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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03 09:32
식체 - 먹다가 체했어요
 글쓴이 : 이광연한의원
조회 : 159,962  

【 식체(食滯) 】


● 관련상식
  ▶ 소화불량
  ▶ 식욕부진
  ▶ 위하수와 위무력증

    

한민족의 명절 추석과 설. 그 동안 헤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는 정겨운 자리에 형형색색 풍성한 음식이 정다움을 더해준다. 고기와 각종 곡식들을 부치고 튀기고, 온통 번지르르한 기름칠 일색이다. 고소한 냄새와 예쁜 빛깔에 이것저것 손대다 보면 아무래도 평소보다 과식하게 마련.

또 오랜만에 고향친구와 친척들이 만나다보면 자연히 술이 빠질 수 없고, 한잔은 필수요 과음은 선택사항. 3~5일의 연휴동안 운동은 않고 그저 앉아서 먹고 마시다 보니 여기저기 ‘급체’환자가 넘쳐나, 그 덕에 소화제 챙겨 온 사람만 주가상승세를 탄다.

이처럼 명절마다 과식으로 인한 ‘급체’로 연중 행사를 치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툭하면 먹은 것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꺽꺽” 거리는 ‘만성식체’ 환자가 있다. 우리의 일상 주변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식체의 대처법을 정확히 익혀서 언제 어디서든 긴급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


▶ 식체란?

식사 후 속에 뭔가 걸린 듯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면 흔히 ‘체했다’고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소화기계의 기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나는 기(氣)가 막힌(滯) 일련의 증상들을 ‘식체(食滯)’라고 합니다. 하지만 서양의학에서는 기(氣)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식체에 해당하는 의학용어가 없어 다만 소화불량의 범주에 포함하여 인식하고 있습니다.


식체는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 식체는 과식이나 폭식, 찬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또는 상한 음식을 먹었을 경우,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 갑자기 소화가  안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와는 달리 만성 식체는 원래 비위(脾胃:소화기) 기능이 약하여 항상 음식 양과 종류를 주의해서 먹는데도 툭하면 소화가 안 되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으로, 체질적으로 비위가 약한 소음인들에게 흔한 증상입니다.

 

▶ 급성과 만성 식체의 증상

식체의 증상은 급성과 만성에 따라 약간 달라집니다.

급성 식체는 말 그대로 갑자기 체한 것으로 식 후 가슴이 답답하다, 명치 밑이 아프다, 매스껍고 구토를 한다, 부패한 냄새 나는 트림을 한다, 배가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다, 배를 누르면 심하게 통증을 호소한다, 냄새 나는 설사를 한다, 식은땀이 난다, 열이 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등의 증상을 호소합니다. 급체의 경우에는 날이 갈수록 배에 가스가 차고 통증이 심해지므로 급히 막힌 음식을 내려주는 한약과 침구요법을 병행하여야 합니다.


만성 식체는 급성과는 달리 평소 소화기능이 약하여 조금만 먹어도 자주 체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배가 더부룩하고 답답하다, 헛구역질이 자주 난다, 먹은 것 없이도 트림이 나고 매스껍다, 묽은 설사를 한다, 식후 몇 시간이 지나도 배가 잘 꺼지지 않는다, 늘 입맛이 없어서 많이 먹지 못한다, 늘 기운이 없다, 배를 문질러주거나 따뜻하게 해주면 통증이 줄어든다 등의 증상을 호소합니다. 이처럼 원래 비위가 약해 자주 체하는 사람은 소화제를 먹어도 그때뿐이고 또 금방 체하고 맙니다. 이런 경우는 비위(脾胃)를 보(補)해주면서 소화를 도와주는 한약과 침구요법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 어떤 사람이 잘 체하는가?

신경이 예민한 사람.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속이 쓰린 사람.

평소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찬 소음인은 적게 먹고도 자주 체한다.

소양인은 자주 체하지는 않으나, 소화력을 믿고 너무 과식하다가 가끔씩 체한다.


▶ 식체 시 대처법

1. 배 전체를 따뜻하게 찜질하고, 손바닥으로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10분간 문질러줍니다. 지압점(아래의 지압점 참고)도 함께 눌러줍니다.

2. 십선혈(열 손가락 끝)을 사혈침이나 소독된 바늘로 따주세요.

3. 심하게 체하여 명치와 배가 빵빵하게 불어 오르고 찌르는 듯이 아프며, 토하지도 설사하지도 않을 때는 소금 끓인 물을 먹여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억지로 구토를 하세요. 토한 뒤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보리차나 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하도록 합니다.

4. 하루 정도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그 대신 따뜻한 물이나 보리차를 조금씩 마시도록 합니다. 체기가 가라앉으면 따뜻한 죽으로 속을 달래주도록 하세요.

5. 단순히 배가 더부룩하고 매스꺼우며 음식이 막힌 듯한 느낌이 들 때는 소화제를 먹는 것은 괜찮으나 심한 복통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탈진의 위험이 있을 때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 식체를 예방하는 방법

1. 한꺼번에 몰아서 먹거나 급하게 먹지 않도록 하고, 즐겁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꼭꼭 씹으며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세요.

2. 자주 체하는 사람은 찬 음식, 기름진 음식, 딱딱한 음식, 밀가루 음식은 피한다. 대신 야채와 과일, 부드럽게 조리한 음식을 먹도록 합니다.

