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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시집살이, 남편의 외도로 오랜 세월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던 한(恨) 많은 주부에게 많다고 알려진 화병. 그러나 최근 사회 변화에 따라 화병에 걸리는 계층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입시 스트레스가 가슴에 쌓여 병이 된 대학생,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 결혼 후 남편과 시댁과의 갈등으로 가슴에 응어리가 진 30～40대 주부, 퇴직의 두려움과 퇴직 후 경제적 빈곤을 자책하는 가장, 며느리만 보면 화가 나는 시어머니 등…….

어느 조사에 따르면 화병을 앓은 사람의 근심거리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35.1%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및 시댁과의 갈등이 28.1%, 가족의 병이 15.8%로 나타났습니다. 전통적으로 ‘화병=고부간의 갈등’이었던 고정 개념에서 최근에는 사업 실패, 조기 퇴직, 카드 빚 등 경제적인 문제가 화병의 주요 원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화병이란?

화병은 억울함, 분함, 화남, 속상함 등의 비슷한 종류의 화를 제때 표현하거나 분출하지 못하고 6개월 이상 참아서 생기는 병인데, 대부분은 7～8년 이상 쌓였을 때 가슴이 답답하다, 가슴이 뛴다,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오른다, 소화가 안 된다, 한숨이 절로 난다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화병이라는 이름 그대로 ‘몸 속에서 오행 중의 화(火)가 제대로 풀리지 못해 뭉친 울화병(鬱火病)’으로 보고, 뭉쳐진 화를 푸는 데 중점을 두고 치료를 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 많은 분노증후군의 하나로,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정의하고, ‘hwa-byung’라는 우리말 단어를 공식병명으로 등록하였습니다. 그만큼 화병이 한국인 고유의 신토불이 정신 질환이라는 말인데, 그것은 서양이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인데 반해서 우리 나라는 감정의 절제를 높이 사는 ‘억압문화’이기 때문입니다.

▶ 화병의 발생 과정

화병은 충격기→갈등기→체념기→증세기 4단계로 진행합니다.

[충격기]심한 충격을 받는 단계로, 상대에 대해 배신감과 증오심 등이 격하게 발생하고 심지어 살의까지도 품게 되는 극한 감정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격한 감정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이성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갈등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갈등기〕에는 결국 체면과 윤리 의식 때문에 괴로워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자신의 불행을 ‘운명이다’ ‘팔자소관이다’ 등으로 받아들이는 〔체념기〕에 이르고, 이렇게 억제와 체념을 하다가 마침내는 그것이 신체적 증세로 나타나는 〔증세기〕가 나타납니다.

▶ 화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증세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체는 ‘수화상제(水火相濟)’가 이루어져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심장(心臟)의 화기(火氣)를 이용하여 아래에 있는 신장(腎臟)의 수기(水氣)를 위로 상승시키고, 그 수기(水氣)로 심장(心臟)의 열기를 식혀서 아래로 내려보내어 수기(水氣)와 화기(火氣)가 따로 떨어지지 않고 골고루 섞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울화(鬱火)가 쌓이면 심장(心臟)의 화기(火氣)는 점점 더 위로 치솟게 되고, 아래에 있는 수기(水氣)는 화기(火氣)를 만나지 못해 점점 아래로 향하게 되는 병적인 상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화병에 걸린 사람은 화기(火氣)가 상승하여 얼굴이 붉어지고,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고, 가슴이 심하게 뛰고 잘 놀라고, 목에 뭔가 막힌 듯한 느낌이 들며, 수기(水氣)는 아래로 향하여 소변을 자주 보고, 냉이 있고, 붓기도 하며, 몸이 무거워지고, 늘 피곤하고 자고 나도 개운치 못하다고 합니다.

▶ 화병의 자가진단법

① 가슴이 매우 답답함을 느낀 적이 있다

② 숨이 막히거나 목,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진다.

③ 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④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뛴다.

⑤ 입이나 목이 자주 마른다.

⑥ 두통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⑦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낀다.

