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약에 대한 궁금증 Q&A 】
● 관련상식
▶ 간과 한약
▶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
사람들 중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더라’면서 한약 먹기를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일부 의사선생님들이 ‘한약을 먹어서 병이 악화되었어요’,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지니 한약을 먹지 마세요’라며 한약을 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경고하니, 환자들은 한약 복용을 상당히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는 한약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예로부터 ‘식즉약(食則藥)’ ‘의식동원(醫食同源)’ 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하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는 한약재는 오랫동안 우리조상들이 음식으로 섭취해 온 것들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생강, 도라지, 더덕, 쑥, 고들빼기, 겨자, 대추 등이 한약재로도 널리 쓰이는 음식으로, 근본적으로 한약은 음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한약이 간에 나쁘다’고 단정을 지으면 간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자연에서 나는 음식 또한 먹지 말아야한다는 말과 같으니,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오히려 그러한 걱정과는 반대로, 한약으로 간장질환이 호전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경희대 한방병원에 입원한 만성 간염 환자에게 3개월 이상 『생간건비탕』을 투여한 결과 증상의 호전율은 평균 71.6%, 간기능의 호전율은 평균 67.9% 정도로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서울대 김정용 박사가 ‘오미자, 구기자, 인진이 간수치(GOT, GPT)를 낮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여 간장질환에 대한 일부 한약재의 효능을 검증하기도 했으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간장질환에 대한 한약재의 효능을 인정하여 소시호탕을 간장질환 치료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간장에 이로운 한약재가 있는 반면 간장에 해로운 한약재도 있다는 점과, 증상과 체질에 맞지 않는 한약을 복용할 경우 그 부작용으로 인해 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부자, 초오, 천오, 천웅, 목방기, 한방기, 마자인, 고삼, 조각자, 토목향, 생칠, 마두령, 대극, 감수, 파두, 맥각, 토근 등의 한약재는 간독성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으므로 간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절대 금해야 하는 약재입니다. 그리고 감초는 수분배설을 억제하는 항이뇨 작용이 있어서 간에 부담을 주고, 부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간장질환이나 부종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 소아들에게 녹용을 먹이면 머리가 나빠진다?
녹용은 ‘보약 중의 보약’으로 예로부터 매우 귀하게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간혹 ‘어렸을 때 녹용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던데’라며 자녀에게 녹용을 먹여야 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확한 것은 지금부터 알아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정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 녹용이란?
녹용이란 사슴뿔이 자라서 60~80일 정도 된, 식물의 새싹과 같은 부위입니다. 따라서 녹용에는 위로 솟아 자라는 기운이 가득해서, 양기가 제일 많은 약재로 손꼽히는 것이죠.
녹용의 성분 중 판토크린이라는 것이 녹용의 여러 가지 약효를 나타내는 가장 유효한 성분입니다. 그 이외 세포형성에 필수적인 인지질을 비롯하여 뼈와 피부 생성을 위한 콜라겐과 단백질이 풍부하며, 칼슘과 마그네슘 등도 풍부하여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녹용에 대한 연구는 녹용생산이 많은 구소련에서 주로 이루어졌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녹용의 약리작용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발육과 성장 촉진 작용
녹용의 가장 중요한 효능은 바로 발육과 성장 촉진 작용입니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녹용은 단백질과 핵산의 합성을 촉진하여, 미성숙한 생쥐의 생장발육을 촉진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단백질과 핵산(DNA)의 합성은 인체 성장의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단계로, 성장이 왕성하게 이루어짐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녹용의 이러한 기능은 녹용에 포함된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되어지며, 또한 녹용에는 뼈의 구성성분인 칼슘도 풍부하므로 성장을 왕성하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조혈촉진 작용
녹용은 골수의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이 있다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빈혈이 유발된 쥐에게 녹용을 주사한 결과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이 증가되었다는 실험결과가 보고되었는데, 이는 첫째 녹용이 골수의 조혈기능 자체를 촉진하며, 둘째 녹용에는 교질, 철분, 단백질 등 혈액구성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녹용은 빈혈 환자나 백혈병 환자에게 매우 유익한 약재라 할 수 있습니다.
▶▶ 면역력 증강 작용
한약을 먹으면 몸의 정기를 강화시켜 병에 대한 면역력이 증강된다고 하는데, 녹용이 그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실제로 실험에서 면역력을 약화시킨 생쥐에게 녹용을 투여한 결과 대식세포의 탐식작용이 증가되었으며, 세망내피계의 탐식작용을 증강시킨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세망내피계란 간, 부신 림프절, 지라, 골수 등에 있는 면역에 관련된 세포들로 혈액이나 림프 속에 함유되는 이물이나 세균 등을 섭취하고,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녹용의 이러한 작용을 이용해 질병 예방 효과와 더불어 항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강심작용
녹용은 빈혈이 있거나 심장이 약하여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기운이 없을 때 심장의 박출량을 증가시켜서 기운을 돋궈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실험에 의하면 녹용추출액을 흰쥐의 적출된 심장에 투여했을 때 심장의 관상동맥 혈류량을 증가시켜 심근 수축을 강화시키고, 심장박동을 완만하게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녹용은 심부전에 대해서도 일정한 효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성기능 증강 작용
흔히들 성인들의 정력제 또는 자양강장제로 녹용을 찾곤 하는데, 실제로 녹용에는 성기능 증강 작용이 있습니다.
녹용에는 에스트리올이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남성의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의 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과 유사작용이 있으므로 녹용은 남녀 불문하고 성기능을 증진시키는 효능이 있습니다.
실험에서 녹용제재가 미성숙한 동물의 전립선과 정낭의 생장을 촉진하고 고환의 중량을 증가시키며 혈액 내 테스토스테론의 함량을 증가시킨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녹용 추출성분 주사액이 거세된 쥐의 전립선과 정낭의 생장과 어린 쥐의 자궁발육을 촉진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녹용은 성선기능을 촉진하여 성기능을 증강시키는 효능이 있으므로, 불임 환자나 성기능 장애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자궁수축 작용
녹용은 이완된 근육의 탄력을 높여주고 수축을 강화해줍니다. 특히 자궁수축 효능이 탁월하여 출산 후나 자궁출혈이 있는 경우 녹용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갱년기로 접어든 여성이 녹용을 복용하면, 폐경 후의 체력보강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현명한 건강 유지법이 될 것입니다.
▶ 왜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했을까?
