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타는 병 】
● 관련상식
▶ 냉방병
▶ 장마철 건강관리
한낮의 수은주가 30도를 향해 가는 여름의 초입. 《동의보감》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했을 정도로 잔병치레가 많은 계절이 바로 여름입니다. 장마와 곧장 연이은 더위로 인해 입맛은 뚝 떨어지고 체력이 바닥나 어깨가 축축 쳐지기 일쑤이며, 차가운 음식만 즐기다보면 자칫 건강까지 해칠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잔 탈없이 여름을 날 수 있는 ‘여름철 건강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여름탄다’ 주하병(注夏病)
흔히들 ‘여름이 되니 기운도 없고, 나른하고, 입맛도 없고, 머리가 무거운 게 여름타나 봐’라고 하죠? 이를 한의학에서는 ‘주하병(注夏病)’이라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늦봄․초여름이면 머리가 아프고, 다리가 약해지며, 입맛이 떨어지고, 몸에 열이 나는 것을 주하병(注夏病)이라고 한다. 이는 음허(陰虛)에 속하며 원기(元氣)가 부족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주하병’은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변화로 인해 인체 생리기능에 장애가 생겨 원기부족(元氣不足)과 음허증(陰虛證)이 발생하는 것으로,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름철이 되면 인체는 높은 외부기온에 적응하기 위해 피부 쪽으로 혈액을 많이 보냅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내장으로 가는 혈액이 적어지게 돼 위장과 대․소장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되며, 설사가 나기도 하고 속이 더부룩하고 불쾌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기온이 높으면 인체 대사기능이 활발해져 체력소모가 많아지고 그로 인해 쉬 피로하고 정신적으로도 무력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원기부족’입니다.
한편 체온이 높아지면 인체는 땀으로 열을 발산시킴으로써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그런데 여름철 과도한 발한(發汗)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손실되면 열이 나고, 갈증이 나며, 머리가 아프며, 어지럽고 피로하게 됩니다. 땀이란 인체의 진액(津液) 즉 음기(陰氣)가 빠져나가는 것이므로 한방에서는 이를 ‘음허증(陰虛證)’이라 하는 것이죠.
따라서 여름을 탈 때에는 부족한 원기와 음기를 보충해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균형 있는 식사로 입맛을 돋구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 여름철 열병 ‘서병(暑病)’
한편 한여름 무더위로 인해 생긴 병을 한방에서는 ‘서병(暑病)’이라고 합니다. 서병(暑病)은 다시 양서(陽暑)와 음서(陰暑)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서(陽暑)란 뙤약볕에서 노동이나 운동을 하다가 더위를 먹은 경우로 오늘날의 ‘일사병’에 해당됩니다. 고열과 과도한 발한(發汗)으로 인해 탈진상태가 되어 어지러움, 메스꺼움, 두통, 갈증, 가슴의 번조로움 등을 호소하며, 심하면 졸도를 합니다. 이럴 때에는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서늘한 곳에서 옷을 헐렁하게 풀어 젖히고 머리를 낮게 하여 눕힌 후, 이온음료 또는 냉수 반 컵에 소금 반 티스푼을 타서 15분 간격으로 3~4회 마시게 합니다.
음서(陰暑)란 더위를 피해 에어컨이나 선풍기 아래에서 찬바람을 쏘이거나, 시원한 곳에서 찬 음식을 즐기다 생긴 병으로 오늘날의 ‘냉방병’에 해당됩니다. 감기처럼 오한과 함께 근육통, 두통, 권태감, 무기력, 기침, 콧물, 소화불량,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냉방병은 냉방시설이 잘 된 환경에 있는 사람이 잘 걸리므로, 예방이 최우선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냉방병 부분을 참조하세요.
▶ 여름철 건강법
1.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한의학 최고 경전인《황제내경》에서 여름의 섭생법으로 ‘야와조기(夜臥早起)’ 즉, ‘밤에는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여름에는 몸에 열기가 많이 생성이 되므로 이를 적당히 발설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관건입니다. 따라서 낮이 긴 여름에는 그만큼 활동을 해서 땀으로 양기를 발설하고, 밤이 되면 열기를 너무 많이 수렴하지 않도록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이 자연의 섭리에 합당합니다.
