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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1-05 15:34
간과 한약 - 간과 한약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159,347  

한약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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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웰빙 바람과 더불어 한의학은 현대인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한의학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한약이 간에 좋지 않다는 말이 참 많이 들려옵니다. 한약을 먹으면 간에 무조건 좋지 않다는 말들.. 정말 그런 것일까요?



1. 간의 해독작용


일단 한약과 간의 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간이 하는 일들을 알아야 합니다. 간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대사작용 : 간은 섭취한 영양소와 산소를 우리 몸에 공급하기 쉬운 상태로 전환하여 공급합니다.


-소화작용 : 간은 소화에 꼭 필요한 담즙을 생산합니다.


-저장작용 : 간은 우리 몸의 필수 요소인 철분과 혈액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해독작용 : 간은 체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알코올, 각종 체외에서 들어오는 독성물질, 약물 등을 분해, 배출하여 해독작용을 합니다.


이처럼 간은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해독역할입니다. 흔히 우리가 술을 많이 먹으면 간이 힘들어 한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간의 해독작용을 나타내주는 말입니다.




2. 약과 독성은 무슨 상관인가요?


얼핏 생각하기에 약은 우리 몸을 도와주기 위해서 먹는 것인데 왜 간의 해독작용과 관계가 있을지 궁금하게 됩니다. 약이란 것은 그 자체로 독(毒)이란 것을 같이 의미하게 됩니다. 약을 먹어야 하는 우리 몸의 상태는 이미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즉 우리 몸에 독이 쌓여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독을 독으로 물리치는 것이 약입니다. 즉 약이란 것은 우리 몸이 아플 때 먹으면 약이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우리 몸에서 언제든 독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약의 성분이 약인성 간손상을 유발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양약이나 한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양약의 경우 소염진통·해열제인 acetaminophen이나 농약으로 분류돼 있는 항생제 tetracycline 등은 심각한 간독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이같이 간독성의 예측이 확실한 약물도 많지만 수면제·신경안정제·스테로이드제제 등 개인 차가 많아 확실한 예측이 불가한 간독성 약물도 부지기수입니다.(2008년 1월 13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기현 전문연구위원 발표)




3. 한약은 천연물이라서 독성이 없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인가요?


한약 또한 약입니다. 최근 한약은 보약이라는 개념과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한약은 간에 전혀 무해하다 라는 말도 간혹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약이 스스로 약이 아닌, 치료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말과 같습니다. 한약 또한 약이며 우리 몸의 불균형상태, 즉 독이 쌓여 있는 상태를 치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에 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으며 약인성 간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정말 모든 한약이 간에 좋지 않나요?



1) 한약에 대한 정의


일단 한약이 간에 좋지 않다, 상관없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한약에 대한 정의가  필요 합니다. 우리나라는 5000년 동안 한약을 자연스럽게 섭취해 왔으며 그에 따라 한약이라는 말 자체가 ‘한의사가 환자를 보고 그에 맞추어 적절하게 처방한 약’이 아니라 양약을 제외한 건강식품들까지 포함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붕어즙, 호박달인 물, 일반약사가 조제한 한약, 한약업사가 조제한 한약 등을 모두 한약의 범주에 포함하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굉장히 많으며 실제 ‘한약을 먹고 어디어디가 안 좋아졌다’ 라는 말을 할 때 그것이 과연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이었냐고 물어보았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즉 한약을 먹으면 간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그것이 한의사가 적절하게 처방한 한약인가 아닌가를 따져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실제 대한한의학회지 제26권 제2호(2005년 6월) <국내에서 보고된 한약 및 민간요법, 건강식품 관련 약인성간손상에 대한 체계적 고찰>(박해모, 장인수, 이선동저)이라는 논문을 보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한약, 민간요법, 건강식품 관련 간손상관련 논문을 검색한 결과 실제 사례에 대한 보고 논문은 18편이었으며 그 중 한약복합처방에 대한 논문은 1편에 불과하였습니다.


그 외에 4편의 논문은 단일 한약재를 환자 임의로 복용한 예였으며, 2편은 한약과 양약을 복합한 건강식품에 의한 예였고, 8편은 버섯과 잉어담즙 복용의 민간요법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처방기관이나 처방자를 확인할 수없는 논문이 1편이었고, 한의사가 처방하지 않은 증례가 17례이어서 대부분의 증례가 한의사의 처방과 무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2004년까지 국내에 나온 한약의 간독성관련 논문 중 거의 대부분은 한의사가 처방한 제대로 된 한약이 아닌 환자가 임의로 먹거나 민간요법에 의한, 한의사와는 무관한 한약이었습니다. 즉 한의사가 제대로 처방한 한약 중 약인성 간손상을 유발했다고 사례를 발표한 논문은 15년동안 단 1건이었습니다.






2)실제 한약을 먹고 간수치가 높아질 수 있는 한약재들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연구된 한약재들 중 단일약재를 먹고 간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된 한약재들은 보골지, 하수오, 백선, 유근피입니다.(<국내에서 보고된 한약 및 민간요법, 건강식품 관련 약인성간손상에 대한 체계적 고찰>(박해모, 장인수, 이선동저)참고) 그 중 보골지는 일반 사용량의 10배 이상을 환자가 임의 복용한 사례였으며 그 외의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어 보골지가 간손상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백선 또한 술에 담궈 복용한 사례로써 그 기전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또한 위에 나온 한약재들은 한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처방하는 상용한약재들이 아니며 그 사용비율이 지극히 낮은 한약재들입니다.