위와 같이 실험으로 검증된 효능들만 보아도 녹용이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약재임을 알 수 있는데, 왜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했을까요?
조선시대에는 녹용이 워낙 귀하여 서민이 녹용을 구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서민이 녹용을 먹으면 경벌을 받을 만큼 서민들은 감히 녹용을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며, 생산되는 녹용은 모두 궁궐로 상납되었습니다. 상납된 녹용은 중요한 창고에 보관해 두었는데, 왕의 후궁들이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 녹용을 먹이고자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자 유능한 전의(典醫)가 ‘녹용을 많이 먹이면 아이가 바보가 된다’는 경고문을 써 붙인 것이 와전되어 내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8.15 해방 이후에도 부잣집 부녀들이 녹용을 사재기하면서 서민들이 녹용 구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 당시는 녹용이 든 보약을 먹이지 못하면 부모 구실을 못하는 것처럼 여겨졌었는데, 어느 가난한집 시어머니가 녹용이 든 보약을 지으러 가지 못하는 며느리에게 ‘녹용을 못 먹인다고 안타깝게 생각하지 마라. 녹용을 많이 먹이면 아이가 바보가 된다’고 하면서 위로한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녹용을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하여 투여하면, 신체의 저항력을 증강시키고 뇌세포를 활성화시켜 지능발달을 촉진시킴이 여러 실험 및 논문에서 입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녹용을 먹이면 머리가 나빠진다’ 가 아니라 ‘녹용을 먹이면 머리가 더욱 총명해진다.’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 녹용을 먹을 때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그런데, 간혹 어릴 때 녹용을 먹고 바보가 된 아이를 본 적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그 내막을 자세히 물어보면, 아이가 열병이 앓고 있을 때 녹용을 먹였더니 그 후로 바보가 되었다고 고백하십니다.
어린이들은 손발의 말초신경계보다는 뇌가 있는 중추신경계가 더 발달해 있어서 열이 오르면 뇌압이 올라가 뇌가 쉽게 손상될 수 있으므로, 늘 아이들은 열이 오르는 것을 주의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열이 있을 때 녹용을 먹이면, 뇌압이 상승하여 뇌세포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37.5~38℃미만의 미열이 있을 때는 녹용을 먹어도 되지만, 38℃이상의 고열이 있을 때는 녹용을 금하고 혹시 약을 먹는 도중에 열병이 걸린 경우는 약의 복용을 중단하고 한의사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 중에는 녹용이 좋다고 하여 임의로 약을 지어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 약은 늘 신중을 기해야하므로 반드시 아이를 한의원에 데리고 가서 진찰을 한 후에 약을 지어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 녹용에 대해 설사나 열 걱정은 이제 그만.
녹용을 먹었더니 설사를 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것은 녹용 때문이 아니라, 같이 배합된 다른 한약재 중 숙지황이나 당귀 같은 소화가 안 되는 약이 있었거나, 처방이 환자의 증상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녹용 때문이라고 혼자서 단정짓지 말고 복용양을 줄이거나, 한의사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열이 많으니, 녹용을 먹으면 안되겠죠?’라고 문의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람들이 흔히 녹용이 양기를 북돋워주기 때문에 열이 많은 약재라고 생각하시는데, 녹용은 양기가 강하면서도 우리 몸에 혈액이나 골수가 생성되도록 도와주므로 오히려 고열의 상승을 막아줍니다. 녹용보다는 인삼이 열을 상승시키는 약재이므로, 아마 녹용 먹고 열이 올랐다고 하시는 분들은 그 처방에 인삼이나 열기가 강한 다른 약재가 포함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녹용 먹으면 ‘설사를 한다’ ‘열이 오른다’는 편견을 버리고 한의사에게 정확한 진찰을 받고 나서 안심하시고 약을 드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녹용 감별 상식 ♠
녹용은 사슴의 나이와 종류, 산지, 채취 시기, 건조 방법, 부위 등에 따라서 약효가 다르고 가격이 차이납니다.
① 녹용을 부위에 따라 분류하면 뿔의 끝에서 밑 둥까지 분골(10%), 상대(20%), 중대(30~40%), 하대(30~40%)로 나뉘는데, 그 효능과 가격도 분골, 상대, 중대, 하대 순입니다.
분골 : 녹용 중 세포활동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부분으로 녹용의 약효성분인 판토크린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성장을 위해 약을 지을 때는 분골을 가장 많이 씁니다.
상대 : 분골 다음으로 판토크린이 많은 부분입니다.
중대 : 딱딱해 지기 시작하는 부분으로서 혈관과 세포가 굳기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하대 : 녹용 중 판토크린이 가장 적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칼슘이 많아서 여성이나 노인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자주 쓰이는 부분입니다.
② 원가지에 비해 가늘고 뾰족한 곁가지는 약효가 떨어집니다.
③ 채취시기에 따라 분류하면 4~5월에 막 돋아난 사슴의 뿔은 혈액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여 혈용이라 합니다. 이때는 뿔에 혈관과 신경이 가득 차 있어 성장이 빠르고, 갓 자란 뿔은 연하고 털이 고루 덮여 있는데 이 신선한 뿔이 바로 녹용입니다.
채취시기를 놓치고 8월쯤 되면 뿔에 칼슘이 침착되어 단단해지고, 털이 없어져 번들거리게 되는데, 이것은 녹각이라 합니다.
가을이 되어 뿔이 완전히 뼈로 바뀌어 탄력성이 아주 없어지고, 사슴 머리에서 저절로 떨어져 나간 것을 낙각이라 합니다.
약효는 식물처럼 뿔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른 4~5월 봄에 채취한 녹용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이 녹각, 낙각 순 입니다. 녹각과 낙각은 녹용에 비하여 위로 뻗는 상승의 기운은 부족하지만, 칼슘이 모여 굳어진 것이므로 칼슘은 아주 풍부합니다. 그래서 녹각과 낙각은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아주 많이 쓰입니다. |
▶ 녹용 복용법
녹용은 녹용 한가지만으로 먹는 것보다는 개인의 체질과 장부의 허실을 진찰하여 처방한 후 거기에 같이 넣어서 먹는 것이 약효가 훨씬 좋습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편리하게 녹용을 먹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드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녹용술》
녹용의 유효성분인 판토크린은 알콜에 잘 녹아 나오므로, 술에 담가 먹는 것이 약효가 좋습니다.