3. 예민한 사람들은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하기 쉬우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합니다.

4. 식사 후에는 30분 정도 여유 있게 산책을 하고,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해서 기의 순환이 잘 되도록 합니다.


▶ 식체 시 지압요법

체했을 때의 한방 응급처치법으로 ‘사관(四關)을 터 준다’고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옛날부터 민간에서도 잘 알려진 방법입니다. 사관(四關)이란 우리 몸의 기운이 들고 나는 네 관문이라는 뜻으로 손의 합곡(合谷)과 발의 태충(太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체했다는 것은 위장의 기운이 막힌 것이지만, 인체 기의 위아래 관문을 터 주기만 하면 전신의 모든 기운이 순조롭게 통하게 되면서 우리 몸의 중앙에 있는 위장 기운도 뚫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꼽 둘레를 시계방향으로 마사지해주고 나서 배꼽 사방의 중완(中脘), 천추(天樞), 기해(氣海)를 지압해주어도 좋고, 뜸을 뜨면 더욱 좋습니다. 뜸의 따뜻한 기운이 위장에 전달됨으로써 위장 기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뜸은 한번에 5장씩 하루에 2~3번 떠주는 것이 적당합니다.


① 사관혈 : 합곡은 엄지와 검지손가락 뼈가 만나는 오목한 점이며, 태충은 엄지와 둘째 발가락사이를 발등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뼈에 걸리는 곳이다.

② 중완, 천추, 기해 : 중완은 배꼽과 명치사이의 중점이며, 천추는 배꼽에서 손가락 두 마디만큼 나간 점이다. 기해는 배꼽과 치골(아랫배의 단단한 뼈)을 5등분했을 때, 1과 1/2만큼 내려간 점이다.


▶ 체기를 내려주는 좋은 처방

급체에 가장 자주 쓰는 처방은 평위산(平胃散)입니다. 평위산은 말 그대로 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처방입니다. 위장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창출, 감초, 대추와 정체된 음식을 아래로 내려 보내주는 진피, 후박, 생강으로 구성되어 식체에 가장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한방소화제입니다.


평소 자주 체하는 만성식체 환자에게는 삼출건비탕(蔘出健脾湯)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식체에는 급체처럼 무조건 소화시키는데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약한 비위기능을 보(補)해서 소화기능을 강화시키는데 목표를 둡니다. 삼출건비탕은 비위기능을 보(補)하는 사군자탕(四君子湯)의 인삼, 백출, 복령, 감초에 소화를 돕는 후박, 진피, 산사, 지실, 사인, 신곡, 맥아를 가미한 처방입니다.


♧ 평위산 ♧

창출 8g, 진피 6g, 후박 4g, 감초 2g, 대추 2개, 생강 3쪽


♧ 삼출건비탕 ♧

인삼, 백출, 복령, 후박, 진피, 산사육 각4g, 지실, 백작약 각3g, 사인, 신곡, 백아, 감초 각2g, 생강 3조각, 대추 2개


▶ 손끝 따기에 관하여...

예로부터 우리 할머니들은 ‘체했다’ 하면 손끝을 바늘로 따 주는 것을 공식으로 여겨왔습니다. 과학성과 합리성을 따지는 현대 사람들도 그것이 비과학적인 풍습이라 여기면서도 반신반의하며 체하면 의례 바늘에 손을 맡깁니다.


그러나 손끝 따기도 어느 정도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급체하면 위장이 허혈상태(피가 모자란 상태)가 되어 위장 운동이 원활히 되지 않습니다. 이때 손끝을 따주면 정맥피가 소통이 되면서 위장에 맺혀 있던 혈액이 자연스럽게 순환하게 되고, 위장에도 혈액공급이 원활해지게 됩니다. 이는 피펫의 윗구멍을 닫고 아래구멍만 열 때는 물이 떨어지지 않지만, 윗구멍을 동시에 열어주면 물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장에 혈액이 공급되면 둔해진 위 신경이 깨어나 위 운동이 활발해지고, 그 결과 체기가 내려가는 것이죠.


▶ 식체의 원인에 따른 민간요법

① 일반적인 육류 - 배즙, 키위, 산사

② 돼지고기 - 새우젖 국물 한두 스푼을 2~3회 먹는다.

③ 개고기 - 살구씨의 속살만 노랗게 볶아서 5개정도 먹는다.

④ 생선 - 소엽 10g과 물 400cc를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서 먹는다.

⑤ 밀가루 음식 - 무즙, 엿기름, 식혜

⑥ 우유 - 식혜, 엿기름

※엿기름 복용법 - 따뜻한 물 한 그릇에 엿기름 가루 3~4 스푼을 타서 가라앉히고 1~2시간 후 그 물을 마신다.

⑦ 과일이나 찬 음식 - 생강과 계피를 달여서 마시거나, 수정과를 마신다.


▶ 이럴 땐 병원으로

1. 시간이 갈수록 복통의 횟수나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

2. 구토가 2~3회 이상 반복해서 나타나는 경우

3. 물 같은 설사가 2~3회 이상 연속해서 나거나, 변에 혈액이나 코같이 끈적한 점액이 섞여 있을 경우

4. 구토와 설사를 하고 나서 일어서지 못하거나 의식을 잃어 탈진이 의심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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