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지러움 】
● 관련상식
▶ 메니엘씨병
▶ 빈혈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핑’하면서 눈앞이 캄캄해진다, 쓰러질 것 같다, 물건이 두 개로 보인다 등 어지럼증의 증상도 각양각색. 한방에서는 어지럼증을 현훈(眩暈)이라고 합니다. 현(眩)이란 눈 목(目)과 검을 현(玄)이 더해져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뜻이며, 훈(暈)이란 해나 달 주위를 두른 둥근 테 모양의 빛을 의미하는 단어로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뜻하며, 결국 현훈(眩暈)이란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말합니다.
▶ 어지럽다면 빈혈?
대개 어지럽다고 하면 첫째로 빈혈을 떠올리죠. 그래서 어지러우면 빈혈로 자가진단을 내리고는 약국에서 철분제를 사 먹기도 하죠. 그러나 빈혈은 어지럼증을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만, 필요조건은 아닙니다. 즉 빈혈이 있으면 어지럼증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어지럽다고 해서 반드시 빈혈인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 겨우 1%만이 빈혈이 있고, 오히려 귀의 이상이나 뇌의 문제, 저혈압과 고혈압 등 그 외에도 너무나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빈혈로 착각하고 철분제만 먹다가는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또 과잉된 철분으로 인해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어지럼증의 원인
과로했을 때, 충격을 받았을 때 등등 살다보면 누구나 어지러움증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어지럼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아무 이상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국 신경성이나 스트레스성으로 결론을 짓게 됩니다. 물론 아무 이상이 없다면 다행이나, 일부 어지럼증은 간단한 귀의 염증에서부터 중풍이나 뇌종양 등 심각한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입니다. 어지럼증을 동반할 수 있는 질환이나 원인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귀의 이상 :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이나 전정신경의 이상(메니엘씨 병, 전정신경염, 전정미로염, 양성 발작성 체위변환성 현훈, 청신경종), 중이염과 같은 귀의 염증
뇌의 이상 : 중풍이나 뇌종양 등으로 몸의 균형을 지배하는 뇌간, 소뇌, 중추신경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기립성 저혈압 : 갑자기 일어날 때 혈압이 떨어서 뇌가 일시적 빈혈 상태에 빠짐.
고개를 돌리거나 젖힐 때 목을 지나가는 혈관이 압박되어 뇌로 혈관공급이 안됨.
심장질환, 동맥경화증 등 혈액순환 장애로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 감소.
저혈압, 빈혈, 다이어트나 영양실조로 인한 저혈당, 탈수
자율신경계 이상, 과호흡, 불안, 우울, 공포 등
시력이상, 시력에 맞지 않는 안경, 복용중인 약물, 알레르기, 멀미
▶ 한의학에서 6종 현훈(眩暈)
《동의보감》에서 ‘현훈(眩暈)에는 풍훈(風暈), 열훈(熱暈), 담훈(痰暈), 기훈(氣暈), 허훈(虛暈), 습훈(濕暈)이 있다.’고 하여 어지럼증의 원인에 따라서 6가지 종류로 나누어 치료합니다.
종류 |
특징 |
처방 |
풍훈 |
바람에 낙엽이 흔들리는 것과 같이 사람도 바람을 맞으면 머리가 어지럽게 됩니다. 찬바람을 쐰 후 감기에 걸린 것처럼 바람을 싫어하고, 땀이 나고, 두통이 있습니다. |
궁궁산
천궁 4g, 당귀, 강활, 선복화, 만형자, 세신, 석고, 고본, 형개, 반하, 숙지황, 방풍, 감초 각2g |
열훈 |
여름에 더위를 먹거나 더운 환경에서 있으면, 화열(火熱)이 머리로 치밀어 올라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갈증이 심해 물을 자주 들이 킵니다. |
형황탕
대황, 형개, 방풍 각8g |
담훈 |
위장에 습담(濕痰)이 많으면 맑은 기운이 머리로 가지 못해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뱃속에서 꾸룩꾸룩 소리가 나며, 머리가 무거워 들지도 못합니다. |
청훈화담탕
진피, 반하, 백복령 각4g, 지실, 백출 각2.8g, 천궁, 황금, 백지, 강활, 인삼, 천남성, 방풍 각2g, 세신, 황련, 감초 각1.2g |
기훈 |
스트레스를 받아 기운이 뭉쳐 담(痰)이 생기고, 그 담(痰)으로 인해 머리에 맑은 기운이 가지 못해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미간과 이마가 아파서 눈을 뜰 수 없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보허음
인삼, 맥문동, 산약 각4g, 백복령, 복신 각3.2g, 반하, 황기 각2.8g, 전호, 숙지황 각2g, 지각, 원지, 감초 각1.2g |
허훈 |
과로하거나 노인들이 몸이 쇠약한 경우 기운이 허약하여 어지러운 것입니다. 외상으로 출혈이 있었거나, 부인이 출산하였거나, 빈혈이 있을 때에는 혈허(血虛)로 어지러운 것입니다. |
자음건비탕
백출 6g, 진피, 반하, 백복령 각4g, 당귀, 백작약, 생지황, 건지황 각2.8g, 인삼, 백복신, 백문동, 원지 각2g, 천궁, 감초 각1.2g, 생강 3쪽, 대추 2개 |
습훈 |
비를 맞으면 습기(濕氣)에 상해 코가 막히고 목소리가 무겁고 탁하면서 어지러운 증상이 있습니다. |
궁출탕
천궁, 백출, 반하 각8g, 감초 2g |
▶ 어지럼증을 줄이는 방법
특별한 질환이 없는 어지럼증의 경우 다음과 같이 실천한다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옷을 느슨하게 풀고 편하게 눕는다. 방을 어둡게 하면 더욱 좋다.