㉠ 잘 썰어 놓은 녹용 200g에 소주 1,000ml를 부은 다음 공기가 통하지 않게 꼭 막아 서늘한 곳에 보관해 두는데 열흘 동안은 날마다 한 번씩 흔들어 주는 것이 좋다.
㉡ 열흘이 지나면 입맛에 따라 설탕을 적당히 넣고 다시 밀봉하여 두 달 동안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익힌 뒤 건더기를 걸러 내고 마시면 된다.
이 술은 갈색에 특이한 냄새가 나는데 하루 두 번씩 빈속에 소주잔으로 한잔 가량 마시는 것이 적당합니다.
《가루 내어 먹는 법》
㉠ 녹각을 잘게 썰어 꿀을 바른 뒤 색이 약간 변할 정도로 약한 불에 구워 말린 후 가루를 낸다.
㉡ 한 번에 4~8g 씩 하루 두세 번 가량 따뜻한 술이나 물, 우유로 복용한다.
▶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하루는 부부와 자녀 두 명의 네 식구가 진료실에 들어 와서는 모처럼 온 가족이 진찰을 받고 약을 짓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남편과 두 아이의 진찰을 하고 나서, 부인 차례가 되자 ‘저는 괜찮아요.’ 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한약이 부담이 되니까,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않는 참 알뜰한 주부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부인이 ‘살찔까봐, 저는 한약은 안 먹어요’라며 환상(?)을 깨는 발언을 하시더군요.
요즘같이 날씬함을 강조하는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한방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이 바로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입니다. 그래서 살이 찔까봐 한약을 안 먹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약 지으러 와서는 ‘제발 살은 찌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사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모든 한약이 다 살을 찌우는 것은 아닙니다.
한약은 각 개인의 증상과 체질을 바탕으로 음양기혈과 장부의 기운이 넘치는 것은 덜어주고 또 모자라는 것은 채워줘서 인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한약을 먹으면 살찐 사람은 빠지게 되고, 마른 사람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간혹 ‘우리 아이는 어렸을 때 보약을 많이 먹여서 살이 쪘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경우는 소화력이 약하고 밥맛이 없는 아이에게 위장을 튼튼히 해주는 처방을 했기 때문에, 소화력이 왕성해져서 밥맛이 좋아지자 닥치는 대로 음식을 먹어댄 결과 살이 찐 것입니다. 비만의 원인은 딱 두 가지 과식과 운동부족입니다. 소모된 에너지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많아서 남은 에너지가 체내에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한약을 먹고서 과식하지 않도록 주의한다면 절대 살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약을 먹고서 살이 찐 또 다른 경우는 ‘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인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태음인의 경우에는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에너지를 축적하는 기운이 강하여 한약을 먹으나, 먹지 않으나 살이 잘 찌는 체질인데 한약을 먹고서 살이 쪘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죠.
실제로 한약재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략 한약 한 첩 당 열량은 15~20kcal로 아주 적은 양입니다. 그러니 한약 자체로 살이 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습니다. 단지 처방에 따라 인체 신진대사의 변화로 살이 찔 수도 빠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비가출탕’이나 ‘태음조위탕’ 등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몸 안의 노폐물을 배설시켜주기 때문에 비만치료에 쓰이는 대표적인 처방이며, 그 외에도 비만치료를 위한 처방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의사와 진찰한 후 자신의 몸에 맞는 한약을 처방 받는다면,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찌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여름철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간다?
전국 한의원의 계절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여름에 가장 저조한 경향을 보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가 버린다’는 속설로 인해 사람들이 여름에는 한약을 먹기를 꺼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약을 먹고 땀을 흘리면 약효가 다 빠져나간다는 말이 언뜻 보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우리 몸의 대사과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간단해집니다.
사람이 약이나 음식물 등을 섭취하면, 장에서 흡수되고 그것의 유용한 성분을 몸에서 다 이용한 후 생성된 찌꺼기를 땀이나 소변, 대변으로 배설시킵니다. 그러므로 땀뿐만 아니라 소변과 대변에는 약이나 음식물이 그대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쓰고 남은 찌꺼기가 배출되는 것이므로 땀이나 소변, 대변으로 약 성분이 빠져나갈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땀이란 것은 체온조절을 위해 열을 발산시키는 수단으로, 특히 여름에는 체온이 높아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노폐물 생성이 잘되므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 땀에 특별히 한약 성분이 배설된다는 말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름에 양약을 먹어도 다 땀으로 배설되어 약효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양약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먹어도 약 효과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약을 먹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입니다. 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한방에서 볼 때는 여름철에 보약을 먹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여름에는 기운이 많이 소진되므로 기력을 보충하는 치료를 해야한다’고 특별히 여름철 보약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제때에 진액과 기운을 보충해주어야 가을, 겨울을 잘 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이런 속설이 생긴 것일까요?
요즘과 같이 편리한 약탕기가 없던 옛날에는 뜨거운 불 앞에서 몇 시간을 지키고 앉아서 약을 달여야 했기 때문에, 더운 여름날에 한약을 달인다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또한 한약을 차게 보관할 냉장시설이 없어서 달여두면 잘 상하기 때문에 여름에 한약 달이기를 피하려고 지어낸 말이 와전된 것입니다.
▶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해도 되나요?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했을 때 효과는 약물의 상호 작용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약물끼리 상승작용을 일으켜 함께 복용했을 때 효과가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서로서로 약물의 작용을 방해하여 약효를 반감되게 하거나, 심하면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약과 양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약과 양약을 따로 먹는 것보다는 같이 먹었을 때 약의 효과가 훨씬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같이 먹어서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황’이라는 한약재에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에페드린 성분이 들어 있어서 심박동 수와 혈압을 상승시키며, 불안감이나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 심장질환, 불안증, 불면증 등을 치료하는 양약과 마황을 같이 복용하면 마황이 양약의 교감신경 억제 작용을 방해하므로 약의 효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암이나 아토피, 알러지 비염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했을 경우에는, 양약의 부작용을 줄여주면서 치료 효과도 상승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암 치료를 예를 들면 양방의 항암요법만 시행하면 평균 10%정도가 성공하며, 90%는 실패를 합니다. 그 이유는 항암요법은 암세포만을 선별하여 파괴하지 못하고, 건강한 세포도 같이 파괴하여 면역기능의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한약치료를 병행하면 항암요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이겨내고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이 강해지므로 치료 효과도 최대화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홍삼, 상황버섯, 아거리쿠스, 시호, 인진, 포공영 등 한약재를 항암제와 병행했을 시 암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된 바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본다면, 질병치료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서 ‘한양방 협진 체제’가 시급히 자리 잡혀져야 할 것입니다. 한방이 거시적, 유기체적, 기능적, 개체 의학으로서 인간의 자연면역을 기능 강화하는 치료를 위주로 한다면 양방은 미시적, 분석적, 기질적, 보편적 의학으로서 병균처치요법을 위주로 치료를 합니다.