2. 적당히 땀을 흘려라.
땀이란 인체의 에어컨에 해당됩니다. 체온이 올라가면 인체는 정상체온인 36.5℃를 유지하기 위해 땀구멍을 열어서 땀을 배출하기 시작합니다. 여름에는 인체의 열기가 체표로 몰려 있으므로 땀을 흘려서 열기를 식혀주고 또한 노폐물도 배설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에어컨 바람을 자꾸 쏘이면 체온조절기능에 이상이 와 냉방병이 생기게 되며, 모공이 닫혀 배설되지 못한 노폐물이 땀띠가 됩니다. 따라서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으로 땀을 흘리는 것이 좋습니다.
3. 찬 음식 너무 즐기지 마라.
여름철이면 양기는 바깥에 모이므로 체표는 덥고, 상대적으로 뱃속은 냉하게 됩니다. 그런데 덥다고 찬물만 들이키면 뱃속은 점점 냉해지게 되어, 식욕은 더욱 떨어지고 소화불량, 배탈이 나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더운 여름철일수록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따뜻한 음식으로 속을 데우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입니다.
4. 주색(酒色)을 절제하라.
예식장이 여름철이 비수기라는 것은 다만 더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름은 심장의 기운이 왕성해지고 신장이 쇠약해지는 시기이므로, 예로부터 여름에는 혼례를 치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성생활을 절제하여 신장의 정기를 소모하지 않도록 하며, 술 또한 기운을 상하게 하므로 절주(節酒)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 여름철 과일 즐기기.
과일의 계절 여름. 뜨거운 태양 볕을 받고 자란 과일은 가난한 서민들의 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자연의 선물입니다.
우리 몸의 체액은 pH7.4의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는데, 여름철에 땀을 흘리고 식욕이 없어 영양공급이 잘 되지 않으면 산성화로 기울기 십상입니다. 여름이면 피로하고, 입맛도 없고, 무기력한 이유가 바로 체액이 산성화되었기 때문으로, 여름철 건강 유지의 관건은 바로 산성화된 체액을 중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름철 과일은 대부분 강한 알칼리성이어서 체액을 중화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구연산, 주석산, 사과산과 같은 유기산이 들어 있어 간의 크레이브스 사이클을 잘 돌게 하여 피로물질을 배출시켜주고, 위산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돋궈주며, 수분과 무기질 비타민과 당분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 수분과 전해질 불균형도 해결해주므로 일석사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수박
여름철 ‘갈증 해소의 대명사’ 수박. 수분 함량이 91~94%나 돼 갈증을 빨리 없애주며, 또한 수박의 당분은 체내 흡수가 빠른 과당과 포도당이어서 에너지 공급에도 일조를 합니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고 햇볕을 많이 받아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려고 할 때는 냉수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수박의 이뇨작용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 수박에 풍부한 칼륨이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신장병과 요도염, 방광염으로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 몸이 잘 부을 때, 다이어트를 할 때, 그리고 과음 후 주독해소에도 그 효능을 톡톡히 발휘합니다.
또 수박을 붉게 하는 색소인 리코펜(Lycopen)은 항산화물질로서 체내 프리라디칼(유해산소)를 제거해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져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음식도 너무 과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수박은 냉성이어서 배가 차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해로우며, 밤보다는 낮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토마토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는 서양속담처럼, 붉게 익은 토마토는 영양분과 질병예방 차원에서 최고의 과일입니다. 토마토에는 리코펜과 베타카로틴 등 체내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합니다. 특히 토마토의 붉은 색을 내는 리코펜은 베타카로틴 두 배의 강한 항산화효과가 있어서 항암작용, 심장병 예방, 혈당저하 등 최고의 건강 지킴이 노릇을 합니다. 수박과 포도에도 리코펜이 함유되어 있으나, 그 함량은 토마토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리코펜과 베타카로틴은 토마토가 빨갛게 익었을 때 가장 풍부하므로, 파란 것은 완전히 익힌 다음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토마토는 신선하게 먹는 것보다는 열을 가해 조리해 먹는 것이 낫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코펜이 세포벽 밖으로 빠져 나와 몸에 잘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토마토가 나는 철이 아니더라도 토마토 소스나 페이스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외에도 토마토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해 여름철 피로해소에도 좋으며,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산화된 체액을 중화시키기에도 충분합니다.
