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거씨병(Buerger's Disease) 】
● 관련상식
▶ 고지혈증
▶ 담배
청장년 층의 애연가에게 찾아오는 뜻밖의 불청객 ‘버거씨병’(Buerger's Disease). 20~30대의 젊은 남자가 발가락이 차갑게 느껴지다가, 어느 날 발에 난 조그만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고 점점 커지기만 하며, 밤만 되면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룬다. 만약 애연가인 당신이 이런 증상이 있다면 ‘버거씨병’의 가능성을 한번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 버거씨병이란?
1908년 버거(Buerger)라는 의사에 의해 밝혀졌다 하여 ‘버거씨병’이라 명명된 이 질환은, 국내에서는 1920년 외국인 의사 루드 로우가 최초로 한국인 버거씨병을 진단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질환을 ‘탈옹(脫癰)’ 혹은 ‘탈저(脫疽)’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는 버거씨병만을 의미하는 병명이 아니라 버거씨병, 당뇨병, 동맥경화증 등에 의해 손발이 썩어 떨어져 나가는 증상을 모두 포함하여 통칭한 증후명인 것입니다.
버거씨병은 팔․다리(주로 다리)의 작은 동맥에 염증이 생기면서 작은 핏덩어리가 생긴데다 혈관까지 좁아져, 혈관이 작은 핏덩어리에 의해 막히는 질환입니다. 그 결과 팔다리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와서 통증, 저림, 차가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지속되면 손발 끝 부분이 썩어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버거씨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으나, 이 질환으로 진단된 환자의 95%가 20~30대 남성 애연가라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흡연이 버거씨병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생률도 지역적 차이를 보이는데, 주로 동유럽과 이스라엘, 우리 나라와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흔합니다.
▶ 버거씨병의 증상
1. 초기에는 손발이 창백하거나 푸르스름하며 항상 차갑게 느껴집니다.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여 증상은 더욱 심해집니다.
2. 초기에는 오래 걷거나 운동을 할 때 팔다리가 아프고 저리지만 쉬면 좋아집니다. 그러나, 진행이 되면 단거리의 보행에도 장딴지에 쥐가 나며 다리가 아프고, 쉬어도 통증이 발생합니다.
3. 잠잘 때 통증이 심해집니다. 낮에 활동 중에는 다리가 심장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서 혈액공급이 잘 되지만, 밤에 누워있으면 발끝으로 혈액공급이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잘 때 다리를 심장보다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병이 진행되면 팔다리가 창백해지며 털도 없어지고, 피부가 반들반들해지고 손톱과 발톱이 잘 자라지 않으며 점차 두꺼워집니다.
5. 손발의 동맥에서 맥박이 촉진되지 않습니다.
손목 맥박 뛰는 부위 : 손목을 손등 쪽으로 젖히고 엄지방향과 새끼손가락방향에 눌러보면 두 곳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발목 맥박 뛰는 부위 : 발등 쪽 발목 중앙부위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위, 발목 안쪽 복사뼈 뒷부분
6. 손발의 작은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점점 커집니다. 그런데도 담배를 계속 피우면 발가락에서 시작된 상처가 발등으로 퍼지며 급기야 다리를 절단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반인들은 버거씨병에 걸리면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와 금연을 한다면 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는 진행하지 않습니다.
▶ 버거씨병의 위험요인
버거씨병은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병이므로, 혈관을 좁게 하거나 혈관을 막는 요소들이 있다면 이 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1. 흡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버거씨병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흡연입니다. 담배의 니코틴은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하며, 담배의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와의 결합력이 산소보다 240배나 강해서 전신에 산소공급을 방해합니다. 또한 일산화탄소 자체가 혈관 내피세포에 직접 독성으로 작용하며, 작은 핏덩어리 형성을 촉진시켜 혈관을 막을 위험이 있습니다.