이렇게 한방과 양방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한양방 협진을 통하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보다 안전하고 빠른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의사들 중에는 무조건 한약 복용을 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한방치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이 무조건 다른 의학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배타적이고 편협한 자세에서 오는 발상입니다. 따라서 의사들이 한약을 중단하라고 하는 경우 일단 한의사에게 문의를 한 후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는 한방이든 양방이든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쾌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양방 협진 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현재로서는 의사와 한의사가 한방과 양방치료에 대해 정확히 인식한 후 환자들이 한방과 양방 치료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임신 중 한약을 먹으면 안 되나요?
임신 중 산모가 먹은 음식은 혈액이 되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공급되므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조심을 하게 됩니다. 특히 임신 초반에는 태아의 신경계가 형성되고 있으므로 음식이나 약물 복용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옛날 사람들이 ‘임신 중 오리를 먹으면 손이 붙어서 나온다’ ‘임신 중 비늘이 있는 생선을 먹으면 안 된다’등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런 속설들이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산모의 입장이 되면 찜찜한 마음에 그런 음식들을 먹지 않게 됩니다. 하물며 약에 있어서야...
의사선생님이 아무리 괜찮다고 한들 마음이 내킬 리가 없죠. 따라서 임신 중에는 약이든 음식이든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가급적 안 먹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임신부가 하혈 등 유산 징후가 있거나, 심한 입덧으로 태아와 산모가 영양실조의 위기에 있거나, 기침, 부종, 변비 등으로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칠 지경에 처해지면 한약을 먹어야 합니다.
예로부터 임신 중 하혈과 유산기가 있으면 교애사물탕이나 태산반석산, 입덧이 있으면 생강귤피탕으로 태아와 산모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한약을 처방해 왔습니다. 하지만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 시 한약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로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요즘은 임신 시 한약처방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임신 시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증상에 따른 안전한 한방 요법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산의 징조가 있거나 유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호박 덩굴 끝에 꼬여있는 부분을 삶아먹거나, 아교와 당귀 12g을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줄면 하루 세 번 나누어 마시도록 합니다.
입덧이 심할 때는 생강 20g을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줄면 꿀을 타서 하루 세 번 나누어 마시거나, 슈퍼에서 생강을 설탕에 재워서 만든 편강을 사서 조금씩 간식으로 먹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깻잎, 죽순, 해삼도 입덧에 매우 좋습니다.
임신 중 변비가 있을 때에는 당귀 20g을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줄면 하루 세 번 나누어 마시도록 하며, 섬유질이 많은 사과나 고구마를 자주 먹도록 합니다. 그리고 임신 중 소변이 잘 안나오고 부종으로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플 때에는 늙은 호박의 속을 파낸 후, 한번 삶아 둔 팥을 넣어 중탕하여 그 즙을 짜내서 먹어도 좋습니다.
▶ 한약으로 살을 뺄 수 있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한약이 살 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약만으로는 살을 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여성들의 반 이상이 살을 빼야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만족을 못하는 여성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비만의 기준에 대해 살펴보면, 여성들은 (키 - 100)×0.9가 표준체중이며 이보다 20%이상인 경우를 비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여성들은 표준체중 범위 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라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다이어트 실태조사에서 ‘우리 나라 여성 10명 중 8명이 다이어트 경험이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원하는 만큼, 다이어트의 종류도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생식, 지방분해 크림, 건강보조식품, 지방흡입 수술, 약물 등 좀더 편하고 빠르게 빼고 싶어하는 사람들 욕구에 맞춰 많은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절대로 편하고 빠르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이어트는 딱 두 가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밖에 없습니다. 이 두 가지 중 한가지라도 빠지면 절대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없으며,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기본으로 하고 식이와 운동을 도와주기 위해 보조적인 수단으로 다른 방법들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보조적 수단으로서 비교적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이 한약입니다. 한약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처방을 하여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주므로 요요 현상이나 부작용이 적은 것입니다.
반면 양약이나 시중에 나와 있는 건강보조식품들은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똑같은 제품들로서, 음식이 흡수되지 않도록 하거나 식욕을 떨어뜨리고 설사를 유발하여 처음에는 살이 쉽게 빠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품을 복용한 후에는 인체의 전반적인 대사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장장애나 장 무력증, 변비와 같은 부작용이나 살이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이 쉽게 발생하며 또한 살이 찌기는 쉬우면서 빠지기는 어려운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말고 편한 방법이 없을까 찾고 있다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합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저도 예전에는 100kg에 육박하는 육중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뚱뚱하다는 외모상의 콤플렉스보다는 건강상의 위협이 더 크게 작용하여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술자리를 줄이는 대신 매일 한시간 동안 러닝머신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식사량은 이전의 절반으로 줄였는데 특히 저녁식사는 6시 이전에 아주 적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일년 가량 꾸준히 한 결과 70kg대로 들어왔고, 그때의 운동과 식사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까지도 몸무게를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자분이 ‘원장님 한약 드시고 살 뺐어요? 저도 그 한약 지어주세요’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다이어트 중 체력이 떨어져서 ‘보중익기탕’으로 기운을 보충한 이외에는 별다른 한약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하려면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식욕을 떨어트리는 이침(耳針)요법이나 지방을 분해를 돕기 위해 살 찐 부위에 침을 놓는 방법, 그리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면서 기운을 보충해주는 한약으로 다이어트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한의원 치료만으로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으며, 병원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충분히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한약은 부작용이 없습니까?
