 합니다.
단, 아플 때는 관절을 문지르거나 마사지하는 것은 통증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손을 대지 않도록 하며, 가급적 그 관절을 사용하지 말도록 합니다.
▶ 통풍의 한방치료
한방에서 통풍의 치료는 풍(風)․한(寒)․습(濕)을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시행하는데, 침구요법과 한약요법을 병행합니다. 한약요법은 증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처방합니다.
원인 |
증상 |
처방 |
풍습
(風濕) |
풍습이 원인인 경우는 팔다리의 뼈마디 여기저기가 퉁퉁 붓고 아파서 굽혔다 폈다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몸에 물살이 많아서 몸이 쳐지고 무거우며 기운이 없습니다. |
대강활탕
(大羌活湯) |
어혈
(瘀血) |
어혈이 원인인 경우는 팔다리 뼈마디가 벌겋게 붓고 통증이 한곳에 고정되어 있는데,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합니다. 통풍이 반복해서 발작한 결과 관절이 굵어지고 뻣뻣하게 굳거나 기형이 되기도 합니다. 관절을 누르면 통풍 결절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
소풍활혈탕
(疎風活血湯) |
♧ 대강활탕 ♧
강활, 승마 각6g, 독활 4g, 창출, 방기, 위령선, 백출, 당귀, 적복령, 택사, 감초 각3g
♧ 소풍활혈탕 ♧
당귀, 천궁, 위령선, 백지, 방기, 황백, 남성, 창출, 강활, 계피, 각4g, 홍화1.2g, 생강 5쪽
침구요법은 통증이 있는 관절 부위 경혈에 자침을 하며, 관절이 벌겋게 부어서 통증이 심할 때는 사혈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 침구요법을 시행하면 통증이 가중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 하에 시술을 해야합니다. 통풍발작이 가장 흔한 엄지발가락 관절에 통증이 있을 경우에는 은백(隱白), 대도(大都), 태백(太白), 공손(公孫), 대돈(大敦), 행간(行間), 태충(太衝) 등의 경혈에 자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