2.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동맥경화증이나 고지혈증이 있으면 혈관 속에 찌꺼기가 끼어 막히기 쉽습니다. 그러면 혈액순환이 방해되어 버거씨병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3. 차가운 기후
찬 기운에 자주 노출되면 말초 혈관이 수축되므로 버거씨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4.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스트레스를 자주 받게 되면 버거씨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5. 가족 중 버거씨병이 있는 경우
버거씨병은 유전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만약 부모님 중 버거씨병이 있었다면 20대부터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버거씨병의 진단
위에 언급한 특징적 증상과 함께 환자가 흡연을 하고 있거나 직접 담배를 피지 않더라도 간접 흡연에 노출된 경험이 반드시 있어야 버거씨병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맥촬영, 팔과 다리의 부위별 혈관초음파검사 등으로 확진할 수 있습니다.
▶ 버거씨병 환자의 생활요법
1. 철저한 금연
금연만 해도 50%정도는 증상이 호전되므로, 반드시 금연을 합니다. 만약 계속해서 담배를 피면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상황까지 진행됩니다.
2. 팔 다리를 따뜻하게.
찬 곳에 노출을 피하고, 양말이나 장갑을 착용하여 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합니다.
3. 손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손톱, 발톱은 일자로 깎아서 살로 파고들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항상 면양말을 신고 있어야 하며, 발을 씻고 나서 물기를 잘 말려서 곪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슬리퍼를 신으면 넘어지거나 발에 상처가 나기 쉬우므로, 가까운 곳에 나가더라도 잘 맞는 운동화를 신고 나가도록 합니다.
4. 얼음과 뜨거운 물을 조심한다.
버거씨병 환자는 발의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물이 뜨거워도 그것을 감지하지 못해 화상을 입기 쉬우며, 얼음에 닿아도 차가운 것을 몰라 동상을 입기 쉽습니다. 따라서 발을 씻을 때 너무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가급적 얼음찜질이나 뜨거운 온찜질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 버거씨병의 양방치료
버거씨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금연이 가장 중요합니다. 담배만 끊어도 환자의 50%에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항응고제, 혈관확장제, 부신피질호르몬, 면역 억제제 등을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이 외과적 치료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외과적 치료로는 교감신경 절제술을 가장 많이 실시합니다. 교감신경이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맥 내막 박리술, 혈관 우회술 등을 실시하며, 괴사가 심할 경우에는 환부보다 위쪽의 막힌 혈관 부위에서 팔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합니다. 절단술의 단점은 버거씨병의 특성상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절단부가 잘 아물지 않거나 궤양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 버거씨병의 한약요법
뼈와 살이 썩어 떨어져 나가는 탈저(脫疽)의 명방으로 ‘고보보탈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이 처방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상처를 치유시키는 효능이 아주 뛰어나 버거씨병이나 당뇨병 후유증으로 손발 끝의 피부가 익은 대추와 같은 자흑색을 띠고, 통증이 심하고 누런 농이 흐를 때 쓸 수 있습니다. 이 처방에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난 장미뿌리 40g을 가미해서 쓰면 더욱 좋습니다.
♧ 처방 ♧
우슬, 석곡, 황기 당귀 각38g, 인삼, 현삼, 백렴 각12g, 금은화 120g, 포공영, 토복령 각40g
▶ 장미뿌리와 버거씨병
버거씨병에는 장미뿌리가 아주 효과적입니다. 장미뿌리의 버거씨병에 대한 치료 효과는 위능채산이라는 성분에 의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성분은 해독 소염작용과 청열(淸熱)작용이 있어서, 버거씨병으로 발끝이 썩어 들어가 염증이 생기고 열이 나고 누런 농이 나오는 증상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신생육아조직을 재생시키는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살이 떨어져 나가는 이 병에 아주 좋은 것이죠.
♧ 복용법 ♧
꽃이 작고 꽃잎이 빽빽히 붙어 있는 장미의 뿌리가 약효가 있습니다. 장미뿌리 20~40g을 물 1000㏄로 끓여 반으로 줄면 하루동안 수시로 나누어 마십니다.
▶ 버거씨병과 침, 뜸치료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탈저 즉, 버거씨병에 침치료를 실시해 왔습니다. 침은 소염, 면역력 강화, 새살 재생 촉진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침 치료는 몸통을 중심으로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손발에 침을 놓으면 상처를 생기게 하여, 자칫하면 상처부위가 회복이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뜸과 뜨거운 찜질도 피부에 수포를 생기게 하여 상처가 잘 아물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손발에는 뜸과 뜨거운 찜질을 피하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