일반인들은 한약재는 자연에서 나는 것이므로 당연히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여 건강식품인양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약이라는 것은 그 사람에게 맞으면 약이 되지만, 맞지 않으면 독이 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자연산 한약재라도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약이 부작용을 나타내는 가장 흔한 경우가 소화 장애로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약재가 숙지황입니다. 예로부터 숙지황을 아홉번 찌고 말리는 것을 반복(구증구포)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해왔으나, 현대에는 한약상에서 그만큼 정성스럽게 수치를 하지 않아서 숙지황을 먹고 설사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진찰할 때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면 숙지황과 사인을 함께 넣거나 숙지황을 소화장애가 나지 않는 범위 내로 줄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 당귀나 대황 같이 약재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행인, 욱리인, 도인과 같은 씨앗 종류도 식물성 지방이 풍부하여 설사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의사는 치료를 위해 일부러 설사를 시키는 목적으로 이러한 약재를 사용했을 것이므로, 복용 전에 충분한 설명을 해 준다면 안심을 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백두구와 같이 방향성이 있는 약재가 들어간 한약을 먹고 간혹 발진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가 열이 많은 체질인 경우 발진이 잘 일어나므로, 한의사에게 정확한 진찰을 하여 체질의 특성을 알아낸 후 처방을 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한약의 부작용으로 주의해야 하는 약물이 바로 감초입니다. ‘약방의 감초’라고 할 정도로 감초는 대부분의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로, 다른 약물의 독성을 해독하고 조화시키는 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감초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계통으로 많은 양을 장기간 복용하면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 중 칼륨 양을 감소시켜서 부종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초는 용량이 매우 중요한데, 하루 감초를 10g이하로 하면 이런 부작용이 없을 것입니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한의사의 진찰 없이, 무슨무슨 탕이 좋다더라며 약재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지어먹거나, 대량으로 달여 파는 약을 사먹는 경우입니다.
그밖에 부자, 오두, 파두, 견우자 등은 유독한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방제에 있어서 특별히 신중을 기하는 약물입니다. 그러나 이런 유독한 약재는 검은콩이나 감초 등으로 수치를 하여 해독시켜서 사용하며, 한의사라면 용량을 해롭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약은 독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분별하게 한약재를 복용하면 건강은커녕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을 걸고 아무 약을 먹기보다는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증상과 체질에 맞게 처방을 받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생기나요?
환자들이 한약 지어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원장님, 한약 먹을 때 무를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입니다. 이는 ‘한약 먹을 때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생긴다’라고 하는 속설 때문인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속설의 근원을 살펴보면, 한약재 중 숙지황과 나복자(무씨)의 나쁜 궁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숙지황은 보혈(補血)작용이 매우 뛰어난 약재인데, 단점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숙지황이 들어가는 처방에 소화를 도와주는 나복자(무씨)를 배합을 했더니, 오히려 숙지황의 효능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숙지황은 무씨인 나복자와 상극관계라는 것을 알고, 숙지황이 들어간 한약을 먹을 때는 무를 같이 먹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실제로 옛날부터 지황 밭에 무를 심으면 자라지도 못하고 죽었다고 할 정도로 둘 사이의 궁합이 매우 나빴습니다.
그래서 숙지황이 들어 있는 한약을 먹을 때 무를 같이 먹으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그 금기사항을 강조하기 위해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난다’ 고 겁주던 것이 현재 속설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주변에서 한약 먹고서 흰머리가 난 사람을 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원래 새치가 잘 나는 사람인데 주변에서 ‘한약 잘못 먹으면 흰머리가 생긴다.’고들 하니, 괜히 엉뚱하게 한약에다가 분풀이를 하는 것입니다.
라서 ‘한약 먹을 때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생긴다’는 말은 전혀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이야기이므로 안심을 해도 좋습니다.
▶ ‘우황청심원’은 만병통치약이다!
언제부터인가 ‘우황청심원’이 전 국민의 가정 상비약이 되어버렸는데, 그것은 아마도 매스컴의 위력 덕분일 것입니다.
예전부터 드라마에서 부자집 마나님이 충격을 받아 쓰러지면 그 다음 대사가 바로 “우황청심원”이며, 서랍을 열면 언제나 구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우황청심원을 바로 꺼내서 줍니다. 이런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우황청심원이 만병통치약으로써 가정 상비약으로 여기게 되고, 그 결과 각 가정에서 서랍 속에 몇 개씩 구비해두고 탈이 나기만 하면 우황청심원을 먹기 시작한 것이죠. 실제로 최근 약국의 단일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박카스와 우황청심원일 정도이니, 우리 국민의 우황청심원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황청심원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중풍이나 뇌신경흥분 등에 쓸 수 있는 구급약입니다.
즉, 뇌졸중으로 쓰러지거나 호흡곤란, 정신불안, 심계항진, 협심증, 혈압 상승, 경풍, 고열 등의 응급상황에서 시원하게 기를 뚫어주어 병이 빨리 그리고 깊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우황청심환을 먹었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그 후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응급상황이 아니라 만성 두통, 소화불량, 신경과민, 불면증 등에도 우황청심원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처럼 우황청심원의 적응증이 아닌데도 마구 복용을 한다면 잘못된 약물의 오용과 남용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약물이든 적응증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복용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장난을 치는 것과 같으므로 약물 복용에 있어서 늘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중풍 구급약으로 우황청심원을 쓴다고 한 김에, 주변에서 누군가가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 응급처치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집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중풍은 의학적으로 뇌졸중이라고 하며, 그 중 뇌출혈이 약 20%, 뇌경색이 약 80%를 차지합니다. 중풍이 오면 구토를 하거나, 어지럽다고 하거나, 수족이 무력하고 마비가 오는 것 같은데, 그럴 경우에는 환자나 가족들은 우왕좌왕 하지 말고 신속하게 대처를 해야 합니다.
① 우선 119를 부르고, 동네 의사나 주치의에게 전화하여 증세를 설명하고 왕진을 요청합니다. 이때 절대 개인병원이나 한의원으로 데려 가지 말고, 4시간 이내에 종합병원으로 이송하여 MRI를 찍어야 합니다.
② 119를 기다리면서 환자의 조이는 옷을 풀어주고, ‘기도확보’를 하는 매우 것이 중요합니다. 의치가 있는 경우 의치를 빼 놓고, 환자를 눕힌 후 환자의 이마에 한 손을 얹고 이마를 밀어서 머리가 뒤로 젖혀지게 한 후, 나머지 한 손을 턱뼈 밑에 대고 턱을 위로 당겨주면 기도가 열리게 됩니다. 이때 절대 높은 베개를 머리에 고여서는 안되며, 얇은 수건을 깔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③ 환자가 구토를 할 경우에는 머리를 옆으로 돌려 눕히는 것이 좋습니다.
④ 중풍으로 쓰러지면 바늘로 따거나 우황청심원을 먹이려고 하는데, 절대로 가정에서는 약을 먹이거나 따지 말아야 합니다. 의식이 있으면서 약간의 마비가 보이는 경우에는 우황청심원을 먹여도 되지만, 쓰러져서 의식이 없는 환자는 억지로 우황청심원을 먹이다가 기도가 막힐 수 있으므로 함부로 먹여서는 안됩니다.