가급적 움직이거나 회전하지 말고 쉬도록 한다.
코를 풀 때 너무 세게 풀지 않는다.
술, 담배, 커피, 카페인 음료, 탄산 음료를 줄인다.
소금의 섭취를 줄이고,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 어지러움을 가라앉히는 지압요법
머리를 맑게 하는 백회(百會), 각손(角孫)을 지압해주세요. 귀의 가장 위쪽 높이의 두피(각손)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머리꼭대기(백회)에는 중지를 닿게 하며 나머지 손가락과 손바닥으로는 머리를 감쌉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백회와 각손을 꾹꾹 눌러주며, 머리를 감싼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두피를 앞뒤로 움직여줍니다.
풍지(風池)도 좋아요. 풍지는 ‘바람이 고여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특히 감기에 걸렸을 때, 고혈압으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울 때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막혀있는 기운을 뚫어주는 사관혈(四關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관혈은 인체 상부를 대표하는 합곡(合谷)과 하부를 대표하는 태충(太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빨대의 한쪽만 열려있을 때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나머지 한쪽을 다 열어주면 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것처럼, 인체 아래위의 합곡과 태충을 터주면 막혀있던 기운이 소통되어 어지럼증도 해소될 수 있는 것이죠.
① 백회, 각손 : 귀의 가장 위쪽 높이의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하는 점이 각손이며, 양쪽 각손에서 머리꼭대기로 올라가면 만나는 정중점이 백회이다.
② 풍지 : 뒷머리뼈 아래의 움푹 들어간 중점에서 귓불 뒤 유양돌기까지의 1/3지점으로, 승모근이라는 2개의 굵은 근육의 양쪽 바깥에 움푹 들어간 점이다.
③ 사관혈(합곡, 태충) : 합곡은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따라 올라가다 두 뼈가 만나는 곳의 바로 앞 옴폭 들어간 곳이며, 태충은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에서 발등을 따라 올라가다가 뼈에 걸려 멈춰지는 곳이다.
▶ 어지러움에 좋은 음식
1. 시금치
시금치는 ‘자연산 빈혈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혈액의 구성성분인 철분, 엽산과 철분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C까지 풍부하므로, 빈혈에 꼭 필요한 식품입니다. 빈혈에는 매일 3개월 이상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2. 은행, 대추
은행에는 혈액 구성성분인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에 좋습니다. 또한 담을 제거하고 위로 떠오른 기운을 내려주므로 담음으로 인해 기운이 정체되어 어지럼증이 생긴 것을 개선시켜줍니다. 뇌의 성분인 레시틴도 함유되어 있어서 기억력 증진과 치매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방광괄약근 기능을 증진시켜 아이들 야뇨증, 노인의 요실금, 여성의 소변빈삭 증세에도 좋습니다. 단, 은행은 청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구워서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충분히 구워도 무조건 안심할 수 없으니, 청산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1일 20알 이상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대추는 장부의 기능을 보하고 소화흡수력을 키우며, 신경안정 작용이 큽니다. 그래서 내성적이고 세심한 직장인들의 어지럼증, 불면증, 불안증 등에 좋습니다.