참외
참외는 수분함량이 90% 정도로 여름철 갈증과 열을 내려주는 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또한 칼륨이 풍부하여 강력한 이뇨작용이 있어, 신장염과 방광염 등이나 부종에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참외에 함유된 포도당과 과당은 흡수가 빨라 여름철 피로회복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항암효과가 뛰어난 ‘쿠쿨비타신’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 유지에 제몫을 다 합니다.
포도
포도는 이름 그대로 포도당으로 되어 있습니다. 곡류 등은 다당으로서 소화과정을 통해 분해되어 단당인 포도당이 되어야 흡수되는데, 포도는 그 자체가 단당인 포도당으로 되어 있으므로 먹으면 바로 흡수되어 에너지로 빨리 이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포도 한송이를 먹으면 5% 포도당 수액 링거주사를 맞는 것과 비슷한 량의 포도당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뇨작용으로 몸의 열을 내려주며, 해독작용이 있어서 알코올이나 피로물질을 배출시켜서 몸을 깨끗이 정화시켜줍니다.
특히 요즘 들어 포도주가 심장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이는 포도의 폴리페놀이 체내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심장병 외에 노화, 암, 동맥경화 방지에도 유효합니다. 따라서 포도주만이 아니라 일반 포도, 포도주스 등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복숭아
복숭아에는 새콤한 맛을 내는 사과산과 구연산이 1.5%정도 함유되어 있고,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여름철 식욕증진과 피로회복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이뇨작용과 함께 식이섬유인 팩틴이 1.38% 함유되어 있어서 통변작용도 있습니다. 또한 항산화작용이 있는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어서 항암효과가 있는데, 특히 니코틴 해독작용이 있어서 폐암예방을 위해 애연가들에게 권장됩니다.
▶ 여름철 식품위생 수칙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여름에는 구토, 복통, 설사, 고열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간단한 위생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여름에는 각별히 식품위생에 신경을 써서 각종 식중독을 예방해야 할 것입니다.
1. 냉장고를 믿지 마라.
냉장고가 음식을 세균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냉장고의 낮은 온도에서 번식할 수 있는 세균이 있으며, 포장을 뜯은 음식이나 상온에 있던 음식 또는 젓가락으로 뒤적인 음식은 이미 세균과 만났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해서 세균이 죽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빨리 먹는 것이 가장 좋으며, 장기간 보관하려면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실은 선반 상단이 가장 차가우므로 2~3일 안에 먹을 고기, 생선, 햄, 소시지, 버터, 치즈 등은 이곳에 저장합니다. 선반 가운데와 야채실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높아지고, 문이 가장 온도가 높으므로 여기에는 금방 먹을 식품, 잘 상하지 않는 식품을 넣습니다. 채 식지 않은 음식을 넣어두면 온도가 올라가는 주원인이 될 뿐 아니라 세균의 온상이 되므로 반드시 식히도록 하며, 뚜껑을 덮고 물기를 닦은 후 보관하도록 합니다. 또한 냉장고는 2/3 정도만 채워서 공간이 있게 해야 적절한 냉장온도가 유지됩니다.
냉장고는 2주에 한번 소독용 에탄올로 닦아주며, 마른행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도록 합니다. 항균작용이 있는 숯이나 찻잎을 넣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2. 완전히 익혀서 먹어라.
음식은 속까지 골고루 익혀서 먹어야 하며, 익히지 않는 음식에 쓸 물이나 얼음을 얼릴 때는 반드시 살균된 물을 쓰도록 합니다. 그리고 익히지 않은 고기나 야채를 조리된 음식과 섞이지 않도록 하며, 덜 익은 고기를 집은 젓가락이나 조리 도구를 조리된 음식에 닫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3. 조리 뒤 바로 먹어라.