▶ 한약으로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나요?
흔히 사람들은 질병 치료는 양방병원에서 하고, 한방에서는 치료라는 개념이 없이 보약만 취급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과는 달리 한의학은 질병 치료의 개념으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서양의학과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질병 발생의 3대 요인은 숙주(환자), 병인(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 환경입니다. 환경을 축으로 숙주와 병인이 평형을 이루면 질병이 없는 상태이지만, 3대 요인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변동이 있게 되면 평형이 깨지고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서양의학은 질병이 발생하면 병인을 치료 목표로 삼아 집중공격을 하며, 한의학은 숙주(환자)를 치료 목표로 삼고 약해진 환자의 저항력을 길러서 병인에 맞서 싸우고 몸밖으로 쫓아내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두 의학 사이에 차이점이 있는 것입니다.
즉, 서양의학은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기만 하면 질병이 치유된다고 생각하지만, 약물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나 세균들은 점점 더 강한 변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끊임없이 재발하게 되며 사람의 면역력까지 떨어지게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해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발병하지 않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만 발병한다는 점에서, 한의학은 인간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병인이 침범하더라도 발병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좀균, 폐결핵균 등은 인간에게 침범하여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발병을 하기 때문에 평소 면역력을 강화한다면 평생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의학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 미리 치료한다(治未病)는 예방의학적 측면이 강합니다. 그렇지만 한의학에는 이처럼 예방의학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에도 땀을 내거나, 설사, 구토 등을 유발하여 병인을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적극적인 치료법도 있기 때문에 결코 서양의학 보다 뒤쳐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약은 약효가 느린가요?
사람들은 ‘한약은 약효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진통제와 같은 양약의 빠른 약효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약이 약효가 상당히 느리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모든 한약이 다 약효가 느린 것이 아니고, 증상에 따라 약효가 나타나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몸이 많이 허약한 경우에는 약효가 빨리 느껴지지만, 허약한 것이 덜한 경우에는 약을 먹어도 약효를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갈증이 아주 심할 때 한잔의 물이 아주 달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물을 마셔도 달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몸의 허약한 정도가 약한 경우에는 완만한 보약으로도 충분하지만, 허약한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많은 양의 더욱 강력한 보약을 먹어도 보충이 미약한 경우가 있으므로 이때는 약효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약 중에서도 치료제의 경우에는 약효가 빨리 나타납니다. 감기에 한약을 먹으면 땀이 나고 열이 내려가면서 증상이 빨리 호전되기도 하며, 변비 환자의 경우에도 사하제를 쓰면 바로 변의가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약이라고 해서 다 약효가 느린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과 몸의 상태, 질병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약을 먹을 때 가려야 하는 음식이 많은데, 반드시 지켜야 하나요?
한약을 복용할 때는 대개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금기음식이 있습니다. 사실 금기음식의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매끼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이 많아서 약을 챙겨 먹는 것보다 금기를 지키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한약에는 왜 이렇게 금기음식이 많은 것일까? 물론 치료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인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특정 음식을 금합니다.
첫째, 한약의 성질 때문입니다. 한방에서는 환자를 진찰하여 환자의 한열(寒熱) 상태에 따라 약재의 한열(寒熱)을 가려서 처방을 합니다. 음식도 한약처럼 한열(寒熱)의 성질이 있어서, 음식을 먹을 때도 가능하면 비슷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으며 반대의 성질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몸이 차가운 사람이 따뜻한 성질의 약을 복용할 때 지나치게 찬 음식을 먹으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피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둘째, 한약을 복용할 때 어떤 음식들이 한약의 소화, 흡수, 대사속도에 영향을 주어서 약의 효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약 중 유효성분의 배설을 늦추는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배출이 늦어져 효과가 높을 것이고, 배설을 빠르게 하는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배출이 빨라져 효과가 금방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소화를 방해하는 음식(기름진 음식, 밀가루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한약의 흡수도 방해되어 약효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약을 먹을 때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해 금기를 했는데, 대표적인 금기사항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금기사항]
⑴ 돼지고기
① 돼지고기는 찬 성질이 있으므로, 몸이 찬 태음인이나 소음인은 돼지고기가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② 몸이 찬 사람이 더운약을 복용 시 돼지고기의 찬 성질이 약효를 줄일 수 있습니다.
③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는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약물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④ 돼지는 기름기가 많은데, 한약이 위장에서 기름과 엉켜서 흡수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⑤ 돼지고기의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 고혈압, 중풍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⑵ 닭고기
① 닭고기는 성질이 더우므로, 몸이 뜨거운 소양인이나 태양인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②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차가운 약을 복용할 때 닭고기의 더운 성질이 약효를 줄일 수 있습니다.
③ 닭고기에도 돼지고기와 같이 기름기와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약물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⑶ 밀가루 음식은 위장병을 앓고 있거나 위가 약한 사람의 소화에 무리를 주고, 약물 흡수에 장애를 줄 수도 있습니다.
⑷ 녹두나물로 만든 음식은 일부 한약의 복용 시에 금합니다.
녹두는 약물의 독을 없애주는 해독의 효과가 있으므로, 한약 복용 시 녹두음식을 먹으면 약성이 변하여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한약재의 경우 녹두음식을 같이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⑸ 맵고, 짠 음식과 커피, 콜라 등의 자극성식품은 위장병을 앓고 있거나 장이 약한 사람에게 매우 나쁩니다.
⑹ 무는 한약 중 지황이라는 약제와는 서로 상극(相剋)관계라서 무가 지황의 약효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황이 들어간 약을 복용 할 때는 가급적 무를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⑺ 술은 간기능을 떨어뜨리므로 한약 복용 중에는 가급적 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통증을 치료하는 일부 한약은 술기운을 빌어서 약효가 더욱 잘 발휘되기도 하므로, 이런 한약을 복용할 때에는 한의사가 반주 정도를 권하기도 합니다.
⑻ 양약은 한약과 1시간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어서 복용하되 의사, 한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한약 복용 중 금기음식은 질병이나 약재에 따라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찬 음식, 익히지 않은 날 것, 기름진 음식, 지나치게 맵거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 과음 등은 공통적인 금기입니다. 이 금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한방이론과 한의사의 경험에 의해 이루어져 온 것이므로 한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현명한 복용 태도입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금기사항을 지키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금기음식을 먹었을 때는 약효가 떨어질까 봐 오히려 한약을 먹지 않고 건너뛰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금기음식을 먹었더라도 한약은 제때 챙겨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물론 금기음식을 지키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몸이 건강해지려고 약을 먹는 것인데 금기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정신건강에 해로우므로 너무 금기음식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건강한 사람도 보약이 필요합니까?