현재까지 국외에서 보고된 대표적인 간독성 원인물질로는 각종 식물에서 발견되는 Pyrrolizidine alkaloids, 허브의 일종으로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Germander의 furan 화합물(furanno neolerodane diterpenoids), 노화방지제로 사용되는 Chaparral의NDGA(nordihydroguaiaretic acid), 변비치료제로 사용되는 Cassia angustifolia(Senna)의 sennoside, 독 버섯류의 α-amanitin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식물들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있어도 대부분 한약재로서는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부자, 초오, 천오나, 천웅, 목방기, 한방기, 마자인, 고삼, 조각자, 토목향, 생칠, 마두령, 대극, 감수, 파두, 맥각, 토근 등의 한약재는 간독성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으므로 간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금해야 하는 약재입니다. 한편 위의 약재들은 한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꼭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사용하지 않는 그 사용 비율이 매우 적은 한약재들입니다.


또한 <유독한약재의 한방 임상에서 통상 투여용량에 의한 간독성 연구>(식품의약안전청)라는 논문을 보면 맹독성이 있다고 알려진 열 개의 한약재, 즉 부자, 오두, 천오, 백부자, 속수자, 반하, 천남성, 감수, 대극, 파두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이 논문을 살펴보면 비록 위에 열거한 약재들이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위에 열거한 약물들 대부분이 실제 사용하는 비율이 매우 작으며 포제(독성이 있는 약재의 독성을 중화시키거나 약효를 증가시키기 위해 약재를 가공하는 방법)를 통해 독성을 중화시킬 뿐 아니라 독성이 있는 약물은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경우 1-2회 사용하는 것이므로 독성자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 열거한 한약재들이 비록 독성은 가지고 있지만 이 결과를 바로 한약의 임상과 연결 지을 수는 없다고 논문에서는 결론내고 있습니다.


즉 약인성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한약재들은 존재하지만 한의사가 환자의 기왕력과 현재 질환, 가족력 등을 고려하여 간의 상태를 보고 처방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러한 약재들은 배제한 상태에서 처방을 하게 마련이며 그래서 전문가와의 상담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 외에 약방의 감초라고 알려져있는  감초는 수분배설을 억제하는 항이뇨 작용이 있어서 간에 부담을 주고, 부종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간장 질환이나 부종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5. 간에 도움을 주는 한약들도 있나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설인찬 교수는 “한약의 독성 여부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5년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대전대 한방병원에 입원한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혈액 내 생화학적 수치변화를 확인한 결과 한약이 오히려 간기능과 신장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중앙일보 2006년 11월 1일자 기사 참조)

설인찬교수팀은 환자의 입퇴원 시에 간기능 검사의 일종인 AST, ALT, ALP, r-GTP와 신장기능검사의 일종인 creatinine, BUN의 수치 변화를 비교한 결과, 검사 항목 모두 퇴원시 평균값이 유의성 있게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특히 입원기간이 3개월 이상 4개월 이내인 환자 30명은 모든 항목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그 중 AST, ALP, BUN 수치는 유의성 있게 감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1998년에 경희대한방병원에 입원하여 한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한 환자 312명을 대상으로 간기능검사를 입원시와 퇴원시에 실시하였는데 이중 302명이 간기능수치인 ALT(GOT), AST(GPT), r-GTP 등이 내렸고 상승한 경우는 10명이었습니다. (이중 한약 양약 복합투여가 9명, 순수 한약만 복용한 환자는 1명)


특히 만성 간염 환자에게 3개월 이상 『생간건비탕』을 투여한 결과  간기능의 호전율은 평균 67% 정도로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서울대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오미자, 구기자, 인진같은 약이 간수치(GOT, GPT)를 낮춘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여 간장질환에 대한 일부 한약재의 효능을 검증하기도 했으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간장 질환에 대한 한약재의 효능을 인정하고 소시호탕을 간장 질환 치료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의사가 환자에 맞게 처방한 한약은 간에 무해할 뿐 아니라 간장과 신장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들입니다.




6. 결론적으로 한약은 간에 무해한가요? 유해한가요?


한약이 유해하냐 무해하냐는 질문은 너무나 대답하기 복잡한 질문입니다. 일단 한약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한의사가 환자를 보고 지은 한약이냐, 아니냐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한의사가 직접 조제한 처방이 문제가 된 경우는 15년간 보고된 경우 중 단 1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약이라는 것은  단일성분이 아니라 천연물이기 때문에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 특정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양약식으로 “간독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인삼의 경우 우리몸을 흥분시키는 Ginsenoside Rb1과 반대로 중추신경 억제작용이 있는 Rg1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 몸의 불균형상태를 보고 상반된 효과 중 어떤 것 하나를 내어 우리 몸을 흥분시키거나, 또는 그와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약을 단순히 특정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간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나무 한그루만 살펴본 나머지 숲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매함을 저지를 수 있는 소치입니다.


또한 한의사들은 그러한 특정성분이 들어있는 일부의 한약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장 질환이 있거나 간의 기능이 약해진 환자들에게는 배제하고 한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한약재들중 일부의 약재들은 분명 약인성 간손상을 유발할수 있는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약재들은 환자의 기존의 병력이나 현재의 병력, 가족력 등을 보고 판단하여 사용하지 않아야 할 환자에게는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말 한의사가 환자를 보고 처방을 하여 지은 한약이라면 간에 문제가 될 소지는 미미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고, 그래서 더욱 전문가와의 상담이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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