여름철은 세균의 번식속도가 빠르므로, 조리한 음식은 즉시 먹도록 합니다. 국이나 찌개는 반드시 덜어서 먹고, 남은 건 바로 냉장 보관합니다. 그리고 2시간 이상 실온에 보관했던 음식은 먹기 전에 다시 익혀서 먹도록 합니다.
4. 도마의 패인 부분 세심하게 닦아주고, 수세미와 행주는 햇볕에 말려라.
주방용품은 위생의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중 도마는 다른 식품에 세균을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점 관리 대상입니다. 도마는 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닦되 특히 칼자국으로 패인 부분은 세균이 모여있기 쉬우므로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닦고, 흐르는 물에 행군 다음 햇볕에 말립니다.
행주는 수분․온도․영양분 등 세균 증식의 최적의 환경으로, 젖은 행주를 12시간 정도 방치하면 약 1억~10억 개의 세균이 증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행주는 자주 삶아서 햇볕에 바짝 말려야 합니다. 수세미 또한 세제를 묻혀놓은 상태로 두기 쉬운데 이것도 세균 번식의 요인이 됩니다. 수세미는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꼭 짜서 햇볕에 말려 소독하고 식기용과 청소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도록 합니다.
5. 싱크대 배수구망은 헌 칫솔로 청소하라.
설거지 후에는 개수대와 배수구 구멍을 말끔히 청소해 줍니다. 배수구망은 헌 칫솔에 세제를 묻혀 자주 닦아주도록 하며, 저녁에 식초나 락스를 부어놓으면 악취나 벌레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6. 육류를 해동할 때의 육즙이 다른 식품이나 조리기구에 묻지 않도록 주의해라.
육류가 해동이 되면 틈이 생기고 이때 표면의 세균이 내부까지 옮겨갈 수 있습니다. 또 해동 시 흘러나온 육즙이 다른 식품이나 조리기구에 묻었을 경우 세균에 감염이 될 수 있으므로, 고기를 해동할 때에는 반드시 용기에 넣어서 다른 것들과 접촉되지 않도록 합니다.
▶ 여름 잘 나기 위한 민간요법
1. 전해질 불균형의 해결사 소금 수박
우리조상들은 수박이나 토마토에 설탕 대신 소금을 뿌려 먹어왔으며,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도 소금을 곁들인 양념을 과일에 뿌려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왠지 소금과 과일은 궁합이 맞지 않을 것 같으나, 실상은 더운 기후에서 건강을 지키려는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무더운 동남아 지역이나 여름에는 땀으로 나트륨이 빠져나가 체내 전해질 불균형이 올 수 있습니다.
거기다 이뇨작용이 강한 과일을 먹으면 소변으로 나트륨 손실이 커 전해질 불균형이 더 심각해질 수 있는 법. 그래서 염화나트륨 즉, 소금을 과일에 뿌려 먹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체내 나트륨이 부족하면 자칫 탈진상태가 되어 쇼크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소금을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소금은 체액을 증가시켜 부종을 일으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하루 10g 미만으로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여름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에는 소금 섭취량을 늘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박이나 토마토, 복숭아 등 여름과일에 소금을 약간 뿌려서 먹거나, 콩국수에 소금을 약간 타서 먹으면 입맛도 돌리고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2. 식욕증진 오미자차
예로부터 각종 화채의 붉은 빛을 내기 위해 사용된 오미자. 여름철 갈증해소와 피로회복을 위해서도 단연 으뜸입니다. 이름 그대로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다섯 가지 맛을 내지만, 그 중에서도 신맛이 강하여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합니다. 이처럼 오미자는 갈증 해소와 식욕을 돋우는 작용을 할뿐만 아니라, 비타민 A, C가 풍부하여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며, 중추신경을 각성시킴으로써 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의 능률을 높여줍니다. 또한 신맛의 수렴작용으로 땀샘을 수축시켜 탈진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오미자는 끓이지 않고도 한나절 동안 물에 담가 두기만 해도 차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오히려 끓이면 쓴맛이 강해져 풍미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붉은 색이 진한 오미자를 잘 씻어서 생수에 10시간 정도 담가둔 후,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마시면 됩니다.