‘우리 아이는 밥 잘먹고, 잘 뛰어 놀고, 잘 크는데 보약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하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그러나 건강은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음을 아셔야 합니다.
겉으로 건강하게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가 감기만 걸리면 목이 유별나게 아프던가, 코감기만 걸린다던가, 긴장을 하면 소변을 자주 본다던가, 평소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안절부절 하는 특징적인 증상들이 있습니다. 이는 겉으로 보면 특별한 질환이 없어 보여도 속에는 한쪽으로 편중되어 몸의 정상적인 균형이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건강하던 아이들이 자라면서 병이 발견되거나, 최종 성장키가 작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을 자부하던 사람도 갑자기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진단 받기도 하며, 나이가 들수록 예전에 없던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방은 예방의학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나 성인들이라 하더라도 차후의 질병을 예방하고 체력을 증강시킨다는 의미에서는 정기적으로 보약을 먹는 것이 건강보험을 드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총명탕을 먹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되나요?
한의원에 와서 ‘총명탕을 먹으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게 되나요?’ 라고 질문을 하는 부모님과 학생들이 많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총명탕은 백복신, 원지, 석창포로 구성되는데, 총명탕은 건망증을 치료하고 오랫동안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의 문장을 외울 수 있다’고 하였는데, 사실 ‘총명탕’은 아이큐나 지능을 직접 높여주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주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생겨서 학습능력이 높여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만 하고 있으니 머리가 과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머리가 답답하고, 졸음이 오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 초조하게 됩니다. 그러니 갈수록 공부하는 시간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것이죠. 또한 운동부족으로 소화가 안 되어 속이 더부룩 답답하고 그로 인해 집중력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학생들의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개선시켜주는 것이 바로 ‘총명탕’입니다.
‘총명탕’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뇌를 맑게 하며 소화를 돕는 백복신(白茯神), 뜻을 원대하게 하고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원지(遠志), 머리를 맑게 하고 안정시키는 석창포(石菖蒲)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약재들이 머리의 열을 식혀주어서 정신을 안정시키고, 뇌로 깨끗한 혈액을 공급하여 머리를 맑게 해주며 또한 소화 기능도 개선시켜줍니다. 따라서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가볍고, 상쾌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집중력이 강화되고, 공부가 잘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총명탕’에 들어가는 약재 자체가 두뇌활동과 연관되는 장기인 심장(心臟)과 비장(脾臟)으로 들어가서 그 기능을 강화시켜주므로 결과적으로 기억력이 증진되고 머리도 좋아지게 하는 것입니다.
♣ 총명탕 복용법
백복신, 원지(감초달인 물로 축여 심을 버린 다음 생강즙으로 법제한 것), 석창포 각각 12g을 달여먹거나, 가루 내어 8g씩 찻물에 타서 마십니다.
총명탕은 이렇게 아주 간단한 구성이지만, 보통 한의원에서는 이 처방을 단독으로 쓰지 않고 학생들 체질에 따라 허약한 장부를 보강하는 약재를 가미해서 처방을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기억력 증진뿐만 아니라, 체력도 강화시켜 더욱 효과적으로 공부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사춘기에 한약을 먹으면 이성에 대한 생각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
옛날에는 한창 크는 사춘기 사내에게 보약을 지어주려고 하면 어르신들이 ‘사춘기 사내놈들에게 보약 먹이면 딴 생각하느라, 공부 못한다’고 야단을 치셨습니다. 요즘도 보면 중고생 부모님들이 애들에게 보약 좀 먹이고 싶은데, 괜히 걱정이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옛날 사람들이 “보약=정력제”라 착각하고 하는 말입니다.
약이란 증상과 사람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는 것인데, 어찌 모든 보약이 정력제가 될 수 있겠습니까?
사춘기 청소년은 계절로 따지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한창 성장이 활발한 때입니다. 나무들도 영양분과 물을 충분히 공급받아야 위로 쑥쑥 자라나고 잎도 무성하게 피우는 것처럼, 청소년들도 이때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성장이 왕성하게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청소년기가 되면 에너지 필요량과 소모량이 많아서 기혈(氣血)이 쉽게 부족해지므로, 음식으로 섭취하는 영양소 외에도 기혈(氣血)을 보충해주는 한약을 공급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사춘기가 되면 호르몬 체계에 변화가 와서 생리를 시작하게 되므로, 조혈(調血)시키는 한약으로 아직 미숙한 뇌하수체, 자궁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한약재 중에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초조, 신경과민 증세를 개선시키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증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는 약재들도 있으므로 이러한 약재를 가미하여 처방을 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사춘기에 한약을 먹으면 이성에 대한 생각 때문에 공부를 못한다’가 아니라, ‘사춘기에 한약을 먹으면 훨씬 더 잘 자라고 공부도 잘 하게 된다.’라고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 개소주나 흑염소는 모두에게 좋은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태미너를 위한 식품이라면 개소주와 흑염소를 제일 손꼽는데 ‘남자는 개소주’ ‘여자는 흑염소’라는 말이 거의 공식화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개고기와 흑염소는 둘 다 성질이 따뜻하고, 소화기와 신장의 기능을 도와주며,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허약한 체질을 보(補)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따라서 몸이 마르고 냉하면서 허약한 사람이나, 중병을 앓고 난 후 극도로 허약해진 경우 또는 폐결핵과 같은 만성 소모성 질환을 앓고 난 후에 먹으면, 영양이 보충되어 기력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열이 많고,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심장병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개고기와 흑염소가 고 콜레스테롤 식품이기 때문에, 과다 섭취하면 혈관에 지방이 쌓여서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동맥경화증이나 뇌경색, 관상동맥 경화증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중에 파는 엑기스제는 개인의 증상이나 체질에 관계없이 몇 가지 한약재를 넣고 달였기 때문에 한약재로 인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극도로 허약하여 영양 보충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한의사와 상의하여 처방을 받은 후 그 약을 넣고 달여서 먹어도 괜찮으나, 무분별하게 시중에 파는 엑기스를 사먹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 보약 많이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
어르신들은 아시는 분이 생전 병 없이, 고통 없이 편히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본인뿐만이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큰 복이다’라며 참 부러워합니다. 사실 살았을 때 병을 앓다가 돌아가시면 자신도 고통스러우면서, 자식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옛말에 ‘보약을 많이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라고 해서, 나이 들어 보약 먹기를 꺼려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보약을 먹으면 깨끗이 죽지 못하고, 간신히 목숨을 끌면서 연명해나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보약이라는 것은 인체의 장부나 기혈이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남는 것은 덜어주어 균형을 이루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길러져 건강을 유지하게 되고, 병이 걸리더라도 고통이 최소화되는 것이죠. 따라서 보약을 많이 먹은 사람은 장부, 기혈이 조화를 이루어 천수를 누릴 수 있고, 돌아가실 때도 오히려 고통 없이 편히 가실 수 있는 것입니다.