⑧ 마음의 응어리나 한이 있는 것 같다.

⑨ 뚜렷한 이유 없이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민다.

⑩ 자주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란다.

⑪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⑫ 삶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 위 항목 중 하나라도 6개월간 지속됐다면 화병이 의심되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 화병에 걸리기 쉬운 사람

전통적으로는 권위적인 아버지․남편․시부모와 살아가는 여성과 저학력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과 남성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성격적으로는 예민하고 내성적이어서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는 사람, 결벽증이 있는 사람, 성미가 급하고 화를 잘 내더라도 이를 풀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화병 발생에 있어 성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므로 가족들의 애정과 관심이 화병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 화병의 지압요법

화병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을 때는 전중(膻中)과 내관(內關)을 지압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 때는 백회(百會), 소화가 잘 안 되고 입맛이 없을 때는 중완(中脘)이 효과적이며, 전체적으로 기운이 없고 삶의 의지가 없을 때는 발바닥에 있는 용천(湧泉)을 지압해 주는 것이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① 백회 : 양쪽 귀에서 머리 꼭대기로 똑바로 올라간 선과 미간 중심에서 올라간 선이 교차하는 점.

② 전중 : 양쪽 유두 사이 가슴 정중앙.

③ 중완 : 중완은 배꼽과 명치사이의 중점.

④ 내관 : 손목 안쪽 가로 주름의 중앙에서 4cm 위쪽 지점.

⑤ 용천 : 발바닥을 오무려 ‘ㅅ’자가 생길 때 두 선이 만나는 점

▶ 화병을 다스리는 처방

울화병 치료의 3대 처방은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 『청심온담탕(淸心溫膽湯)』, 『교감단(交感丹)』입니다.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초조해서 잠도 잘 안 오며, 식욕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며 빈혈기도 있는 허약한 환자에게 적당하며, 『청심온담탕(淸心溫膽湯)』은 열이 자꾸 치밀어 오르고 화가 나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입이 마르며, 눈이 잘 충혈되는 환자에게 적당합니다. 『교감단(交感丹)』은 화병으로 인해 서로 떨어져 있는 심장의 화기(火氣)와 아래의 수기(水氣)를 서로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처방으로 수화상제(水火相濟)를 목표로 한 화병치료의 가장 근본적인 처방입니다.

♧ 가미귀비탕 처방 ♧

당귀․용안육․산조인․원지․인삼․백출․백복신 각  4g, 목향 2g, 감초 1.2g, 생강 5조각, 대추 2개, 치자 2g, 시호 3g.

♧ 청심온담탕 처방 ♧

진피․반하․백복령․지실․죽요․백출․석창포․생강즙에 볶은 황련․향부자․당귀․백작약 각 4g, 맥문동 3g, 천궁․원지․인삼 각 2g, 감초 1.5g, 생강 3조각.

♧ 교감단 처방 ♧

향부자 600g, 백출 150g을 가루내어 꿀로 반죽한 다음, 계란 노른자위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향부자․백복신․감초 각 4g을 달인 물로 한 번에 한 알씩 씹어서 복용한다.

▶ 화병에 도움이 되는 약차요법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이나 주부라면 평소에 녹차, 대추차, 결명자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화병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의보감》에는 ‘녹차는 기분을 안정시키고, 소화를 도우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이 잘 나가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고 하였으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피로가 많이 쌓이는 현대 직장인과 몸이 잘 붓는 여성들에게 가장 적당한 음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추는 한방 신경안정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 효과가 뛰어나 신경이 예민한 사람의 불면증, 불안 초조, 신경쇠약, 신경성 위염으로 인한 속쓰림 등에 두루 도움이 됩니다. 또한 대추는 기운을 돕고 피가 잘 생기도록 도와주므로, 신경을 쓰기만 하면 음식을 못 먹거나 위경련이 일어나는 사람들은 대추청을 상비해 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타서 먹으면 영양분은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명자는 화가 치솟아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침침하고 빨갛게 충혈되고, 입이 마르고,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는 사람들의 화를 내려주는 데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결명자의 혈압강하 작용이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되었으므로, 고혈압 환자들은 물대신 결명자차를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1. 녹차

물을 끓여서 60～70℃ 정도로 식힌 후, 녹차 1작은술을 넣어 1분 정도 우려낸 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녹차와 말린 국화꽃을 각각 1작은술씩 넣고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시면 고혈압, 두통, 눈이 침침할 때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녹차에 볶은 결명자를 1작은술씩 넣고 같이 우려내어 마시면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시원해질 것입니다.