3. 열대야 불면증을 위한 대추․둥글레차
밤이 되어도 더위가 식지 않아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는 대추․둥글레차가 좋습니다. 대추와 둥글레는 중추신경의 흥분을 안정시켜 불면증을 개선시켜주며, 그리고 진액(津液) 생성을 도와 갈증을 해소시켜주므로 여름철 음료로는 제격입니다.
대추, 둥글레 각10g을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줄면 2~3번 나누어 마십니다. 만약 불쾌지수가 높아서 괜히 짜증 나고, 쉽게 열 받는 날에는 백합 뿌리 10g을 함께 끓여 마시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4. 피로회복과 배앓이에 좋은 매실
한방에서는 매실을 연기에 그을려 말린 ‘오매’를 여름철 배탈, 설사, 구토, 복통, 소화불량 때 구급약으로 썼을 만큼 매실은 여름을 위한 열매입니다. 매실에는 구연산이 풍부하여 무더위로 지친 피로와 갈증을 풀어주며, 새콤한 맛이 식욕도 증진시켜줍니다.
우리 몸의 간에서는 크레이브스 사이클이 돌아가야 피로물질이나 독소들이 해독되는데, 매실의 구연산이 크레이브스 사이클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도와주므로 피로가 풀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만큼 매실을 애용하는 국가 중 하나는 바로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일본에는 옛날부터 빨간 매실장아찌를 밥 중간에 넣어 마치 일본 국기와 같은 모양을 만들어 먹던 풍습이 있습니다.
섬나라 일본은 워낙 수인성 전염병이나 식중독, 배탈, 설사, 복통 등이 잦으니까,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매실장아찌를 끼니마다 챙겨먹었던 것인데요. 그것은 매실이 정장작용과 항균작용이 뛰어나고, 이담작용이 강해서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입니다.
▶ 매실 원액과 매실주 만드는 법
♧ 재료 : 알이 굵은 푸른 매실 1kg, 백설탕 1kg
1. 매실을 물에 잘 씻어 물기를 뺀다.
2. 매실 1kg와 설탕 800g을 먼저 고루 잘 섞은 다음 용기에 넣는다.
3. 용기에 넣은 매실에 200g의 설탕으로 위를 채운 뒤, 잘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4. 1주정도 지나, 병을 흔들어주면 설탕이 굳어지는걸 방지할 수 있다.
5. 약 2~3개월이 지난 뒤 과육이 쪼글쪼글해졌을 때 채에 걸러서 원액을 분리한다.
6. 남은 매실에 소주를 부어놓으면 훌륭한 매실주가 된다.
▶ 여름철 한방 청량음료
조선시대에는 단오가 되면 내의원에서 제호탕(醍醐湯)을 만들어 충성스런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던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호(醍醐)의 의미는 불교경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유를 정제하면 유(乳), 락(酪 치즈), 우소(牛酥 연유), 숙소(熟酥), 제호(醍醐)의 5 단계의 제품이 나오는데, 이 중 제호(醍醐)의 맛이 가장 좋아서 불교에서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맛, 곧 가장 숭고한 부처의 경지를 제호(醍醐)라고 합니다.
그만큼 정신을 맑게 하며, 여름철 더위를 물리쳐주고, 배탈이나 수인선 전염병 등 잔병치레를 예방하는 청량음료 역할을 하기에, 감히 ‘제호탕’이라 이름을 붙여 충신들에게 나누어 준 것입니다.
또 하나의 여름철 한방 음료로 ‘생맥산(生脈散)’을 강력히 권장하고 싶습니다. ‘맥을 살린다.’는 이름처럼 여름철 더위로 땀을 많이 흘려 갈증이 심하고, 기운이 없을 때 진액(津液)을 보강하고 또한 심장기능을 강화하여 생기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처방입니다.