▶ 한약 먹을 때 녹두가 든 음식을 먹으면 안되나요?
한약 복용의 금기사항 중 ‘녹두가 든 음식을 먹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항은 모든 한약에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녹두는 성질이 서늘하며, 약물의 독성을 해독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일부 한약의 약효를 감소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가운 체질의 사람이 기능 개선을 위해 한약을 먹을 때 녹두를 먹으면 녹두의 차가운 성질로 인해 약효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열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녹두를 먹게 되면, 한약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열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 여드름과 같은 염증 질환에 한약을 먹으면서 녹두를 같이 먹으면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약을 지을 때 한의사가 특별한 금기사항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침은 한번 맞아서 안 나으면, 효과가 없다.
환자들 중에는 침을 한번 맞고 나서 ‘아무개씨는 한번 맞고 다 나았는데, 나는 왜 안 나아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소위 침 한방에 즉효를 바라는 분들입니다.
질병이라는 것은 얕은 정도에서 깊은 정도로 단계가 다 다르므로, 치료 또한 병의 단계에 따라 치유 기간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약간 발목이 삐어서 온 경우에는 며칠만 맞으면 낫지만, 수십 년이 된 관절염과 요통 또는 중풍의 경우에는 병이 이미 상당히 깊어져 있기 때문에 한 두 번의 치료로는 효과를 거의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가 건강하고, 기운이 많은 경우에는 한 두 번의 치료로 속효를 볼 수 있으나, 연로하고 기력이 쇠약한 경우에는 병을 물리칠 기운이 약하기 때문에 치료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치료를 받을 때에는 한의사가 실력이 없어서 한번에 고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병의 깊이를 생각하여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아이들은 보약을 먹이면 어디에 좋은가요?
① 아이의 성장과 발육에 도움을 줍니다. 대표적으로 ‘성장단’이라는 처방은 성장과 관계된 장부인 간장과 신장을 보하는 약재들로 구성되어 아이의 성장과 발육에 크게 도움을 줍니다.
② 아이의 면역을 강화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줍니다.
요즘 들어 아이들이 아토피,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의 면역질환에 많이 걸립니다. 과거에는 이런 질환의 원인을 유전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으나, 현대에는 유전보다는 환경오염에 따른 면역력 약화로 인해 이런 질병이 많이 걸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질환은 한번 걸리면 평생을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의학적으로도 치료가 잘 안 되는 고질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고전적으로 치료의 원리를 ‘治未病’(병이 걸리지 않을 때 미리 예방한다)에 중점을 두고 예방의학을 가장 중요시 해왔습니다.
보약은 이 치료원리에 따라 병이 없을 때 면역력을 강화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몸이 미숙하여 면역성질환이나 감기, 폐렴에 쉽게 걸리므로 한 살 때부터 매년 꾸준히 보약을 먹여주어 이런 질환을 예방해주는 것이 일생의 건강을 보장해주는 방법입니다.
③ 아이들의 두뇌를 발달시켜줍니다. 대표적으로 ‘총명탕’이라는 처방은 뇌의 신경세포분열을 왕성하게 하여, 두뇌성장 단계에 있는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 아이들 보약은 언제 먹이는 것이 좋을까요?
보약 먹일 때는 계절을 가릴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한방에서는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받아 아이들의 키가 성장하고, 가을은 영양분을 저장하여 체중이 증가한다’고 하여 보편적으로 봄, 가을에 보약을 많이 먹입니다.
그러나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나,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아이의 경우에는 호흡기가 편해지는 여름철에 한약을 먹이면 면역력이 강해져서, 가을과 겨울을 편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특별한 질환이 없는 아이는 봄, 가을로 먹이는 것이 좋으며, 특별한 질환이 있는 아이는 한의사와 상의하여 약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들 보약은 언제부터 먹이면 좋을까요?
소아는 아직 미숙하므로 태어나서부터 약을 먹이는 것은 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감초나 황련 달인 물을 먹여서 태독(胎毒)을 없애는 방법을 써 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병원에서 위생적으로 출산을 하므로 굳이 그런 한약재를 먹일 필요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병이 없는 경우에는 아이가 만 한 살이 되면, 한의원에 데려가서 진찰을 하고 그때부터 매년 규칙적으로 보약을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한약 맛이 요즘 나오는 양약처럼 달지 않기 때문에 한 살 된 아이가 먹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염려될 경우에는 만 2세가 되어서 먹이는 것도 괜찮습니다.
▶ 아이들 보약은 얼마나 먹이면 좋을까요?
1년에 2회 정도로 최소한 3년 이상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더욱 좋은 방법은 성장하는 동안 계속 먹여주면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며, 면역력을 강화시켜 잔병치레를 예방하고 또한 두뇌발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보통 6개월에 한번씩 먹이는데 편하게 봄․가을로 먹이면 되고, 한번은 녹용이 들어간 보약을 또 한번은 녹용이 들어가지 않은 일반 보약을 먹이면 됩니다.
보약의 첩수는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녹용이 들어간 보약은 아이 나이의 반이나 그보다 조금 더 먹이고, 녹용이 들어가지 않은 일반 보약은 아이 나이와 같은 첩수로 먹입니다.
소아 보약 복용기준 |
회수 |
1년에 2회 보통 봄 , 가을에 한번씩
1회는 녹용이 들어간 보약
1회는 녹용이 들어가지 않은 일반 보약 |
첩수 |
녹용 보약 |
일반 보약 |
나이의 반이나 조금 더
예) 4살인 아이는 2첩, 5살인 아이는 3첩 정도 |
나이와 같은 수
예) 4살인 아이는 4첩, 5살인 아이는 5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