단, 녹차의 탄닌 성분이 음식 중 철분, 단백질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사 직후에 마시는 것은 피하고, 우유나 빈혈약과 5시간 정도 차이 나도록 해서 먹는 것이 좋으며, 하루에 5잔 정도가 적당합니다.

2. 대추청

대추의 씨를 빼고 곱게 채썰어서 꿀이나 흑설탕에 재워 유리병에 밀봉하여 보관한 후,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십니다.

3. 결명자차

결명자를 볶으면 효능이 증대되므로, 볶은 결명자 2큰술을 물 1ℓ에 넣고 센 불에서 15분 정도 끓여 식힌 후 냉장보관하고 물대신 마십니다.

▶ 화병과 수박

화병은 계절로 치면 확확 달아오르는 여름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이면 한여름 더위가 한번에 가시는 것처럼, 가슴에 뭉쳐진 울화통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데도 수박은 톡톡히 제 몫을 다합니다.

수박은 해열과 갈증해소 작용이 가장 뛰어난 과일로, 이뇨 작용 또한 강하여 방광염, 신장염, 당뇨, 고혈압, 비만에도 아주 좋습니다.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토마토와 수박의 붉은 색소인 리코펜(lycopene)은 강력한 항산화 효능이 있어서 항암 효과와 심장병 예방, 노화 방지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 화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① 화병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의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입니다. 즉, 주변사람들은 진실하게 말을 들어주고 격려를 해줄 수 있어야 하며, 자기 자신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서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② 우선은 화날 일을 피해야 하고, 화병이 생겼을 때는 그 원인이나 대상을 찾아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직장 상사의 꾸중이나 잔소리와 같이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경우에는 ‘너는 떠들어라’는 식으로 무시하거나,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본인의 건강을 위하여 좋습니다.

③ 화가 날 때는 화를 바로 폭발하는 것보다는, 일단 마음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다음, 표현할 것은 명료하게 표현하고 참을 것은 참는 습관을 들이도록 합니다.

④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상대방을 내 식으로 고치려 하면 화가 더 쌓이므로,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⑤ 수다, 운동, 취미활동, 일을 바쁘게 함으로써 자신만의 화를 푸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햇빛을 30분 이상 쪼이면 우울증이 예방됩니다.

⑥ 화가 날 때에는 명상, 요가 등 이완요법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⑦ 술, 담배, 카페인 음료 또는 약물 등은 화를 잊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연속되면 의존성이 커지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지기 쉬우므로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 화병과 아로마

화병으로 인한 불안, 우울감, 신경과민 등에는 아로마를 쓰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라벤더, 바질, 제라늄, 일랑일랑, 자스민, 클라리세이지, 베르가못 등이 마음의 안정, 이완, 행복감이 생기도록 도와주는 아로마입니다.

한 가지의 아로마 2～3방울을 램프에 넣고 확산을 시키거나, 아로마 오일 5～7방울을 욕조에 떨어뜨리고 목욕을 해도 좋으며, 여러 종류가 구비되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① 목욕법 : 라벤다6+바질3+파인2 또는 라벤다6+일랑일랑4+베르가못2 방울을 욕조에 떨어뜨리고 입욕합니다.

② 증기흡입법 : 라벤다2+일랑일랑1+버가못1 방울을 40℃ 물그릇에 배합 후 20분간 증기흡입합니다.

③ 램프확산법 : 클라리세이지1+일랑일랑1+제라늄1+바질1 방울을 램프에 넣고 방안에 확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