이 두 처방은 여름철 갈증해소와 더위를 이겨내는 비방으로, 두 처방의 약물을 같이 끓여서 냉장고 가득 넣어두고 마시면 온 식구의 여름 청량음료로 제격입니다.
♧ 제호탕 ♧
오매(매실) 400g, 백단향 32g, 사인 16g, 초과 12g을 가루 내어 꿀 1.8ℓ에 버무려 살짝 끓인 다음, 자기에 담아두고 냉수에 2~3스푼씩 타서 마신다.
♧ 생맥산 ♧
맥문동 8g, 인삼, 오미자 각 4g을 물 1.5ℓ로 끓인 후,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시원하게 마신다.
♧ 제호탕&생맥산 ♧
오매 20g, 맥문동 8g, 인삼, 오미자 각 4g, 백단향, 사인, 초과 2g를 물 2.5ℓ로 끓인 후, 식혀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시원하게 마신다.
▶ 여름철 냉면과 겨자
푹푹 찌는 여름날이면 시원한 냉면 한 그릇 생각이 절로 나기 마련인데요. 실은 냉면은 여름음식이 아닙니다. 왜일까요?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에는 양기가 겉으로 떠올라 피부로 퍼지므로, 뱃속은 양기가 허해진다. 뱃속의 양기가 쇠약해지니 차가워지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비유하였는데요. ‘겨울철 추울 때는 우물물이 따뜻해지고, 여름철 몹시 더울 때의 샘물 바닥은 차다. 이는 겉이 차면 속은 더워지고, 겉이 더우면 속은 차진다는 증거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여름철에 온몸이 화끈거리는 것은 몸 속의 열기가 피부로 몰려서 그런 것으로, 그만큼 뱃속은 열기를 뺏겨 냉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름철에 찬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배탈이 나고, 급기야는 질병을 얻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차가운 냉면을 먹더라도 열성(熱性)의 겨자와 고추장 양념을 함께 섞어서 속을 데워주어야 하는 것이죠.
▶ 영양만점 삼계탕
예로부터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주곤 했었죠. 이유인즉슨 닭고기는 다른 육류보다도 육질이 가늘고 연하여 소화흡수가 빨라서, 먹고서 바로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닭고기에는 질 좋은 단백질과 지방질이 많아 충분한 영양공급원이 되므로 기운빠지는 여름철 더욱더 각광받는 것이죠. 특히 닭 날개에 많은 뮤신은 단백질의 흡수력을 높여주며, 성장을 촉진하고 성기능과 운동기능을 증진시키니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난다’는 속설도 생긴 것입니다.
한방적으로 닭은 열성(熱性) 식품으로 여름철 냉해진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 줘, 떨어진 소화력과 입맛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므로 여름철에 제격인 것이죠. 그리고 그에 곁들인 인삼은 땀으로 소진된 기운을 보(補)해주며, 대추는 땀으로 빠져나간 진액(津液)을 보충해줍니다. 만약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라면, 땀샘 기능을 조절하는 황기를 한줌 같이 넣어서 끓인 황기삼계탕을 먹으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삼복더위 물리치는 보신탕
연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복날 무렵이면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보신탕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신탕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보양식이지만, 실상 한․중․일 세 나라의 역사와도 함께 해왔습니다.
중국에서는 ‘향육’이라 하여 다양한 개고기 조리법이 있고, 청나라 말 이홍장도 개고기를 무척 즐겼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쇠고기 대신 붉은 개고기를 약용으로 써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조선시대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구장(狗醬)이라고 한다. 여기에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구장에 고춧가루를 타서 밥을 말아서 시절음식으로 먹는다. 이렇게 먹고서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라고 기록되어, 다른 나라와는 달리 개고기를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겼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복날 개고기를 즐겼던 것일까요?
첫 번째는 영양학적 측면입니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개고기는 사람의 근육과 가장 가까운 아미노산 조성을 가진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고기보다 흡수가 잘됩니다. 맛 또한 구수하고 입에 착착 달라붙어 심지어 북한에서는 단고기라고 할 정도입니다.