◎ 은행 대추 조림
재료 : 은행 20개, 대추 20개, 조청이나 엿 5큰 술, 물 100㏄, 참깨 1큰 술
① 은행을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볶아 겉의 노란 껍질은 벗겨낸다.
② 대추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씨를 빼고 저민다.
③ 프라이팬에 은행과 대추, 조청, 물을 넣어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 거품이 생기면 약한 불로 낮춰 끈기가 생길 때까지 졸인다.
④ 용기에 담아 참깨를 뿌린다.
3. 인삼 당귀 대추차
인삼은 따뜻한 성질의 약재로 원기를 보하고, 진액을 늘려주며, 비위기능을 촉진시켜 영양분의 흡수와 신진대사를 증진시킵니다. 또한 골수의 혈액생산을 촉진시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항상 추위를 타고, 피로하며, 손발이 차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얼굴이 누렇게 뜨고, 어지럽고,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약재입니다.
당귀는 성질이 따뜻하고 비타민 B12와 엽산이 풍부하여 혈액 생성을 촉진하므로 빈혈 예방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뇌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해줍니다.
따라서 인삼, 당귀, 대추차는 냉성 체질의 어지럼증, 소화불량, 빈혈, 신경예민, 불면증 등에 아주 좋아요. 인삼, 당귀 각 8g, 말린 대추 10개를 물 1ℓ로 1시간 30분간 끓여 하루동안 나누어 마십니다.
4. 삼계탕
체력이 약하고 늘 피로하면서 어지러울 때는 인삼, 대추, 황기를 넣고 삼계탕을 끓여 드세요. 닭은 육질이 부드러워 소화흡수가 잘 되고, 비위장 기능을 개선시켜주므로 허약자를 위한 최고의 영양식입니다. 특히 삼계탕은 성질이 열(熱)하므로 배가 차서 설사가 잘 나고, 손발이 찬 사람들과 궁합이 맞으나, 몸에 열이 많고 뚱뚱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으므로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이럴 땐, 병원으로..
물론 어지럼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때는 병원에 가서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증상이 같이 동반되면 어지럼증이 지속되지 않았더라도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귀가 울리거나 머리 속에서 소리가 난다.
갑자기 잘 안 들린다.
심한 두통이나 구역질과 구토가 동반된다.
쓰러져서 의식을 잃는다.
시력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물체가 겹쳐 보인다.
▶ 직장인, 과도한 긴장으로 어지럼증이 생긴다.
과도한 긴장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이나 늘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긴장된 자세로 있으면 뒷목과 어깨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지는데, 그 결과 머리로 가는 혈관이 눌려 뇌로 혈액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못해 어지럼증, 두통, 기억력 집중력 감퇴, 피로감 등이 생기는 것이죠.
따라서 직장인들은 수시로 근육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합니다. 목을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두세 번 돌려주고, 고개를 앞뒤좌우로 꺾어 다섯 번 헤아리는 동안 자세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옆머리에서 뒷머리로, 이마에서 뒷머리로 손가락으로 빗질하듯 쓸어주면 어지럼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저혈압과 어지러움
혈압이 낮으면 뇌까지 혈액공급을 충분히 해주지 못해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혈압이란 수축기혈압 100㎜Hg, 이완기혈압 60㎜Hg 미만으로 정의하며, 그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저혈압증이라 합니다. 저혈압증의 대표증상은 전신권태감입니다. 늘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며 특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괴롭습니다. 종종 어지러움, 두통, 이명, 불면증, 가슴이 두근거림, 숨참, 식욕부진, 메스꺼움, 변비 등을 호소합니다.
저혈압이 있을 때는 무엇보다 양질의 영양분 섭취와 체력 증진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1번씩 땀이 베일 정도의 운동을 습관화하며,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이나 지방이 적은 동물성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함유식품을 중점적으로 섭취합니다. 그러나 커피, 탄산음료나 수박, 참외, 배와 같은 과일은 이뇨작용이 강해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많이 먹지 않도록 합니다.
▶ 기립성 저혈압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핑하고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을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합니다. 앉아 있을 때는 혈액을 보내주어야 할 높이가 낮으므로 그만큼 혈압이 낮게 적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일어서면 키높이 만큼 혈액을 보내주기에는 혈압이 역부족이므로, 혈액은 하반신으로만 집중되어 어지럽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으로 대개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고혈압 환자가 혈압강하제를 복용했을 때나 혈압을 조정하는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도 발생하므로, 고혈압 환자가 어지럼증이 심하다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한 후 약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