《동의보감》에서도 ‘개고기는 오장을 편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양기를 일으키며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극찬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기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서민들이 보약 지어먹을 형편은 안되고 하여 대신 보신탕으로 체력을 회복하려 한 것이며, 또한 큰 병이나 수술 후에도 보신탕을 권해온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운기학적 측면입니다.
절기 상, 초복은 하지 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고, 네 번째 경일이 중복이며,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은 말복입니다. 여름은 오행 상 화(火)인데, 더위의 절정인 복날은 경일로서 금(金)에 속하여 화기가 왕성하면서도 금에도 해당하는 날입니다. 따라서 복날은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의 날로, 금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 개를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는 오행상 금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허나, 이처럼 좋다해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 개고기는 열성(熱性)이어서 몸이 차고 허약한 체질,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자와는 궁합이 맞지만, 열이 많은 체질이나 원래 체력이 좋은 사람, 또는 비만한 사람은 오히려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 여름철 신경성 식욕부진과 불면증을 위한 ‘미꾸리 두부탕’
입이 깔깔한 여름철, 산초가루 뿌린 추어탕 한 그릇이면 입맛이 싹 돌게 되죠. 미꾸라지에는 소화되기 쉬운 단백질, 철분과 비타민 B2 가 풍부하여 빈혈 예방 효과가 있으며, 뼈 째 먹기 때문에 칼슘과 비타민 D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초는 생선 독을 해독하고 구충하는 효능이 있으며 열성(熱性)이 강하여 찬 속을 뜨뜻하게 데워줄 수 있으므로, 여름철 추어탕과 찰떡궁합인 것이죠.
한편, 여름철 신경성 식욕부진과 열대야 불면증이 심하신 분들께는 ‘미꾸리 두부탕’을 권하고 싶습니다. 땀을 흘리면 Na+, Cl-, Mg2+, Ca2+, K+ 등의 전해질 손실이 있게 됩니다.
그 중 칼슘(Ca2+)은 신경안정과 밀접한 영양소로, 땀으로 칼슘 손실이 많아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안 초조하여 안절부절 못 하며, 불면증이나 신경성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칼슘 공급 차원에서 ‘미꾸리 두부탕’은 최고의 식품입니다. 두부 한 모에는 우유 한잔의 칼슘 보다 더 많은 양의 칼슘이 들어 있고, 뼈 째 먹는 미꾸라지의 칼슘 함유량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 미꾸리 두부탕 만들기
♧ 재료 : 산 미꾸라지 6~7마리 정도, 두부 한 모
1. 산 미꾸라지를 물에 넣고 살짝 끓이다가 뜨거워서 팔딱팔딱 뛸 때, 차가운 두부를 통째로 넣는다. 이 때 미꾸라지는 찬 두부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2. 미꾸라지가 익을 정도로 충분히 끓인 후 꺼낸다.
3.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 여름에 보약 먹어봐야 땀으로 다 빠져나가지 않나요?
언뜻 들으면 그럴싸한 것 같지만,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니, 땀과 함께 약 성분이 다 빠져나가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느냐?’는 맥락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두 땀으로 그대로 빠져 나오나요?
땀이란 우리 몸에서 대사하고 남은 찌꺼기가 배설되는 것으로, 수분과 몇 가지 전해질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영양분은 몸으로 흡수되고, 땀으로는 빠져나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약효를 발휘하는 성분은 인체 각처에서 활용되고 나서, 찌꺼기만 땀과 대소변으로 배설되는 것이죠. 그러니, 여름철에도 안심하고 한약을 먹어도 됩니다.
《동의보감》에서 ‘사철 중 여름이 건강을 지키기 가장 힘들다.’고 한 것처럼, 여름 나기가 유난히 힘든 사람들은 오히려 여름철이 꼭 보약을 챙겨먹어야 할 계절입니다. 보약을 먹어서 기력을 보충해주어야 여름을 더 쉽게 날 수 있고, 또 가을과 겨울에 질병이 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입니다.